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의 4일 방북이 북핵 사태의 항로를 가를 '태풍의 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 방북은 형식상으로는 지난 3월 북한 김영일 총리의 방중에 대한 답방이자 북중수교 60주년 기념행사 참석 차원이지만 북핵외교로서의 함의가 더욱 주목받고 있다.
그간 직접적 영향력 행사를 자제해온 중국이 '최고위급 중재'에 나선다는 상징적 의미와 함께 지난 8월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 이후 가시화된 북한 외교전략 전환의 '마무리 수순'이라는 성격을 내포하고 있어 현 제재우위의 국면을 대화국면으로 질적인 전환을 꾀하는 터닝 포인트가 될 수 있다는 게 외교가의 중론이다.
물론 지난달 중순 다이빙궈(戴秉國) 외교담당 국무위원의 방북으로 김정일 위원장이 '대화의지'를 공식 천명하는 성과를 일궈내기는 했으나 이번 방북은 한 차원 높여 북한이 '말'이 아닌 '행동'으로서 대화의 장으로 나오도록 하는 돌파구로 작용 할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주 유엔 총회를 전후해 숨가쁜 북핵 외교전을 펼쳐온 5자가 숨을 죽인채 이번 방북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방북의 최대 관전 포인트는 북한이 6자회담 복귀를 공식 선언하느냐 마느냐로 모아진다.
북한이 중국측의 중재를 받아들여 6자회담 복귀를 선언한다면 국면은 곧바로 '6자회담 재가동'으로 급진전될 수 있지만 반대로 북한이 소극적으로 나온다면 상황은 또다시 장기 교착국면으로 빠져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일단 북핵 외교가에서는 북한이 원 총리의 중재를 받아들이는 형태로 6자회담에 복귀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전통적 우방인 중국측의 '체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데다 원 총리의 방북이 성사된 자체가 북한의 태도변화를 사전 예고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원 총리 의 방북에 맞춰 대규모 경제지원이 이뤄질 것이라는 점도 이 같은 관측에 무게를 싣 고 있다.
북미대화를 앞두고 미국측이 대규모 인센티브 제공 의지를 시사하면서 북한의 "전략적 결정"(제임스 스타인버그 미 국무부 부장관)을 촉구하고 있는 것도 상당한 압박요인으로 다가서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회의적 전망도 나온다.
북한이 이미 수차례 "현재의 6자회담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공식 천명한 이상 현행 회담틀로는 복귀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분석이다.
특히 김 위원장이 대화의지를 천명하면서 밝힌 '다자대화'는 6자회담이 아니라 북.미.중 회담 또는 4자회담을 의미하고 있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중국측에서도 북한의 6자회담 복귀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최근 한.중 외교 장관 회의를 다녀온 한 외교소식통은 "중국은 기대를 갖고 외교적 노력과 대화를 해 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그러나 솔직히 북한의 6자회담 복귀 여부에 대해 낙관적 전 망을 갖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다만 이 같은 거부 입장이 다자협상 틀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북한이 일종의 '변형된 6자회담' 카드를 들고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있 게 제기되고 있다.
중국측의 중재를 받아들이는 형식을 취하면서도 내용상으로는 새로운 협상의 틀을 만들어내기 위해 '절충형' 다자협상 틀을 제안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중대제안설'에 근거해 김 위원장이 보다 큰 틀에서 핵포기와 관계 정상화 및 국제지원을 맞바꾸는 '통큰 제안'을 하고 나올 수도 있다는 시각이 있지만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북한의 선택은 조만간 재개될 것으로 예상되는 북.미 대화의 성격과 내용을 좌우할 것이라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단순히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하는 '무의미한' 대화로 끝날지, 아니면 실질적 협상을 담보하는 '무게있는' 대화로 발전할 지가 결정될 것이라는 얘기다.
이런 흐름에서 볼 때 원자바오 총리의 방북은 그 결과에 따라 6자회담의 돌파구로 작용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북핵 기상도를 더욱 흐리게 만들 수도 있다는 관망이 나오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원자바오 방북, 6자회담 돌파구 되나
中 최고위급 중재..北 반응에 관심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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