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방문 중인 이명박 대통령의 이른바 '그랜드 바겐' 제안에 대한 SBS 뉴스의 보도는 같은 기사 내에서조차 앞뒤의 논리가 충돌하고 있습니다. 그랜드 바겐에 대한 미국 정부의 냉담한 반응을 어떻게 볼 것인가, 그리고 그랜드 바겐이 실현될 수 있는 조건은 무엇인가에 대한 엇갈린 분석이 그렇습니다.
SBS 뉴스는 지난 23일 커트 캠벨 미국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가 이 대통령의 그랜드 바겐 제안에 대해 "처음 듣는 얘기라 잘 모른다"고 말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뉴스에 따르면 이와 같은 미국정부의 냉담한 반응에 대해 '외교전문가'들은 미국 측이 그랜드 바겐의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표시한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그러나 뉴스는 전문가들의 의견과는 달리 '외교가 일각'의 해석이라는 설명을 붙여 한미 양국이 북한 핵 문제 협상의 주도권을 놓고 미묘한 신경전을 벌인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외교가 일각'이 누구를 지칭하는지는 분명치 않습니다. 하지만 한미 양국이 대화의 주도권을 놓고 다툰다는 분석은 뜬금없는 소리로 들립니다. 미국이 대화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는 반면에 한국은 이에 대해 제동을 걸려고 한다고 분석할 수는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 경우에도 대화의 주도권 다툼이라기보다는 한미갈등이라고 표현할만한 상황입니다. 북미대화에 대해 한국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단이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이 대통령이 그랜드 바겐을 제안한 22일 SBS 뉴스는 그랜드 바겐, 곧 일괄타결을 위해서는 먼저 상호신뢰의 토대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을 전했습니다. 그러나 바로 이어 뉴스는 일괄타결의 성패는 북한이 그랜드 바겐에 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조성하는 국제사회의 공조에 달려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미 시행중인 제재의 강화를 말하는 듯 합니다. 상호신뢰와 제재강화는 충돌하는 개념입니다. 그럼에도 뉴스는 한편으로는 상호신뢰가 중요하다고 지적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대 북한 제재의 강화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뉴스의 이런 분석은 북한 핵 문제의 성격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일어난 착오입니다. 전문가들은 상호신뢰가 전혀 없기 때문에, 단계별로 접근한 과거의 방식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고 설명합니다. 그랜드 바겐은 협상 대상 카드를 잘게 쪼개 행동대 행동으로 주고 받는 단계적 협상을 배제하고 북한의 되돌릴 수 없는 핵 폐기 조치와 그에 상응하는 체제보장 및 경제지원을 단번에 주고받자는 것입니다.
여기서 뉴스가 보지 못한 부분은 북한이 협상테이블에 내놓을 '핵 폐기'와 미국 등이 내놓을 '체제보장' 및 '지원'은 성격이 전혀 다른 카드라는 점입니다. 핵 폐기는 일단 이뤄지면 돌이킬 수 없지만, 체제보장과 지원의 이행은 언제든지 원점으로 되돌릴 수 있습니다. 북한이 일괄타결에 응하지 않는 것이나, 미국이 행동대 행동 원칙에 의한 단계적 협상이 아닌, 그랜드 바겐을 비현실적이라고 보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지난 19일 SBS 뉴스는 추석 대목을 맞아 엇갈리는 상인들의 표정과 '우울한 풍년'을 맞은 농민들의 걱정을 전했습니다. 뉴스는 백화점과 재래시장의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 추석경기 양극화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여기까지는 해마다 보도했던 내용과 같습니다. 그런데 이날 뉴스에는 달라진 설명이 하나 더 있었습니다. 대형마트의 매출이 줄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대형마트의 매출을 떠받쳐 온 중산층이 무너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하나의 지표입니다. 추석경기 보도의 초점이 이 부분에 맞춰졌으면 합니다. 이날 뉴스는 또 늘어난 쌀 재고량이 다 소진되지 않은데다 대풍년까지 들어 쌀값이 벌써 20%가량 하락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와 같은 농촌의 상황이 새로운 것은 아닙니다. 쌀값을 안정시켜 농민의 소득을 보장하기 위한 정책수단이 무엇인가에 대한 뉴스의 추적이 뒤따라야 합니다. 작년까지 시행했던 대 북한 식량지원이나 기아에 허덕이는 세계 빈곤 지역에 대한 식량원조 등과 같은 윈윈 하는 정책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것입니다.
SBS 뉴스는 지난 20일 미국 뉴욕시가 식당과 술집에 이어서 공원과 해변까지 금연구역으로 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공원이나 해변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려고 하는 시민들의 권리를 존중해야 한다는, 금연구역 확대 이유가 미국이 선진국임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뉴스는 "뉴욕에서 이제 저같이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의 설 자리가 좁아지는 것이 아니라 아예 사라지고 있다"는 기자의 말로 끝났습니다. 공공 정책을 '나의 문제'로 끌어당긴 이와 같은 표현으로 뉴스는 한결 재미있어 졌습니다. 지난 22일 SBS 뉴스는 국정원으로부터 명예훼손 소송을 당한 박원순 변호사가 소송에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을 밝혔다고 전했습니다. 그런데 일부 언론은 박 변호사에 대한 국정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과 박 변호사의 반박, 그리고 시민단체, 야당, 그리고 소송자체에 대한 법조계의 문제제기 등을 이미 며칠 전부터 자세히 보도해 왔습니다.
국정원이 시민단체를 후원하는 기업체를 사찰한다는 박 변호사의 주장과 이를 부인하는 국정원의 주장 중 어느 쪽이 진실인가, 국정원이 자신이 당했다는 명예훼손 사건의 원고로 국가를 내세운 것이 법리상 맞는가 하는 쟁점들에 대한 논쟁이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지난 주 가장 뜨거운 쟁점 중 하나였던 이 사건을 SBS 뉴스는 여러 날 동안 외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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