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공연장에서는 보통 청중과 연주자의 거리가 더 멀잖아요. 음악으로 서로의 감동을 나누며 거리를 바짝 좁히는 연주회가 됐으면 합니다."
신동 소리를 들으며 세계적인 첼리스트로 성장한 장한나가 지휘자로서도 차근차근 경력을 쌓아가며 두 마리 토끼몰이를 하고 있다.
2007년 5월 성남아트센터에서 열린 '제1회 성남 국제청소년관현악 페스티벌'에서 한국, 중국, 독일 3개국 청소년들로 구성된 연합 오케스트라의 폐막 연주를 지휘함으로써 지휘자로 데뷔한 그가 다시 한번 지휘봉을 잡는다.
내달 11-12일 성남아트센터에서 열리는 '마에스트라 장한나의 앱솔루트 클래식'을 통해 성인 연주자들로 구성된 모스틀리 필하모닉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차이콥스키의 음악을 들려줄 예정이다.
장한나는 31일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음악가로서의 지평을 넓힌다는 생각에서 지휘를 시작했다"며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연주를 통해 개개인의 영혼이 느껴지는 소리를 만들어간다는 게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처음에는 그저 신나는 열정으로 지휘를 시작했다면, 지금은 구체적이고, 세심한 부분에 관심이 가요. 요즘은 어떤 부분을 어떻게 지휘해야, 원하는 소리를 끌어낼 수 있는지를 고민합니다."
최근 뉴욕 필하모닉 상임지휘자를 지낸 거장 로린 마젤에게 지휘 레슨을 받으며 지휘자로서의 자신감을 키운 그는 마젤에게 지휘를 배우게 된 계기도 털어놨다.
"그에게 지휘를 배우고 싶어서 지난봄 베토벤의 '교향곡 3번'을 지휘한 음반을 보냈어요. '가르치겠다. 지휘 재능을 타고 났다'는 답신을 받은 날 종일 입이 찢어져 지냈죠."
그는 지휘 공부를 하면서 작곡가에 대해 일부가 아니라 전체적인 면을 알게 돼 음악가로서 도움이 많이 된다고 말했다.
"차이콥스키가 남긴 유일한 첼로곡이 '로코코 변주곡'이에요. 재치 넘치고, 우아한 곡이죠. 그런데 이번 교향곡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내가 첼리스트로서 알고 있는 차이콥스키가 전부가 아니였다는 걸 깨닫게 됐어요. 그는 사실 굉장히 어둡고, 드라마틱한 사람이었어요."
그는 이번 연주회에서 11일에는 차이콥스키의 교향적 환상곡 '프란체스카 다 리미니', '교향곡 4번'을 연주하고, 12일에는 '로미오와 줄리엣' 서곡, '교향곡 6번-비창'을 들려준다.
"차이콥스키는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단 한번도 순수한 행복을 느끼지 못한 음악가에요. 특히 교향곡 6번 '비창'은 계속 눈물을 흘리며 작곡했다고 전해질 정도로 그의 고뇌와 고통이 투영된 음악이죠. 그의 음악을 통해 클래식이 지루하고, 어려운 게 아니라, 이렇게 개인의 숨결과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있음을 관객에게 알려주고 싶어요."
이 음악회에는 성남아트센터가 청소년들을 위한 음악 교육을 기치로 내걸고 기획한 '앱솔루트 클래식'의 취지에 맞춰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11-24세의 어린 연주자들도 함께 무대에 선다.
"클래식은 누구나 즐길 권리가 있는 문화유산이라고 생각해요. 우리 아이들과 청소년들이 함께 연주하는 법을 배울 수 있었으면 합니다. 또한, 청소년들이 감수성이 예민한 나이에 되도록 클래식 음악을 많이 들었으면 좋겠어요."
그는 "오늘은 무슨 음악 들을까 고민할 때 클래식도 하나의 초이스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음악을 삶의 일부로, 마음의 친구로 함께하면 음악이 주는 감동에 힘입어 우리 일상이 즐거워지고, 사회도 변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매년 이어질 '앱솔루트 클래식'에 지속적으로 참여할 예정인 그는 2009~10시즌에도 연주자와 지휘자로서 바쁜 활동을 이어간다.
"다음 시즌에는 밀라노, 로마, 취리히, 빈, 마드리드, 리스본, 파리, 런던 등지의 유럽에서 다수의 연주회가 잡혀있어요. 지휘자로서는 독일 바이에른 청소년교향악단을 데리고, 뮌헨 등 5개 도시를 돌며 말러의 '교향곡 1번'을 연주합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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