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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 앞에서 해야 했던 말

쌍용차 사태가 남긴 것 4

기억은 간사해서 '쌍용차의 77일'도 먼 과거로 만들고 있습니다.

지난 18일 저녁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은 쌍용차 평택공장 근처의 한 식당에서(감자탕에 소주잔을 기울였다고 합니다) 쌍용차 경영진,그리고 협력업체 대표들과 간담회를 가졌습니다.

이 자리에서 오간 대화를 보면 쌍용차 사태가 경영자들에게, 그리고 정부 당국자들에게 무엇을 남겼는지 엿볼 수 있습니다.

이 대화록은 지경부 풀(pool) 기자가 쓴 것으로 괄호 안의 내용은 대화의 맥락에 따라 풀 기자가 쓴 것임을 밝혀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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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호 : 고생이 많다. 그간 고생을 충분히 이해한다. 생각보다 사태가 길어졌지만 인명 피해가 없어 다행이다. 정부는 과거와 달리 노사문제에 원칙을 가지고 임했다. 원칙을 지키려고 노력했다. 이번 쌍용차의 경우는 앞으로 노사관계를 풀어가는 (정부의) 원칙을 보여준 것이다. 정부가 (파업을) 빨리 끝내려고 하다보면 부작용이 많이 생길 수 있다.

아무튼 정부는 할 수 있는 것 최선을 다할 것이다. 특히 협력업체 유동성 지원과 관련해서는 이것저것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오늘 자리는 어려운 사정이나 도와줄 수 있는 게 있는지 들어보려고 왔다. 정책에도 반영해 보겠다.

이유일 쌍용차 공동관리인 : 이렇게 많은 인력을 정리한 경우는 없었을 것이다. 생산직의 47%를 줄였다.

한무경 효림산업 대표 : 쌍용차 직원들이 요새 눈빛이 달라졌다고 하더라.

이유일 : 민노총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 노동조합에 대한 인식도 달라졌다.

최병훈 네오텍 대표 : 다시 일할 수 있어서 너무 좋다. 기계소리를 들으니 살 것 같다. 과거보다 쌍용차의 생산성이 높아진 것 같다. 노조간부가 없으니 2배 늘었다고 하더라. 우리 직원도 놀라고 있다.

오유인 세명기업 대표 : 절박함이 있어서 그런지 생산성이 높아지고 있다. 빨리 신뢰를 되찾아야 한다. 무엇보다 신차가 팔려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지원할 필요가 있다.

이윤호 : C200 1호는 김문수 지사가 사기로 했다던데.

이유일 : C200이 순조롭게 나와야 하고, 장기적으로는 외부투자가 필요하다. 사실 파업 기간 동안 판매망은 2개밖에 안 줄었다. 판매망은 괜찮다. 새로 나온 차에 대해서는 품질 의구심을 없애기 위해 모든 차에 대해 검사하고 보증기간도 연장해 주고, 광고도 할 생각이다. 해외 대리점에도 회사가 정상화됐다는 서신을 보냈다. 다행히 외국에는 재고가 많이 있었다. 이제 재고들이 소진됐으니 수출도 정상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한무경 : 쌍용차의 경우 파업 때문에 개별소비세 특혜를 못 받았다. 쌍용차에 한해서, 혹은 SUV에 한해서 이걸 좀 유예해주면 안되나.

이윤호 : 그건 어렵다. 한 쪽만 해주면 또 다른 데서도 더 해 달라고 한다. 노후차 지원 마케팅을 한 번 해 보는 게 어떠냐.

이유일 : 5~6월 계약한 고객들의 경우 파업 때문에 차를 제때 받지 못했다. 회사가 좀 손해를 보더라고 가격 혜택을 주려고 한다.

최병훈 : 정부에서 쌍용차를 좀 구매해 주면 안되나

이윤호 : 교체 수요가 있는지 보겠다. 예산이 있는지 보겠다.

권회현 대한솔루션 회장 : 이번 기회를 잘못된 노사문화를 바꾸는 계기가 되도록 해야 된다고 본다.

박영태 쌍용차 공동관리인 : 자율적 합의를 했지만 부족한 부분이 있다.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마무리를 하는 게 중요하다.

