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을 무상으로 내줬더라도 사실상 증여자의 이익만을 위해 무리한 조건을 달았다면 이를 기부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박일환 대법관)는 김모씨가 우모 씨를 상대로 낸 소유권 이전등기 말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7일 밝혔다.
김 씨는 공익법인 C재단 이사 이모씨로부터 '재단이 S대학 인수와 학교법인 설립을 추진 중인데 일이 성사되면 김씨 형제를 대학 상임이사와 학장에 임명해 주겠다' 는 제안을 받고 이런 제안이 성사되지 않으면 증여재산을 돌려받기로 약정을 맺고서 2004년 12월 충남에 있는 땅 2천500여㎡와 창고 등을 재단에 넘겼다.
우 씨는 재단으로부터 이 부동산을 사서 자신 이름으로 소유권 등기를 이전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외형상 무상 취득 형태로 얻었더라도 전적으로 증여자의 이익을 위한 것이거나 법인에 지나친 의무를 지우는 조건이 붙어 있다면 이를 기부 등으로 확보한 재산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김 씨 형제가 이사와 학장으로 취임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증여된 부동산을 반환하게 하는 등의 조건은 재단 설립 목적과 별 관계없이 이들의 학교 인수를 위해 재단에 지나친 부담을 주는 것"이라며 "해당 부동산이 무상 취득이나 기부로 얻어진 재산이라 전제한 원심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재단이 애초에 학교법인 설립 계획이 없었다는 것을 알게 된 김씨는 공익법인이 기부 등으로 얻은 재산을 처분할 때 주무관청의 허가를 받도록 한 공익법인의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 등을 어기고 부동산을 처분했다며 절차를 문제 삼아 우씨 명의의 등기를 말소하라고 소송을 냈다.
앞서 1, 2심 재판부는 재단이 무상으로 토지와 건물을 얻었다는 점에 주목해 해당 부동산을 기부로 얻어진 재산으로 봤으며, 관청의 허가 없이 이를 우씨에게 판 행위가 무효라고 판결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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