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박수근 '빨래터' 위작 논란 일단락

"감정 시스템 정비 계기 삼아야"

근 2년에 이르는 지루한 법정 공방을 이어왔던 박수근의 '빨래터' 진위 논란이 법원의 1심 판결로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법원은 빨래터가 '진품이라고 추정된다"며 원고인 서울옥션의 손을 들어줬지만 동시에 위작 의혹 제기로 인한 명예훼손 부분에 대해서는 정당한 언론 행위로 판단해 피고측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양측은 모두 '절반의 승리'를 거둔 셈이다.

서울옥션은 진품 판정에 만족하며 "금전적인 배상을 받고자 소송을 진행한 것이 아니므로 항소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피고 측 감정인으로 참여했던 최명윤 명지대 교수는 소송 자체가 '기각'된 것에 의미를 부여하며 "재판부가 기사가 정당하다고 명쾌하게 결론을 내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빨래터' 위작 논란은 어떤 사건 = 한국 미술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이번 사건은 격주간 미술잡지 '아트레이드'가 2007년 12월 발행된 2008년 1월 창간호에서 '대한민국 최고가 그림이 짝퉁?"이라는 기사를 통해 서울옥션에서 경매된 박수근의 '빨래터'가 위작이라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박수근의 '빨래터'는 미술품 경매 전문회사인 서울옥션이 2007년 5월 경매에서 판매한 작품으로 45억2천만원에 낙찰돼 국내 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던 작품이다.

서울옥션은 의혹이 불거지자 바로 한국미술품감정협회에 감정을 의뢰했고 2008년 1월 협회 부설 감정연구소는 오광수 현 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감정위원 20명의 감정을 통해 진품으로 판정했다.

그러나 아트레이드 측은 감정의 공정성에 의문을 표하며 계속 위작의혹을 제기했고 결국 문제가 불거진 뒤 한 달여인 1월24일 서울옥션이 아트레이드의 류병학 편집주간과 발행인인 강병철 자음과모음 대표 등을 상대로 명예훼손에 대해 30억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민사소송을 내면서 법정 공방이 시작됐다.

이후 상황은 과학감정 논란으로 이어졌다. 처음 '빨래터'가 진품이라고 판정했던 미술품감정연구소가 서울대 기초과학공동기기연구원 정전가속기연구센터와 일본 도쿄예술대 보존수복유화연구실에 의뢰해 과학 감정한 결과 진품 판정이 내려졌다.

하지만, 곧바로 미술품 과학감정 전문가인 최명윤 명지대 교수가 과학감정 결과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으며 법원도 올해 초 작품에서 두 부분을 미세하게 떼어내 이를 각각 양측이 추천한 감정인이 감정하도록 했으나 역시 양측의 감정 결과가 엇갈렸다.

서울옥션은 재판 막바지 '빨래터'의 원 소장자로 알려진 미국인 존 릭스를 증인으로 내세워 '진품'임을 주장했지만, 이 과정에서 릭스가 서울옥션에 작품을 판매한 인물이 아님이 밝혀지면서 오히려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제는 감정시스템 정비할 때" = 미술계에서는 이번 일을 계기로 감정시스템의 정비가 시급하다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실제 문제가 불거질 때만 잠시 관심을 기울일 뿐 감정시스템의 정비 등에 대해 미술계나 관련 학계, 정부 등에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 위작 시비가 되풀이되는 것을 이번 일을 계기로 그만둬야 한다는 것이다.

먼저 국내에서 근·현대미술작품 감정을 하는 곳이 사실상 한국미술품감정협회 한 곳뿐인 상황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이런 주장을 펼치는 쪽에서는 화랑주 중심으로 구성된 이 단체의 성격상 감정을 100% 신뢰할 수 없으며 '그림 보는 눈'을 믿는 안목 감정 외에 과학감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과학감정에 기대는 것도 한계가 있다. 과학감정은 미술 관련 지식이 배경이 된 뒤에야 가능한 것이지만 국내에 제대로 된 과학감정 인력은 100여명에 그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어 전문 인력 양성이 필요하다.

자료적 성격의 기초작업인 카탈로그 레조네(catalogue raisonne.한 작가의 모든 작품 자료와 사진을 수록하고 작품의 역사를 기록하는 것)의 축적도 당장 추진해야 할 일로 꼽힌다.

미술이론가인 최병식 경희대 교수는 "위작 문제가 계속 반복되고 있지만 그 때마다 대책을 내놓기만 할 뿐 다시 원상태로 되돌아가고 있다"라며 "앞으로가 문제"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감정 매뉴얼 확립 ▲자료 확보와 전문가 양성 ▲과학감정의 시스템화 등을 대안으로 제시하며 "단기적으로는 카탈로그 레조네 등 자료 확보에 제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오늘의 숏뉴스

많이 본 뉴스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댓글

    방금 달린 댓글
    댓글 작성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300

    댓글 ∙ 답글 수 0
    • 최신순
    • 공감순
    • 비공감순
    매너봇 이미지
    매너봇이 작동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