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을 중심으로 `외국어고 폐지론'이 제기된데 맞서 전국 상당수 외고들이 영어듣기시험 폐지 등 자구책을 들고나오면서 존폐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외고들이 자구책으로 거론하고 있는 '영어듣기시험 폐지' 등의 입시개선안에 대해 강력한 외고폐지론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일부 여야 의원 측이 "근본적 해법이 될 수 없다"며 평가절하, 존폐 논의는 이번 정기국회를 거치며 어떤 식으로든 외고 개편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연합뉴스와 접촉한 전국 외고 교장들은 '외고 폐지' 또는 '자율형 사립고로의 전환' 논의에 대해 한결같이 반발하면서도 이 논의의 공론화를 우려하는 듯 사교육비 절감 방침에 공감해 영어듣기 시험을 폐지하거나 자격시험화하는 방안은 적극 검토하겠다며 차단에 나섰다.
이택휘 한영외고 교장은 18일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사교육 부담을 덜어 줘야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글로벌 리더를 육성해야 한다는 점에서 외고를 폐지하거나 자율고로 전환해서는 안 된다"며 "외고를 통역관 키우는 곳으로 생각해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김희진 서울외고 교장도 "(외고 폐지는) 빈대 잡으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다. 평준화 시대에 외고는 학생들 실력 증진에 공헌해 왔다. 사교육 유발만을 이유로 외고를 폐지한다면 정말 중요한 것을 잃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외고를 자율형 사립고로 전환하는 법안을 내겠다며 외고 개혁에 의욕을 보이고 있는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정두언(한나라당) 의원측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영어듣기 폐지 등이 외고 문제의 근원적인 해법은 될 수 없다"며 외고들의 자구책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정 의원 측은 "내신 위주로 선발한다면 또다시 관련 교과목 과외가 성행할 것이다. 외고가 우수한 학생들을 뽑다 보니까 그 영향이 초등학교에까지 미치고 있는 것이 문제"라며 "(영어듣기 폐지, 입학사정관제 등으로) 사교육비가 일부 준다고 해도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김선동 의원측도 "외고라는 것 자체가 법적인 근거가 없다. 예술인 양성하는 예술고, 과학인을 키우는 과학고는 성립돼도 어학영재는 성립되기 어렵다"라며 "외고 설립에 관한 근거인 시행령 역시 정치적인 고려 때문에 만들어졌다. 법을 정비하는 차원에서라도 (폐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이날 수도권 외고는 전입학생 수가 매년 증가하고 있는 반면 지방 외고는 전입자보다 전출자 규모가 더욱 클 뿐 아니라 증가폭도 커지고 있는 점을 보여주는 국정감사 자료를 공개하며 "수도권 외고가 입시명문고로 기능하고 있음을 증명한다"고 주장했다.
김춘진(민주당) 의원측도 "영어듣기 역시 외고 당락을 좌우하는 여러 요소 중 하나일 뿐으로 그게 과연 사교육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밝혔다.
`외고 폐지' 입장을 견지해온 권영길(민주노동당) 의원측은 "외고는 가장 우수한 학생을 선점해 장사해왔고 (다른 학교와의 경쟁에서) 무임승차해왔다"며 "외고의 근본적인 문제는 일반고와 다를 바 없는 학교에 계속 특혜를 줄 것이냐 여부"라고 말했다.
또 "아이들이 장차 성인이 되면 모든 계층의 다양한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는 점을 생각할 때, 성적이 좋고 부유한 학생만 따로 가르친다는 것이 과연 적절한가도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제1차관도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외고만 명문고인 시대가 아니다. 자율형 사립고 같은 다양한 학교로 선택의 폭이 넓어졌기 때문에 외고의 자율형 사립고 전환 논의 자체는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