민노총 탈퇴 등을 해보겠다. 그간의 노사관계에서 없었던 거여서 쉽지는 않은데, 이런 것을 보여주면서 마무리를 잘 해보겠다. 민노총 탈퇴 뿐 아니라 노사규약도 실질적 내용을 바꿔보겠다. 이런 게 진정한 노사문화 확립이다. 마무리를 해보겠다. 쌍용차가 모범 사례가 되어 보겠다.

이윤호 : 언론에서도 쌍용차에 대해 호의적으로 나오고 있는 것 같다. 단체협약 내용도 불합리한 게 많은 것 같다.

박영태 : 리딩 컴퍼니가 잘해줘야 한다. 노사협상 들어가 보면 현대, 기아, 대우, 르노 협약을 보여주면서 그 회사들처럼 해달라는 주문이 많다. 리딩 컴퍼니가 제대로 기준을 만들어줘야 한다. 뱁새가 황새 따라가다 다리가 찢어진다. 또 법이 좀 앞서 있는 측면이 있다. 이런 법조항을 들어 요구하는 사항도 있다. 잘못돼 있는 협약에 대해서는 발췌를 해 놨고 법률 검토도 해왔다. 특히 노조가 경영권에 간섭할 수 있는 조항과 관련해서는 과감히 빼는 것을 해볼 생각이다.

이윤호 : 설비업체들 지원을 위해 중진공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유일 : 현대차 뿐 아니라 선의의 경쟁자가 있어야 한다. 국내 경쟁자가 없어지면 현대차가 오만해질 것이다. 해외시장 경쟁에서도 이길 수 없다. 작지만 쌍용차를 좀 키워달라.

정재훈 지경부 주력산업정책국장 : 설비업체들이 어렵고 하니, 중진공 자금을 활용해 지원하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다. 또 내년도 R&D 지원할 때 C200 관련업체들이 하는 R&D의 공통분모를 모으면 (장관이) 지침을 줄 수 있을 거다.

이유일 : 내일부터 전 직원들과 관리인과의 대화를 할 예정이다. 지금까지는 노조 핑계를 댈 수 있었지만 이제는 핑계가 없다. 이제 우리에게 달려있다. 이런 얘기를 하려고 한다.

이윤호 : 쌍용차와 협력업체들을 보니 자력갱생의 의지가 강한 것 같다.

권회현 : 지금까지 부도난 자동차 회사 협력업체를 현직 장관이 직접 찾아온 것은 처음인 것 같다. 감동 받았고 정말 감사하다.

이윤호 : 협력업체 유동성 문제와 관련해서 잘 살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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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은 즉각 성명을 냈습니다.

"...노동조합의 조직형태와 상급단체는 노동자들이 자주적이고 민주적으로 결정할 문제다. 사용자가 나서서 탈퇴와 가입을 운운하거나 압력을 넣을 문제가 아니며, 우리나라 노동법은 사용자의 이런 행동을 ‘부당 지배개입’이란 불법행위로 규정하고 있다...지금 쌍용차 사측이 해야 할 일은...법을 어겨서라도 노조를 파괴하겠다는 결의를 장관 앞에서 밝히는 것이 아니다...이런 파행적 시각과 일방적인 노사관이 쌍용차 사태를 더욱 악화시켰던 이유이기 때문이다..."

노사관계 선진화는 현 정부의 핵심 국정 과제입니다. 쌍용차 사태가 노사관계, 그리고 노조의 투쟁 방식에 대한 비판 또는 반성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측면도 부정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쌍용차 경영진은 장관 앞에서 꼭 그런 말을 하고 싶었을까요? 해야 했을까요? 지식경제부가 이 대화를 공개한 것은, 아주 좋게 말해도, 세련되지 못했다는 느낌입니다.

 

[편집자주] 치밀한 분석력이 돋보이는 박민하 기자는 현재 한국은행과 금융업계를 출입하고 있는 경제부의 핵심전력입니다.  2003년 SBS 보도국에 둥지를 튼 뒤 사회부와 경제부에서 활약해왔습니다. 생활에 직접 도움을 주는 알기쉬운 금융기사들과 경제전반을 이해할 수 있는 심도깊은 글들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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