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년을 끌어온 현안인 북한 핵문제에 새로운 '게임의 룰'이 현실화될 것인지에 외교가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엔 총회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지난주 내내 미국에서 진행된 각국의 정상을 비롯한 고위급 협의를 통해 그동안 북핵 협상장에서 자주 연출됐던 '대화 재개→제재 완화'라는 과거의 패턴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관련국들의 의지가 여러 차례 과시됐다.
특히 '그랜드 바겐'이라는 일괄타결 방안을 제시한 한국의 고위당국자들은 연일 "미국과 북한의 대화가 시작된다고 해도 제재가 약해지거나 해서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들에 따르면 북한을 제외한 나머지 5개국 사이에는 ▲북핵 9.19 공동성명의 내용을 실천하기 위한 그동안의 협상방식에 대한 비판적 견해가 제시됐으며 ▲따라서 앞으로 도출될 새로운 합의에는 북한이 약속을 이행하는 시간표를 반드시 담아 ▲북한 핵문제 해결을 신속하고 확실하게 견인하겠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이명박 대통령이 제시한 그랜드 바겐의 외교적 의미에 언급, "비핵화까지 1에서 10까지의 단계가 있다면 이를 다 묶어서 협상해 합의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나아가 "그것이 합의가 되면 더 이상은 협상이 없는 것이며, 2-3년을 협상하더라도 하나의 합의가 낫다"고 강조했다.
결국 9.19 공동성명은 상징적 의미가 있었으나 실천의 로드맵이 온전치 않았던 '의향서' 수준의 문서였으며 같은 맥락에서 비핵화 초기 조치를 담은 2.13합의도 비판적으로 재규정하자는 게 이 당국자의 설명이다.
그의 말 속에는 한반도 비핵화의 이정표로 평가되는 9.19 공동성명을 점진적이고 단계적으로 이행하려한 과거 미국이나 한국 정부와는 다른 해법을 추구하려는 의지가 담겨 있어 보인다.
문제는 이러한 논리가 현실 세계에서 그대로 적용될 수 있을 것이냐다.
특히 9.19 공동성명에 대한 비판적 접근을 할 수 있지만 행동 대 행동의 논리로 전개돼온 그동안의 '게임의 룰'을 바꾸기 위해 핵폐기부터 관계정상화, 경제.에너지 지원 등을 모두 담는 '원샷 딜'을 무리하게 추진할 경우 관련국들의 예기치 못한 반발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우선 비핵화의 1차적 주체라 할 수 있는 북한이 9.19 공동성명을 새롭게 해석하고 새로운 합의문을 만드는데 동의할지 불투명하다.
그렇지 않아도 미국과의 협상만을 지향하고 있는 북한이 9.19 공동성명에 대한 비판적 견해가 제기되는 상황을 활용해 '9.19 공동성명을 무산시키겠다면 우리도 6자회담은 물론 회담에서 도출된 모든 합의문 파기에 동의한다'고 나올 가능성도 생각해봐야 한다.
미국 정부도 9.19 공동성명 이행 의지는 여전하다. 미국은 그동안 북한을 향해 6자회담에 복귀해 9.19 공동성명 합의사항에 따른 비핵화 조치를 이행할 경우 북.미 관계정상화, 체제보장, 국제사회의 대북 경제지원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해왔다.
게다가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도 6자회담의 최대성과라고 할 수 있는 9.19공동성명과 그 이행합의문인 2.13합의와 10.3합의에 대한 유용성을 부정하는데 소극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
외교소식통은 27일 "그동안 북핵 협상의 경험을 비판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더욱 실천적인 방안을 찾기 위한 노력이 돼야지 과거를 부정하려는 방편으로 치우쳐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다시 말해 미.북 양자대화가 시작되더라도 이것이 곧 협상으로 연결되지 않으며, 6자회담에서 내용있는 협상을 진행해야 하며, 북한의 의미있는 비가역적 비핵화 이전에는 국제사회의 제재를 유지한다는 3개 방침에 이미 국제사회에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만큼 이를 가급적 북한의 행보를 협상 쪽으로 유도하는 데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칫 북한에 반발의 빌미를 줄 수 있는 방안을 제안함으로써 북한측의 전술에 오히려 발목을 잡힐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인 셈이다.
이 소식통은 "미국은 급하게 추진하지는 않겠지만 북한과 양자대화를 하기로 방침을 정한 상황"이라면서 "따라서 새로운 협상의 질서를 구축하는 작업도 미국과 북한의 움직임을 긴밀하게 연계해가면서 현실성을 고려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북핵 '게임의 룰 변경' 실현될까
´대화재개→제재완화´ 되풀이 안해…"과거부정보다는 실천적 방안 모색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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