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떤 물을 주문하시겠습니까?
- '그냥 물' 주세요.
한 레스토랑에서 이런 질문을 받고 당황했던 적이 있었는데. 특정 브랜드의 물을 찾는 손님들이 종종 (아직 많지는 않지만) 있다고 합니다.
요즘은 메뉴판에 물도 당당히 '메뉴'로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마시는 물을 돈 주고 사먹는다는 게 지금은 아주 자연스럽죠?
얼마전 백화점에 들렀다가 '워터 바(water bar)'라는 공간을 봤습니다.
쉽게 말하면 물 판매 코너인데, 물 소믈리에가 따로 있어서 개개인에 알맞은 물을 추천해 주고, 시음도 할 수 있다는 겁니다.
'괴테가 마시는 물', '마돈나의 물', '어린이 전용 생수', '빙하를 녹여만든 물',......
예쁜 모양의 생수병이 잔뜩 진열돼 있는데 500ml 한 병에 1만원 하는 물도 있습니다. (500원짜리 먹는샘물에 비하면 무려 20배!)
대체 얼마나 좋은 물이길래??
솔직히 말해서는 장사가 잘 될까, 싶었는데 적지않은 사람들이 이 '워터 바'에 관심을 보였고, 실제로 하루에 3백 명 이상 이곳을 찾는다고 하네요.
우리나라의 먹는 물 시장은 4천5백억원 규모.
이 가운데 프리미엄 생수(수입, 기능성 등)는 아직 2백억 원 규모에 불과하지만
매출 신장률이 무섭습니다.
먹는 샘물 위주로 생산되던 국내에서는 '해양심층수' 출시를 계기로 뒤늦게 프리미엄 생수 경쟁이 시작됐다고 보면 됩니다.
수입 생수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이 경쟁력이라고 할 수도 있겠는데, 프리미엄 시장에선 아직은 에비앙. 페리에 등 특정 브랜드의 수입 생수 비중이 압도적입니다.
이 2개 브랜드가 전체 프리미엄 생수 매출의 절반을 차지합니다.
초기 선점과 브랜드 인지도가 무섭죠.
'좋은 물'을 마시고자 하는 욕구는 점차 커지고 있어서 먹는 물 시장은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고급 생수 시장에 대기업들이 앞다투어 진출하려고 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일찌감치 '고급'이미지를 내세워 프리미엄 시장을 장악한 수입 물의 성공 비결을 보면 공통적으로 '스토리'를 내세우고 '디자인'에 신경을 쓴다는 겁니다.
무엇보다 들고다니는 '물'의 주 소비층인 20-30대가 물병도 '패션의 일부'로 여기기 때문이랍니다.
이런 점에 주목한 국내 업체들도 뒤늦게 디자인 개선과 고급화 전략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 CJ에서 생산하던 해양심층수 브랜드, '울릉 미네워터'의 예를 들어보면 출시된 지 꽤 됐는데도 인지도가 낮고 판매가 부진하자 최근 수천만원을 들여 패키지 디자인을 확 바꿨습니다. 이름도 '미네워터'로 재출시했습니다.
파란색 일색인 생수병 사이에서 분홍색 패키지, 또 심플하고 고급스런 디자인이 20대 여성들에게 어필하고 있다는 자체 분석을 내놓더군요.
곧 유리병에 담긴 '레스토랑 판매용' 물도 출시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고급 생수에는 일반 생수보다 미네랄이 많이 들어있는 건 사실입니다.
- 전기전도도 실험 결과, 정수기 물에 비해 일반 생수는 7배, 해양심층수는 35배의 미네랄을 함유하고 있었습니다.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고, 아토피와 암 등에 치료 효과를 보이고….
고급 생수들이 내세우는 기능은 매우 다양합니다.
하지만 1만원짜리 물이 500원짜리 물보다 품질이 20배 뛰어난 건 아닙니다.
시판되고 있는 그 어떤 물도 공식적으로 '기능성'을 인증받지 못했습니다.
물 생산 업체에서 여러가지 임상실험 결과를 발표하고, 기능성을 광고하고 있긴 하지만 다만 그런 효과를 '기대'할 수는 있다는 것이지, 일상 생활에서 평소 일반인이 마시는 정도로는 그같은 효과를 보기 힘들 것입니다.
또, 미네랄이 워낙 미량 필요한 물질이기 때문에 그것을 보충하려는 목적이라면 음식에서 섭취하는 것으로도 충분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좋은 물은 깨끗하고, 미네랄 균형이 잘 맞고, 약알칼리성이면 충분하다고 합니다.
어떤 물을 선택하는가는 개개인의 자유지만 20배 비싼 값을 치렀다고 물의 '효능'이 20배 높을 거라는 너무 큰 기대를 할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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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남정민 기자는 일요일 아침의 <선데이뉴스 플러스>에서 '남정민 기자의 소비자 리포트'로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백화점과 할인점을 누비며 만나는 알짜 생활정보들과 소비자들이 꼭 조심해야할 할점을 여기자 특유의 꼼꼼한 시각으로 전해줍니다. 2002년 SBS 공채로 입사한 남기자는 해맑은 감성과 외모로 개인 블로그도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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