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사람입니까!!"
취재 내내 제가 그 가해자에게 퍼붓고 싶은 한마디였습니다.
사실 지난 6월 처음 기사화됐을 때, 기자들은 황산테러가 사회에 불만을 품은 사람에 의한 묻지마 테러라고 생각했습니다.
끝질긴 수사 끝에 경찰이 가해자들을 잡고 보니 충분히 '묻지마 테러'라고 생각할 만큼 치밀했더군요.
기사들을 많이 보셔서 아시겠지만 꽃다운 28살 정아씨에게 황산 테러를 사주한 사람은 유명 벤처기업 대표이자 정아씨의 전 회사 사장입니다.
또 정아씨 친구의 남자친구이기도 했죠.
정아씨는 이 회사를 다니면서 지인이자 사장인 이 씨에게 벤처 운영자금을 빌려주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빌려준 돈을 갚을 기미가 없고, 임금도 받지 못하자 결국 이 사장을 상대로 소송을 냈는데요. 결국 지난해 10월 법원은 정아씨의 손을 들어줬고, 3천여만 원의 돈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사건은 여기서 시작됐습니다.
이 씨는 법원의 판결에 불만을 품었고 그 때부터 착실히 범행을 준비했는데요, 범행에 쓸 황산을 몇 달 전에 구입하고, 휴대전화 추적을 피하기 위해 휴대전화는 다른 곳에 두고 대포폰을 빌렸습니다. 또 사전 답사를 통해 CCTV를 피했고요, 본인이 가지 않고 다른 사람 두 명을 시켜서 보내기까지 했죠.
결국 출근길.
그것도 아주 이른 6시경에 집을 나섰던 정아씨는 영문도 모른 채 남성 2명으로부터 저항 한 번 하지 못하고 황산을 맞게 된 겁니다.
정아씨의 힘든 투병기가 한 후원단체에 의해 공개된 뒤 저는 병원을 찾아갔습니다. 화상 부위가 검게 변하는 것을 막기 위해 짙게 커튼을 내리고 불마저 끈 병실에 정아씨가 있었는데요.
가는 내내 첫 대화를 어떻게 시작해야 할 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던 제가 무색할 정도로 정아씨는 밝은 얼굴이었습니다.
다섯차례 큰 수술을 겪고 많이 수척해졌지만, 오히려 제가 위로 받을 만큼 예뻤는데요, 하지만 인터뷰가 시작되고 정아씨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들으면서 저는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한마디 한마디가 너무 가슴아픈 정아씨의 말들을 옮겨 적어봤습니다.
▶ 당시 상황이 궁금해요.
[박정아 씨: 그냥 평소처럼 걸어가고 있는데 누가. 옆 시선에 들어왔었거든요. 지나가는 사람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옆 시선에서 벗어나지 않고 계속 제 보폭을 맞춰가지고 '이 사람 뭔가?'라는 생각이 들어서 옆을 돌아보는 찰나에 그 사람이 뭘 던진 거예요. 뭘 뿌렸어요. 처음에는 뜨거운 물이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조금 있으니까 역한 냄새랑 피부가 타는지 이상하더라고요. 너무 이른 시간이다 보니까 길거리에서 사람도 없어가지고 "악!" 소리를 질렀는데 사람들이 주변에 모이질 않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그 핸드폰, 황산에 맞아가지고 녹는 핸드폰을 들어가지고 단축 키로 엄마한테 전화를 했는데 너무 뜨거웠고 떨어뜨리고 엄마가 어딘지도 모르고 뛰쳐나오고….]
▶ 황산을 끼얹은 사람들은 도망갔나요?
[박정아 씨: 아니요. 제가 이쪽(오른쪽)에서 맞고 이쪽(왼쪽) 눈은 뜨고 있었거든요. 숙이고서 사람들 쪽을 바라봤는데 한동안 서있었어요. 저를 쳐다보고 있는 것 같았거든요. 한동안 서있다가 사람들이 몰리고. 소리를 지르고 하니까 도망 간 것 같더라고요. 그러니까 지켜본 거 같아요. 얘가 피해를 입었나 안 입었나 보려고 있는 것처럼.]
