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서 수영도 하고 톳도 캤는데..바다만 그대로네요." 나로우주센터 건설로 정든 고향을 떠나야 했던 하반마을 주민들은 우주센터 앞바다를 보며 옛 기억을 더듬었다.
11일 오후 전남 고흥군 봉래면 예내리 나로우주센터 준공식에 초대받은 실향민 30여명은 식이 끝나자마자 짙푸른 바다를 보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집 앞에 있던 소나무는 옛날처럼 푸르렀지만, 금방이라도 손에 잡힐 듯 펼쳐진 바다는 철조망에 막혀 있었다.
친구들과 매일 뛰놀던 하반분교 자리에는 로켓이 조립되고 보관되는 종합조립동이 들어섰다.
고향을 잃은 사람들은 낯선 풍경에 서로 낯설었고, 친구처럼 늘 함께 했던 푸른 바다와 소나무를 보면 가슴이 미어지는 듯 눈시울이 붉어졌다.
최정애(48.여.전남 여수시) 씨는 "어렸을 때 친구들과 바다에서 수영도 하고 해삼이나 미역을 주웠던 기억이 난다"며 "오랜만에 와서 그런지 어디가 어디인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며 아쉬워했다.
하반마을에서 태어나 6남매를 낳아 기른 김소아(81.여수시)할머니는 "고향을 버리고 떠나 늘 고향 사람들이 그리웠다"며 "오랜만에 친구들도 만나 기분은 좋은데, 자꾸 눈물이 난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주 보상 때 마을 이장을 했던 김동민(74.고흥군 봉래면)씨는 "당시 보상가가 제각각이어서 제대로 보상도 받지 못하고 고향을 떠나야 했던 사람이 여럿 있었다"며 "아버지, 어머니, 할머니 묘까지 다 파서 옮겨 불효를 저지른 것 같아 죄송할 뿐"이라고 울먹였다.
김 씨는 그러나 "우주센터가 들어서니 좋기도 한데 고향도 버린 만큼 기왕이면 나로호가 성공적으로 발사됐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실향민들은 우주센터 내 추적동 인근에 망향비 건립을 추진 중이다.
우주센터가 하반마을 주민들을 위해 옛 마을이 보이는 곳에 정자를 세우기는 했지만, 일반인들의 출입이 통제되고 있어 정작 실향민들은 정자를 보지 못했다.
우주강국으로 가는 한국의 큰 발걸음 뒤에는 고향을 잃은 실향민들의 눈물이 있었다.
(고흥<나로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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