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드레스덴 엘베 계곡'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지 불과 5년 만에 그 자격이 박탈됐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WHC) 제33차 회의는 26일(이하 한국시간) 스페인 세비야에서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 목록'(이하 위험 세계유산) 심사를 계속한 결과 엘베 계곡을 표결 끝에 세계유산 목록에서 '삭제'(delete)하기로 결정했다.
세계유산 목록 삭제는 '자연유산'인 오만의 '아라비안 영양 보호구역'에 대한 2007년 결정 이후 통산 두 번째이며, '문화유산'으로서는 첫 번째다. 유네스코 유산은 인류 활동의 흔적을 대상으로 한 문화유산과 자연활동의 결과인 자연유산, 그리고 두 가지를 겸한 '복합유산'의 세 가지로 나뉜다.
'아라비안 영양 보호구역' 삭제는 당사국인 오만의 요청에 의해 이뤄졌으며 WHC가 자발적으로 세계유산 목록 삭제를 결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WHC는 세계유산 등재 구역 중심지에 독일 드레스덴 시 당국이 추진하는 대규모 교량 건설이 이 문화유산의 역사적 가치를 크게 훼손시킨다는 이유로 이같이 결정했다.
삭제 방침에 맞서 독일 측에서는 헬마 오로츠 드레스덴 시장과 주유네스코 대사 등이 나서 변론을 벌였으며, WHC 위원국인 이집트는 "엘베 계곡의 세계유산 목록 삭제를 1년간만 연장하자"는 수정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WHC는 먼저 이집트의 수정안을 당사국인 독일과 제안국인 이집트를 제외한 19개국 표결에 부친 결과, 찬성 7표, 반대 14표로 부결 처리했다.
이어 엘베 계곡을 세계유산 목록에서 삭제한다는 원안을 다시 위원국 전체 표결에 부쳐, 14표 찬성, 기권 2표, 반대 7표로 목록 삭제를 최종 확정했다.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전택수 사무총장은 "교량 건설이 엘베 계곡의 세계유산적 가치를 반감시키는 것은 분명하지만, (교량 건설로 훼손되는 역사적 가치) 20% 때문에 (그렇지 않은) 80%의 역사적 진정성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로 목록 삭제 반대 의견을 표명하기도 했다.
엘베 계곡의 세계유산 목록 삭제가 결정되는 순간, 이를 지켜본 독일의 일부 교수와 시민단체 회원들이 환성을 지르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조선왕릉'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해 이번 회의에 파견된 문화재청 국제교류과 채수희 서기관은 "21개 위원국 상당수가 이번 기회에 세계유산 보존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고 공감했으며, 이런 분위기가 표결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국측 수석대표인 이건무 문화재청장 또한 "정치, 경제 혼란이 심한 제3세계가 아니라, 선진국인 독일의 세계유산이 목록에서 삭제된 일은 우리에게 타산지석의 교훈을 준다"고 말했다.
(세비야=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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