▶ 병원 가는 길에 원망을 하셨다고 들었어요.
[박정아 씨: 옷은 막 시커멓게 타고 살갗이 파고드는 느낌이 드는데 119를 타고 가는데도 이 약품 자체가 뭔지를 모르니까 어디를 가야할 지도 모르겠고. 병원 가는 길에도 출근 시간이 엮이다 보니까 차가 너무 많아서 안 비켜주는 거예요. 막 소리지르고 그러는데 사람들이 안 비켜줘서…. '나는 타들어 가는데…' 그 안에 있으면서 많은 생각 들더라고요.]
▶ 치료과정 많이 고통스러우실텐데….
[박정아 씨: 허벅지 살을 진피까지 떠가지고 목까지 이렇게 여길 이식하고 팔 등에 처치를 하는데 표현이 안돼요. 정말 형용할 수 없는 그 고통이…. 진통제를 달고 있어도 정신이 머리 끝에서 나갈 듯 말 듯한 정도에요. 약을 떼는 것도 바르는 것도 붙이는 것도 경련이 일 정도로 아프고요. 조금만 움직여도 생살이 찢어지는 느낌이 나서.]
▶ 가해자들 원망 많이 하셨죠?
[박정아 씨: 제가 돈을 달라고 막 재촉한 적도 없고 판결 나고서도 연락 한 번 안했고 아무런 조치를 취한 것도 없는데. 갑자기 이런 일을 당하니까 너무 어이없고 당황스러운 거예요. 진짜 너무 한 거잖아요. 죽지않을 정도로 칼에 찔렸으면 그냥 치료받고 나가면 되지만 이건 평생 가잖아요. 치료 받으면서도 진짜 죽을 거 같이 아프기도 하지만 그게 너무 속상하더라고요. 제가 잘못해가지고 당했다고 하면 '그래 뭐, 내가 그정도로 잘못했나보다.'하고 수긍을 하겠는데 그게 받아 들이기가 너무 힘들고 또 모르는 사람들(뿌린 사람 지칭)도 그래요. 시킨다고 할 일이 아니잖아요.]
(글을 적으면서도 너무 마음이 아프네요.) 인터뷰를 마치고 만난 정아씨의 어머니는 제게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정아가 붕대를 조금 풀고 나서 화장실에서 무척 많이 울었어요. 엉엉 울면서 '엄마, 앞으로 어떻게 살아…나 사회 생활도 못하고.' 그렇게 한참을 우는데, 딸이 그럴 때마다 나는 그 사람들을 죽이고 싶어요."
왜 안 죽이고 싶겠습니까. 저라도 죽이고 싶은 마음이 드는데. (과격해서 죄송합니다.)
황산테러를 직접 뿌린 남성 두 명은 이미 살인 미수 혐의로 구속이 됐습니다. 하지만, 정작 천벌을 받아도 모자랄 그 대표는 병원에 누워 있는데요. 혈압이 불안정 해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며 경찰 조사조차 제대로 받지 않고 있습니다.
그 얘기를 경찰 취재 하면서 듣는데 피가 거꾸로 솟더라고요. 한 사람의 인생을 망쳐놓고 본인 몸 아픈게 치료가 하고 싶은걸까요.
제가 일부러 돈 이야기를 꺼내지 않더라도 화상 치료비가 무척 많이 든다는 거 다들 알고 계실 겁니다.
햇살이 내리쬐는 거리를 걷고 출근 하는 평범한 게 소원이라는 정아씨가 건강하게 치료를 마칠 수 있도록 많은 격려와 후원 해 주세요.
그리고 이번 사건을 통해 얻은 교훈.
우리 119 차가 지나갈 때는 꼭 길을 잽싸게 비켜 주자고요^^ (후원 문의는 '함께 하는 사랑밭' 02-2612-4400 입니다 )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