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을 먹고 나면 솔솔 잠이 오는 따뜻한 4월의 봄날입니다. 벗꽃은 이제 많이 떨어져 있지만 푸르른 나뭇잎이 이제 곧 여름을 느끼게 해 주기도 합니다.
저는 현재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 와 있습니다. 오늘로 8일째에 접어 들었습니다. 무슨 일로 제가 내려와 있을지는 많은 분들이 예상하시는 바로 그 사건 때문이지요. 이른바 '박연차 게이트'와 관련해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소환조사가 임박했기 때문에 미리 내려와 취재를 하고 있습니다.
지난 주에 이 곳에 올 때만 해도 노 전 대통령은 22일 전후로 소환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는데요. 정상문 청와대 전 총무비서관이 횡령 등 혐의로 구속되면서 29일 재보선 선거 이후로 미뤄질 것 같습니다.
전 대통령의 검찰 소환조사, 1995년 전두환, 노태우 대통령 이후 처음 있는 일인데 이런 상황이라면 이번 사건의 정점에 서 있는 노 전 대통령을 취재하려는 언론사들의 경쟁이야 심해지기 마련이죠. 특히 영상쪽이 격화되었습니다. 이 상황은 여러 언론에도 소개됐었죠.
노 전 대통령은 2주 전부터 자택 정원에서조차 모습을 감췄습니다. 노 전 대통령 측 인사들은 모두 대면 인터뷰를 거부하고 몇몇 사람들에 한해 전화 인터뷰만 허용하는 상황이구요. 하지만 언론의 특성상 중요한 취재대상이 숨으면 숨을수록 취재열기는 더욱 뜨거워지죠. (그것이 옳으냐 그르냐 여부는 추후에 논의를 하고요)
영상기자들은 자택 뒤편에 있는 봉화산 정상에 진을 치고 망원렌즈로 노 전 대통령 자택을 내려다 보기 시작했습니다. 저도 같이 영상기자와 같이 해뜨면 산에 올라가 해지면 내려오는 생활을 며칠 동안은 해야했습니다.
이런 언론의 행동을 지켜보는 주민들은 저희들이 달가울 리 없었습니다. 봉하마을 주민들은 지난 주 토요일(18일) 대대적인(?) 집회를 열었죠. 검찰과 언론이 집중 포화를 맞았습니다. 대통령 자택을 찍는 것은 사생활 침해라며 취재 장소에 농기계와 현수막으로 취재진의 시야를 아예 가려버렸습니다.
공용주차장에 한 언론사가 취재를 위해 천막을 설치했다가 주민들의 거센 항의를 받아 철수했고, 한 언론사는 비바람이 세차던 지난 20일 몰래 주차장에 컨테이너박스를 가져다 놓았다며 주민들이 극렬하게 항의해 몇 시간도 안되어 컨테이너박스를 치워야만 했습니다.
이런 와중에서도 취재진들은 주민들과 실강이를 하고 욕을 먹어가며 산 위에도 올라가고 과수원에도 진을 치며 취재를 벌여왔습니다. 하지만 지난 21일 노 전 대통령이 '저희 집은 감옥입니다. '안뜰을 돌려주세요'라는 글을 접한 취재진은 산을 내려와야만 했습니다.
전 대통령인 당사자가 직접 이렇게까지 이야기하는 상황에서 취재진이 사적인 공간은 돌려주는 것이 좋지 않겠냐고 현장기자들의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하지만 취재 자체를 안할수는 없는 만큼 자택의 뒤뜰이 보이지는 않지만 주민들이 막아놓은 취재장소를 풀어주기로 노 전 대통령측과 신사협정(?)을 맺어 농기계는 현재 없어진 상태입니다.
주민들의 따가운 시선도 지난주보다는 덜해 마냥 자유롭지는 않지만 그래도 주어진 장소에서 현재 국민들이 보는 봉하마을의 표정을 보내드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이인규 대검 중수부장은 '4월은 잔인한 달'이 될 것이라고 말씀하셨죠. 정말로 전직 대통령이라는 신분으로 자신의 집 뜰에도 마음대로 나오지도 못하고 갇혀 있는 사람과 참으로 불미스러운 일로 주민들에게 핀잔을 받아가며 산 꼭대기까지 올라가 전 대통령을 취재해야만 하는 취재진 모두에게 이래저래 4월은 '잔인한 달'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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