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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취재기(1)

제가 쌍용차 기사를 처음 쓴 것은 아직 경제부로 정식 인사발령이 나지 않았던 지난해크리스마스 이브였습니다.

당시 이미 쌍용차의 운명은 백척간두 상황이었고, 대주주인 상하이 자동차는 7천5백명 직원 가운데 거의 절반 수준의 구조조정을 비공식적으로 타진하던 상황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상하이차 1월 10일 철수 통보'를 최초 보도하게 된 것입니다.

취재 소스는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최고위 간부였는데, 당시 최형탁 전 쌍용자동차 사장이 "살려달라"면서 이같은 얘기를 했다고 귀띔해줬습니다.

제 보도는 이른바 '1월 10일 설'로 알려지면서, 타 방송사와 신문매체가 모두 받아 보도했습니다.

어떤 방송사는 다음날 기자가 출연해  "1월 10일설은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낮습니다. 지식경제부와 산업은행이 지원의사를 밝히고 있기 때문이죠"라며 반박 보도하기도 했죠.

하지만 불행하게도, 제 보도 내용이 맞다는게 증명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이후 쌍용차와 금속노조에서는 '특종'을 했다며 기자의 이름을 기억했지만, 실제 법정관리 신청은 하루 앞선 1월 9일 이뤄졌기 때문인지(신청은 9일 이뤄졌다해도 철수는 법정관리 신청 후로 봐도 되기 때문에 역시 '철수일자'는 보도 내용인 10일이 맞을 겁니다.)  나중에  회사 안팎에서는 특종으로 인정 받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08/12/24 8시뉴스 보도

< 쌍용 자동차의 대주주인 중국 상하이 자동차가 노사합의를 위해 내건 시한은 일주일입니다. 상하이 자동차측은 최근 쌍용 자동차 노사가 올 연말까지 구조조정에 합의하지 않으면, 다음달 10일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를 신청하겠다고 통보했습니다. 사측은 7천5백명 정도인 근로자를 거의 절반 수준으로 줄일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중략)>

어쨌든, 이 날 이 보도는 쌍용차 노, 사 모두에게 매우 씁쓸했던 '크리스마스 선물'이었을겁니다.

귀가해 가족들과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을 준비하고 있을 무렵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이번 쌍용차 사태때 자주 언론인터뷰에 등장해 잘 알려진 최상진 쌍용차 홍보 상무였습니다.

술자리에서 전화를 건 듯, 다소 격앙된 어조였습니다.

"어떤 근거로 그런 보도를 한거요? 보도에 책임 질겁니까?"
"소스는 밝힐 수 없지만 쌍용차 사장으로부터 직접 얘기를 들은 최고위층 인사였습니다. 본인의 요청이 있어서 신원은 가렸습니다. 보도에 책임지겠습니다."


사실 이 통화에서 다소간의 고성과 감정붉히는 대화가 있었지만, 보도에 사견은 결코 들어가지 않았다는 점을 설득시켜 서로 화해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3,40분간의 통화가 끝났을 때였던가요.  곧바로 이창근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기획부장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역시 계속된 쌍용차 뉴스를 통해 잘 알려진 인물이었고, 또 마찬가지로 격앙돼 있었습니다.

"기자님. 보도에 실망했습니다. 사측쪽에 기운 편파적인 내용 아닙니까? 구조조정 하라는 뜻 아닙니까?"
"제가 취재한 팩트를 보도했을 뿐입니다."


이 기획부장은 이후 쌍용차 노조의 점거 투쟁을 이끌어, 일부 언론보도에서 '매우 호전적' 내지는 '극단주의자'로 보도되기도 한 인물이지만, 제가 이때부터 느낀 점은 전혀 달랐습니다.

논리 앞에 수긍할 줄도 알았고, 현장에서 취재할 때도 기자들의 안위(?)를 챙길 정도로 분별과 인정이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기자님. 그러셨다면 기자님 보도를 믿겠습니다. 내일 크리스마스입니다. 잘 보내십시오."

매우 쓸쓸한, 저물어 가는 회사의 운명을 안타까워 하는 듯한 어조였습니다.

물론 12월 월급이 체불돼 크리스마스를 제대로 보낼리도 없는 것이었고요...다른 7천5백명의 직원도 이 기획부장과 마찬가지였겠죠.

하여튼간에, 제가 시청자 여러분께 뉴스 뒤의 사정을 말씀드리고 싶은 점이 있다면, 이 때까지만 해도 사측이나 노조측 모두 회사의 운명을 진심으로 걱정하는데는 한 마음이었다는 겁니다.

노사 모두 회사에 조금이라도 부정적인 뉴스가 나갈까봐 노심초사했고, 회사를 살릴 수 있는 일이라면 무슨 일이든 할 것처럼 보였습니다.

저는 이들과 이들의 가족을 위해서라도, '크리스마스의 축복'같은 해결책이 나오길 바라는 심정이었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하진 않아보였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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