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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위원장 면담 관철한 '현정은의 뚝심'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다섯 번의 체류기간 연장 끝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의 면담을 성사시키면서 만만찮은 '뚝심'을 내외에 과시했다.

현 회장이 7번째, 현 정부 들어 사실상 처음 평양방문에 나섰던 지난 10일은 남북관계가 금강산 관광객 피격과 관광 중단, 현대아산 직원억류 문제 등으로 얽힐대로 얽혀 뚜렷한 해법이 보이지 않는 상태였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전격적인 평양 방문과 억류 미국 여기자들의 석방으로 분위기가 조성되기는 했지만 정작 억류된 현대아산 직원 유성진 씨의 석방이나 김 위원장 면담 등은 '가능성'은 있었지만, 예측하기 힘든 북의 행태를 감안할 때 불발될 가능성도 적지 않았다.

더구나 직원 유 씨 석방이 이뤄지기는 했지만 당초 2박 3일로 예정됐던 일정이 지난 주부터 계속해서 하루단위로 5차례나 연장되면서, 김 위원장 면담이나 금강산 관광재개 등 사업 재개 논의는 쉽지 않은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기도 했다.

하지만 현 회장은 5차례 체류기간 연장에다 범현대가(家)의 집결일인 시어머니의 기일까지 빠지면서 김 위원장과의 면담을 밀어붙여 성사시키는 것으로 '집념의 CEO'로서의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간 현 회장에 대한 언급이 있을 때마다 빠지지 않은 이야기는 남편(고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현모양처(賢母良妻)형' 주부에서 강단있는 재벌 총수로 변신했다는 것.

경기여고를 졸업하고 이화여대 학부와 대학원에서 사회학을 전공한 현 회장은 1976년 고(故) 정 회장과 결혼한 뒤 슬하에 1남 2녀를 뒀다.

이후에도 1980~1983년 남편과 함께 한 미국 유학에서는 인간개발론을 공부했으며 귀국 후에도 걸스카우트연맹 중앙본부 이사, 대한적십자사 여성봉사 특별자문위원 등으로 활동하는 등 남성적 문화가 강한 현대그룹의 경영과는 거리를 둬왔다.

그러나 남편의 죽음으로 뜻하지 않게 경영 일선에 나선 뒤로는 시숙부인 정상영 KCC 명예회장과의 경영권 분쟁 끝에, 2004년 3월 지주회사 격인 현대엘리베이터 회장에 선임돼 경영권 논란을 종결짓는 강한 면모를 보였다.

이후에도 현 회장은 그룹의 공신격인 김윤규 전 현대아산 부회장을 2005년 8월 물러나게 하는가 하면, 이 문제로 발생한 북측과의 이런저런 갈등을 2007년 10월 말 김 위원장과의 만남으로 해결하면서 오히려 개성관광, 백두산 관광, 비로봉 관광 합의를 이끌어 내기도 했다.

물론, 이번 합의에도 불구하고 현 회장과 현대아산의 갈 길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장기간 금강산 관광 중단에 따른 대대적 구조조정을 진행했음에도 여전히 회사가 '위기상태'를 벗어났다고 보기는 힘들고 경색된 남북관계상 언제 또다른 위기가 발생할지 점치기 어려운 탓이다.

그럼에도 현 회장의 '버티기' 끝에 김 위원장 면담이 성사되고 금강산 및 개성 관광 재개와 개성공단 활성화 등 남북관계 현안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되면서, 다시 한 번 회사를 위기에서 구해내는 '강력한 리더십'을 보이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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