한국에서는 "북한과의 협상을 무한정 기다릴 수는 없다"는 이른바 '최후통첩'이 나오고 있는데, 미국에서는 북한과의 두 차례 회담에 합의했다는 뉴스가 나왔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연설과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의 분석기사입니다. 지난 4일 SBS 뉴스가 서로 엇갈리는 이 두 소식을 아무런 설명 없이 나란히 보도했습니다.
SBS 뉴스가 보도한 이 대통령의 국제 비즈니스 포럼 연설은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랜드 바겐'이 현실적인 제안이지만 북한과의 협상을 무한정 기다릴 수는 없다"는 내용입니다. 뉴스는 이 대통령이 임기 내에 주도적으로 북핵 폐기를 추진하겠다는 뜻과 북한이 시간을 끌어봐야 유리할 게 없다는 메시지를 전한 것이라는 청와대의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반면에 포린폴리시의 보도는 북한이 다자회담에 복귀하기 전에 두 차례 북미회담을 열기로 합의했다는 소식입니다. 뉴스는 한국과 미국 정부의 북한에 대한 입장 차이가 뚜렷이 드러난 이런 상황이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짚어주어야 합니다. 시간을 끌어봐야 유리할 게 없다는 우리 쪽 메시지를 읽은 북한이 초조한 마음으로 서둘러 미국과의 대화에 합의했다는 것입니까? 아니면, 우리의 대북 정책과 미국의 정책이 따로 놀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태입니까?
서해상에서 남북 해군 함정간에 교전이 있었던 지난 10일과 다음 날인 11일 SBS 뉴스는 무력충돌을 도발한 북한의 의도를 여러 각도에서 분석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10일 뉴스는 스스로 보여준 분석과는 맥락이 다른 전망을 '일각의 우려'라는 형식으로 내 놓았습니다. 대화국면으로 가던 남북관계와 북미관계가 북한 군부의 강경한 대응으로 다시 얼어붙지 않을까 하는 우려입니다. 뉴스는 지난 2002년 서해교전으로 켈리 전 국무부 차관보의 방북이 연기됐던 사례에 비추어, 남북간 군사적 긴장이 높아질 경우 다음달 초로 예상되는 북미대화가 미뤄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남북관계라면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우려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서해교전이 아직도 북미관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은 지나치게 한국 중심적인 관점입니다. 뉴스의 어두운 전망이 나온 바로 다음 날 싱가포르에서 열린 회의에 참석한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서해 교전은 북미대화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고, 미 국무부가 보즈워스 대표의 방북 결정을 공식 발표했습니다.
서해교전의 파장이 북미관계는 빗겨가면서 남북관계에만 영향을 미칠 경우 우리 정부는 북핵 문제 해결을 주도하기는커녕 외교적으로 고립될 위험이 있습니다. "상황이 더 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하라"는 이 대통령의 지시가 이런 사정을 정부 역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미국과의 대화를 끌어내기 위해 남한에 대한 화해 몸짓이 필요했던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 일정이 잡힌 이제 어떤 태도로 나올 것인지가 뉴스의 초점이 되어야 합니다.
SBS 뉴스는 지난 8일과 10일 22조 원을 투입하는 4대강 사업의 핵심인 보 공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지만, 정부는 4대강 사업이 수질을 좋게 할 거라고 주장하고, 환경단체는 그렇지 않다고 맞서고 있어 논란이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SBS 뉴스는 쟁점을 다룰 때 흔히 논란의 내용이 아니라 논란이 되고 있다는 사실만을 보도합니다. 하지만 이런 뉴스는 시청자들이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쟁점이 무엇인가를 정확히 알고, 이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정하는 데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더욱이 4대강 사업과 관련하여 제기된 쟁점은 홍수예방과 수질개선을 어느 정도의 비용을 들여 어느 정도 수준으로 강화하느냐 하는, 정책 선택의 문제가 아닙니다. 강에 보를 설치하는 것과 준설을 하여 수심을 깊게 만드는 것이 홍수예방과 수질개선에 도움이 되느냐, 반대로 장애가 되느냐 하는 문제입니다. 한쪽의 주장이 옳으면, 다른 쪽은 틀린 주장을 하고 있는, 과학적인 사실의 확인에 속하는 쟁점입니다. 따라서 뉴스는 어느 쪽의 주장이 진실인가를 추적하는 데까지 나아가야 합니다.
SBS 뉴스는 지난 7일 한·미 FTA 비준을 미뤄왔던 미국 의회에서, 88명의 의원들이 비준 준비를 촉구하는 서한을 백악관에 보냈다고 보도했습니다. 뉴스에 따르면 미 하원의원들은 이 편지에서 "한·미 FTA는 미국이 지난 15년간 협상한 FTA 중 가장 경제적 이득이 많은 협정이지만, 일부 우려가 남아 있음을 알고 있다"면서 "오바마 행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정부와 즉각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뉴스는 다음 주에 있을 한미 정상회담에서 FTA 비준 처리를 위한 돌파구를 모색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뉴스는 의원들이 비준 준비를 촉구했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말하는 '비준 준비' 는 한국 자동차 시장의 추가개방을 의미합니다. 미국 의원들의 편지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자동차 시장개방 문제를 강력히 제기하라는 주문을 오바마 대통령에게 한 것입니다. 따라서 뉴스는 한국 자동차 시장 추가개방에 대한 미국 측의 압박이 공식화 되었다는 점을 부각시켜야 합니다.
한·미 FTA 비준을 미뤄왔던 미국 의회에서 비준 준비를 서두르는 움직임이 나온 것은 분명히 새로운 소식입니다. 하지만 뉴스가 이 소식이 안고 있는 자동차 시장 추가개방이라는 폭탄에 주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FTA 비준 준비를 위한 돌파구를 모색'할 것이라는 SBS 뉴스는 너무 추상적입니다. 자동차 시장 추가개방을 놓고 구체적으로 두 나라 정상 사이에 어떤 논의가 있을 것인가를 추적하는 뉴스라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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