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라고 나라 지키지 말라는 법 있나요"
서해 외딴 섬 백령도에서 활동하는 여자 예비군이 올해로 창설 20주년을 맞았다 .
백령도 여자 예비군은 북한 땅을 코 앞에 둔 지리적 특성 때문에 응급처치, 식량보급 등 후방지원의 필요성이 일찍부터 대두됐던 1989년 4월25일, 전국 최초로 창설됐다.
육지에서는 이미 여러곳에 여자 예비군이 있지만 인천 앞바다 도서지역에서는 서해 최북단 백령도와 대청도(1991년 창설)에만 여자 예비군이 있다.
80년대 '내 고장은 내가 지킨다'는 충정심으로 똘똘 뭉친 25명의 부녀자로 발족 한 백령도 여자 예비군은 이후 백령도에 주둔하는 군가족과 지역민의 자발적 참여에 힘입어 42명으로 늘어나면서 크게 성장했다.
이들은 30대 초반에서 50대까지 폭넓은 연령대를 형성하고 있고 직업도 가정주부, 보험설계사, 학원 원장, 슈퍼마켓 주인, 주유소 직원 등으로 다양하다.
평소에는 가정과 직장에서 생업에 종사하다가 연 1차례 해병대에서 소집하는 사격대회와 향토방위 훈련 등에 빠짐없이 참가해 국토수호의 의지를 다지고 있다.
최근 긴장된 남북관계에 대비해 가진 민간 방공호 대피훈련에서도 주민을 이끌며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했고, 일반 남성도 꺼린다는 화생방과 사격 훈련을 두려워 하지 않을 정도로 매사에 열의가 넘친다.
백령도 여자 예비군 김정단(42) 소대장은 "나라와 백령도를 사랑하는 여성들로 구성된 백령도 여자 예비군은 전시, 사변 등 국가 비상사태가 발령되면 군 장병을 도와 부상자 응급처치, 식사 제공 등의 역할을 맡을 각오가 돼 있다"라고 23일 설명했다.
군인인 남편을 따라 백령도에 정착, '새내기 예비군'이 된 문은정(33) 씨는 "섬 바깥에 있을 때는 안보 위협을 느끼기 어려웠는데 막상 백령도에 와보니 북한이 너무 가까워 안일하게 있으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에 예비군에 입대했다"며 "긴급상황이 발생하면 남편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백령도 여자 예비군 소대는 특히 올해부터 홀몸노인을 포함한 소외계층 돌보기, 환경정화 활동 등의 지역 봉사활동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백령도와 대청도 여자 예비군들은 오는 25일 오후 백령도에 있는 해병 부대 사격장에서 남자 예비군, 유관기관 단체장 등과 함께 '6.25 상기 민ㆍ관ㆍ군ㆍ경 안보 사격대회'에 참가, 그동안 갈고 닦은 기량을 마음껏 펼칠 계획이다.
민족 최대의 비극인 한국전쟁 59주년을 앞두고 향토 및 직장 방위의 모범이 되고 있는 백령도 여자 예비군은 창설 20주년을 맞아 필승과 봉사의 의지를 새롭게 다지고 있다.
(인천=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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