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고래잡이를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해 결과가 주목된다.
25일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정부는 1986년 이래 전면 금지된 포경(捕鯨)을 제한적으로 허용하기로 하고 국제포경위원회(IWC)에 포경 허용을 요청할 방침이다.
다만 국제기구의 최종 허용 결정까지는 5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여 조만간 결론이 나지는 않을 전망이다.
◇ 고래잡이 금지 23년째
우리나라는 86년부터 모든 종류의 고래에 대한 포획을 금지했다. '고래의 지속 가능한 이용'을 목적으로 한 IWC가 멸종 위기에 놓인 고래 12종에 대해 상업포경을 유예(모라토리움)하자 아예 모든 고래잡이를 막은 것이다.
그러나 지금도 울산, 포항, 부산 등 일대에선 고래고기가 유통된다. 오래전부터 고래고기를 먹어온 식(食)문화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유통되는 고기는 다른 고기를 잡는 그물에 함께 잡힌, 이른바 혼획된 고래에서 나온다. 하지만 불법 포경도 적지 않을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우리나라의 고래잡이 역사는 유구하다. 영국 BBC 방송은 선사시대 바위그림인 울산 반구대 암각화(국보 제285호) 등을 근거로 "한반도가 세계 최초로 고래잡이를 한 곳"이라고 방송한 적도 있다.
반구대 암각화에는 긴수염고래, 귀신고래, 범고래, 돌고래 등 다양한 종류의 고래 그림과 창, 그물 등으로 고래를 잡는 장면, 고래를 해체하는 모습 등 고래 관련 그림이 58점이나 있다.
울산 장생포에는 1889년 처음으로 고래 해체장이 설치돼 100년 가까이 근대적 포경 활동이 이뤄지기도 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포경 금지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는 이웃 일본보다 더 큰 포경선을 갖추고 활발히 고래잡이를 벌였다"며 "그러나 지금은 단 한 척의 포경선도 남아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 정부 "포경 허용 요청할 것"
정부가 고래잡이 허용을 IWC에 요청하기로 한 것은 여건 변화 탓이 크다. 오랜 식문화를 버릴 수 없는 울산 등 동남해 일대 주민들의 줄기찬 요구도 있었다.
무엇보다 일본이 포경 허용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한국 정부도 운신의 폭이 넓어졌다. 일본은 상업포경이 막히자 그동안 과학적 조사를 위한 고래잡이인 '과학포경'을 통해 고래고기를 공급해왔다.
연간 1천여마리를 연구 목적으로 잡은 뒤 고기는 유통시킨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러다 최근 들어 '연안포경' 허용을 요청하며 국제 사회에서 세를 규합했다. IWC 84개 회원국 가운데 30여개국을 포경 지지국으로 끌어모아 '고래류 지속적 이용에 관한 대표자 회의'를 조직한 것이다.
연안포경이란 고래고기를 먹는 연근해 주민들이 일정 허용량만큼의 고래를 잡도록 하자는 것으로 일본이 고안한 개념이다. 식문화를 이유로 제한적인 포경을 허용하는 '원주민포경'과 비슷하다. 실제 그린란드, 아이슬란드 같은 일부 나라는 '겨울이면 먹을 게 고래밖에 없다'고 호소해 원주민포경을 허용받았다.
일본이 이 조직을 배경으로 '연안포경을 허용하지 않으면 지지국들과 함께 IWC를 탈퇴하겠다'고 강경하게 나서자 미국, 호주, 뉴질랜드 등 포경 반대국이 최근 '논의를 해보자'는 입장으로 돌아섰다. 일본 등이 IWC를 뛰쳐나가면 국제적으로 포경에 대한 통제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일본과 우리나라는 고래 어장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일본이 허용될 경우 사실상 국내의 포경 허용 요구를 막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에 따라 3월 열린 IWC 회의에서 한국도 상업포경 허용에 관심이 있다는 뜻을 밝혔다. 또 6월 열릴 IWC 총회에서도 이 같은 입장을 다시 전달할 방침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그러나 당장 포경이 허용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IWC에 포경 허용을 요청하려면 과학적 근거가 있어야하고 또 IWC도 이 근거를 확인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3년 전부터 한반도 연근해의 고래 35종 가운데 포경 대상이 될 만한 종들에 대해 개체 수를 조사하는 작업을 하고 있으나 5년 분량의 데이터는 축적돼야 과학적 근거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당장은 어렵겠지만 유구한 포경 전통을 되살리고 고래 식문화를 활성화하기 위해 포경 허용을 꾸준히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고래잡이 금지 23년만에 풀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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