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관련 법안들의 가결이 선포된 지난 22일 국회는 여야 충돌로 인해 언론의 혹독한 비판을 받았습니다. SBS 뉴스도 이날 국회를 '차마 남이 볼까 두려워 낯이 뜨거운 난장판'이라고 묘사했습니다. 의원들의 충돌에 비하면 가결된 법의 내용이나 방송법의 재 표결과 관련된 의사진행상의 시비 등은 뉴스의 주목을 비교적 덜 받았습니다. 국회의원들의 몸싸움에 대한 언론의 심한 거부감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미디어법의 국회 심의에 대한 언론의 관심은 미디어법 내용이 어떻게 될 것인가 보다는 여야가 결국 충돌할 것인가 아닌가에 집중되어 있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닙니다. SBS 8시뉴스의 경우 지난 15일부터 21일까지 매일같이 여야 정면충돌의 위기감, 볼썽사나운 모습, 정면충돌의 전운, 일촉즉발의 전운, 물리적 충돌의 가능성, 물리적 충돌의 긴장감, 파국이냐 타결이냐를 가를 중대고비라는 등의 용어를 동원하여 미디어법 처리를 둘러싼 국회의 긴장상황을 보도했습니다. 걱정하던 물리적 충돌이 22일 결국 일어났고, 그런 점에서 언론의 걱정이 '오버'는 아니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언론은 여야의 물리적 충돌 위험에 대한 경고를 거듭함으로써 두 가지의 부작용을 가져왔습니다. 하나는 물리적 충돌은 무조건 악이라고 하는 사람들의 고정관념과 정치혐오증을 강화시킨 것이고, 다른 하나는 미디어법 심의과정에서 일어난 의미 있는 사건들이 주목받지 않고 넘어갔다는 점입니다.
대표적인 사건은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일으킨 '찻잔 속의 태풍'입니다. 지난 15일 SBS 뉴스는 박 전 대표가 미디어법의 합의 처리를 강조해 '미묘한 파장'을 일으켰다고 전했습니다. 19일 뉴스는 미디어법이 직권 상정되면 반대표를 던지겠다는 그의 말이 큰 파장을 일으켰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날 뉴스는 박 전 대표의 반대로 미디어법 처리가 불발될 경우 당내 분열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고 전했습니다. SBS 뉴스는 박 전 대표의 말이 파장을 일으킨다는 설명만 되풀이한 셈입니다. 그러나 그가 이 말로써 무엇을 얻으려 하며, 이에 대해 한나라당이 어떤 반응을 보였는가에 대한 분석이 더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한나라당이 직권 상정을 하루 이틀 늦추면서 민주당과 협상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사실은 민주당이 아니라 친박 계열을 설득하고, 당 분열책임이라는 위협을 가함으로써 이들의 반란을 무산시키기 위한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SBS 뉴스가 부각시키지 않은 또 하나의 중요한 사건은 방송법 가결 선포의 합법성에 대한 논쟁입니다. 이날 뉴스는 머리기사의 초점을 방송법 재 표결과 관련한 논쟁이 아니라 여야 간의 집단난투극에 맞췄습니다. 재 표결 문제는 "재 표결까지 거치는 난항을 겪었다"는 말로 끝났을 뿐입니다. 결론이 나지 않고 진행 중인 논쟁에 대해 언론은 양쪽의 균형을 잡아 보도하는 노력을 기우려야 합니다.
지난 주말은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를 복구하는 일도 뉴스의 초점이었습니다. 호우로 인한 피해는 부산 경남 지역이 특히 심했습니다. SBS 뉴스는 이와 같은 상황을 자세히 보도했습니다. 17일 뉴스는 부산 경남 지역에서 1만 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되어 복구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토요일인 18일 뉴스는 전날 밤 폭우로 서울 수도권과 경기 강원 지역의 도로들이 무너졌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런데 같은 날 뉴스는 변덕스런 장마에 지친 시민들이 주로 실내에서 주말을 즐겼다는 소식도 전했습니다. 영화관 매표소 앞의 긴 줄, 레게음악 열기로 달아오른 공연장, 실내수영장 어린이들의 모습 등입니다. 뉴스는 주말이면 빠짐없이 휴일표정을 스케치하여 시청자들에게 전하고 있지만, 매주 비슷비슷한 그림들입니다. 한 쪽에서는 진흙탕 속에서 삽질을 하고 있는데, 새로운 이야기도 아닌 주말표정을 꼭 내보내야 하는가 하는 의문이 듭니다. 이제는 그 주간의 사회적인 관심사가 무엇인지에 따라 뉴스가 전하는 주말 표정도 달라졌으면 합니다.
지난 18일 SBS 뉴스는 인천 영종도 미개발지역에 사람이 살지 않는 주택과 건물이 들어서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개발될 경우 보상금을 노린 외지인들이 사람이 살지 않는 이른바 깡통 주택을 짓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개발될 경우 토지보상에 건물보상까지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한마디로 개발로 헐리기를 기대하면서 짓는 집입니다. 뉴스는 현상만을 보도했지만, 사회적으로 용납될 수 없는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한가 하는 의문까지 풀어주어야 합니다. 건축비보다 보상금이 더 많을 때나 가능한 일인데, 보상기준에 어떤 문제가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뉴스는 지난 21일 입주가 시작된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늘어난 공사비만큼 환급금을 덜 받는 것에 동의한 사람에게만 아파트 열쇠를 내주는 바람에 입주민들이 이사의 즐거움을 빼앗겼다고 보도했습니다. 뉴스에 따르면 이런 조건을 다는 것이 절차상 하자는 아닙니다. 그렇다면 메인뉴스의 기사로서 적합하지 않습니다.
SBS 뉴스는 22일 국회에서 미디어 관련법들이 통과됨으로써 앞으로 미디어 산업에 어떤 변화가 올 것인가를 전망했습니다. 이것은 미디어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일반 시청자들을 위해서도 중요한 정보들입니다. 그러나 뉴스는 방송법의 가결 선포에 대한 합법성 시비가 제기되어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정치적 후폭풍과 관련해서도 구체적인 분석과 전망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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