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허술하게 작성됐다면 문서 위조죄 안돼"

서울남부지법, 1심 유죄판결 항소심서 뒤집어

'가짜 문서'가 누구나 알아차릴 만큼 허술하게 만들어졌다면 문서 위조·행사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판결이 나왔다.

16일 서울남부지법에 따르면 서울 강서구 A아파트 주민대표회장 신 모(70)씨 등은 주민대표 중 한 명인 안 모 씨와 아파트 운영을 둘러싸고 사사건건 갈등을 빚자 안씨를 주민대표직에서 끌어내릴 방법을 고심했다.

이들은 안 씨가 주민대표 선거 당시 '명문 K대를 졸업했다'는 점을 부각시켜 당선됐다는 점을 떠올리고 K대에 안 씨의 학력 조회를 의뢰했다.

K대는 교무처장 명의로 '학력조회 결과 안 씨가 학적부에 등록돼 있지 않다'는 회신을 보냈으며, 신 씨 등은 이를 '가짜 문서' 제작에 활용하기로 했다.

이들은 '안 씨가 거짓 학벌을 내세워 주민대표에 당선됐으므로 대표직을 박탈한다'는 내용의 공고문을 작성하면서 허위 학력을 설명하는 부분에 K대 교무처장 직인을 오려붙여 복사하고 나서 아파트 10개 동에 뿌렸다가 사문서 위조 혐의로 기소됐다.

남부지법 1심은 이들의 행위를 유죄로 인정하고 20만∼3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했으나 항소심을 맡은 제2형사부(재판장 이승호 부장판사)의 판단은 달랐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문서는 그 내용과 형식에 비춰 K대 교무처장이 작성한 문서로 인식될 여지가 없다"고 판시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형법상 사문서위조죄는 그 명의자가 진정으로 작성한 문서로 볼 수 있을 정도의 형식과 외관을 갖춰 일반인이 이를 오인할 수 있을 정도라야 성립하는 것이라고 재판부는 설명했다.

누가 보더라도 진짜가 아님을 쉽게 알 수 있을 정도라면 문서위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많이 본 뉴스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댓글

    방금 달린 댓글
    댓글 작성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300

    댓글 ∙ 답글 수 0
    • 최신순
    • 공감순
    • 비공감순
    매너봇 이미지
    매너봇이 작동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