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측은 4일 부인 권양숙 여사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받아썼다고 진술한 100만 달러의 용처 확인에 부심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집사람(권양숙 여사)이 받아썼기 때문에 잘 모른다"는 종래 입장에서 벗어나 "가급적 빨리 정리해서 제시하겠다"는 적극적 자세로 돌아선 상태.
노 전 대통령측은 검찰 조사 후 권 여사를 상대로 용처를 구체화하는 작업을 진행중이지만 권 여사의 기억이 불분명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대통령의 변호인인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기억을 잘 못하겠다는 권 여사의 말이 처음에는 대답을 회피하는 것처럼 들렸다"며 "하지만 거듭거듭 얘기해보니까 정말 기억을 잘 못하고 상당히 혼란에 빠진 것 같다"고 전했다.
권 여사는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으로부터 받았다는 3억 원에 대해서도 수수과정이나 용처에 대해 정확한 기억을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100만 달러의 용처가 명확하게 정리되지 못한 채로 검찰에 제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 전 실장은 "빨리 확인해서 확인되는 것은 확인되는대로, 확인이 안되는 것은 안되는대로 제시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며 "100만 달러 용처 전체를 다 파악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할 수 있는 만큼은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측은 용처를 제대로 제시하지 못할 경우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감도 적지 않다.
권 여사가 100만 달러나 되는 돈을 사용했다고 밝혔음에도 구체적 용처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울 뿐더러, 자칫 사실관계를 고의로 숨기려 한다는 의심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또 100만 달러는 용처를 제대로 제시하면 노 전 대통령측의 해명이 설득력을 얻을 수 있는 반면 나중에 해명이 틀린 것으로 드러날 경우, 거짓주장을 했다는 비난에 직면할 수 있는 양날의 칼과 다름없다는 점도 부담스러워 하는 기색이다.
실제로 노 전 대통령은 100만 달러의 용처에 대해 처음에는 권 여사가 미처 갚지 못한 빚을 갚았다고 밝혔지만, 권 여사가 검찰 조사를 받을 때는 빚 외에 아들 유학비나 생활비 등도 포함돼 있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또 노 전 대통령측은 권 여사가 정 전 비서관을 통해 3억 원을 건네받아 사용했다고 설명했지만, 이 돈이 정 전 비서관의 차명계좌에 남아있는 것으로 드러나 진위공방이 생기는 등 해명의 진실성 여부를 놓고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문 전 실장은 "우리도 용처 확인을 제대로 하는 것이 신뢰성 면에서 굉장히 중요한 일이라고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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