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까지 "2000년 전에 등록한 노후차량을 교체할 때 신차의 취득세와 등록세, 개별 소비세의 70%까지 감면해준다"는 기사가 상당히 관심을 모았습니다. 5월부터 12월까지 한시적으로 시행한다고 했죠.
그런데 갑작스레 청와대와 지식경제부에서 보도 자제를 요청하고 나섰습니다. 이젠 제도 시행 여부와 실시 시기까지 모든 게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 돼 버렸습니다.
어제 청와대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논의된 방안이고, 브리핑 자료까지 돌렸던 사안인데 왜 갑자기 보도 자제를 요청했을까요. 4월 2일 예정된 EU와의 FTA 협상 때문일까? 아님 다음주 개막하는 G-20 정상회담 때문일까?
사실 지금 세계 지도자들은 한결같이 글로벌 경기침체를 벗어나기 위해 제일 피해야 할 것으로 '보호 무역주의 부활'을 꼽고 있습니다. G-20 정상회담에서도 어떻게 하면 보호 무역주의를 막을 수 있을까가 가장 중요한 논제가 될 겁니다.
보호 무역주의... 왜 무서울까요? 과거의 아픈 기억이 있습니다. 지난 1929년부터 1931년까지 세계는 경기침체를 겪었습니다. 하지만 '대공황'은 아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미국인들이 자국의 근로자를 살리자며 2만개 외국 상품에 관세를 20%나 올리자는 '스무트 할리 법'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값싼 외국 제품이 없어지면서 오히려 미국민들이 생활이 더 궁핍해졌고, 유럽 국가들도 무역 장벽을 높여갔죠.
결국 미국의 유럽제품 수입규모가 13억 달러에서 3년 뒤 4억 달러 정도로 줄고, 유럽의 미국제품 수입규모도 23억 달러에서 8억 달러로 줄었습니다. 1929년부터 1934년까지 세계 무역의 66%가 증발해 버렸습니다. 이게 대공황을 불러온 겁니다.
지난 14일 G-20 재무장관 회의 성명서 가운데 한 구절입니다.
"모든 형태의 보호무역주의에 대항하고, 자유로운 무역 및 투자환경을 유지하는데 전념할 것"
왜 이런 구절이 나왔을까요? 겉으로는 '보호무역 안된다'고 하면서 세계 각국에서 슬며시 '보호무역주의'가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아예 지난 2월 16일 '바이 아메리칸'을 천명했습니다. 경기부양법안에 따라 돈을 투입하는 공공사업엔 미국제품만 쓰겠다는 겁니다. 오늘 한국산 철강판제류가 미국에서 반덤핑 최종판정을 받았습니다. 미국산 철강에 대해 가격경쟁력을 잃게 됐습니다.
미국은 또 자동차 산업을 살리겠다며 GM과 크라이슬러에 174억 달러의 자금을 지원하기로 결정했고, 조만간 추가로 2백억 달러 이상을 또 지원할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 정부가 자국 자동차 산업을 직접적으로 지원하면 그게 바로 불공정거래를 일으키는 거고, 결국 보호무역주의라고 볼 수 있는 거죠.
영국 정부도 자국 자동차 회사에 대해 13억 파운드 규모의 대출 보증을 해줬고, 일본과 중국, 인도도 자동차 세제 인하를 실시하거나 추진중입니다. 독일은 오래된 차를 바꾸면 최대 2,500유로를 지원하기로 했고, 러시아는 1월에 수입 자동차의 관세율을 올렸습니다.
사실상 '보호무역'이 살아난 거죠.
현정택 인하대 교수(전 KDI 원장)의 진단입니다.
IMF, 오바마 미국 대통령, 고든 영국 총리, 이명박 대통령 모두 공개적으로 보호무역주의의 부활을 반대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예전처럼 드러내놓지 않고 미국의 바이 아메리칸 등 실제적 보호무역주의가 살아난다는 겁니다. 미국 정부는 GM, 크라이슬러를 노골적으로 지원하고 프랑스 정부도 르노를 지원합니다. 한국에서도 GM 대우를 지원해달라는 움직임이 있죠.
고든 브라운 영국수상이 보호무역 안된다고 연설하는 자리였습니다. 한 청중이 손들고 질문했습니다. "왜 당신 정부는 영국 은행에서 외국인 고용자 내쫓았는가?" 아무 말도 못했다고 합니다.
세계은행 보고서에 의하면 G-20 나라 가운데 17개국이 보호무역 주의를 실제로 취한다고 합니다. 한국도 물론 속해 있습니다. 유럽 쪽에서도 한국이 보호무역 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가 고용을 지원하거나 자동차 부품산업을 지원한다고 주장하고 있죠.
노골적으로 관세를 올리는 나라는 러시아 정도이고, 수출 보조금 주는 나라도 서너개, 나머지는 국내산업 지원 형식으로 보호무역을 하고 있다는 겁니다.
1930년대 공황은 10년동안 지속됐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더 길게 갈 수도 있습니다. 각 국이 자제력을 지켜야합니다. 실제로 중요한 것은 미국과 중국, 유럽의 자제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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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경제부 산업팀에서 활약 중인 홍순준 기자는 삼성.LG등 전자업계와 공정위, 소비자원을 출입하고 있는 고참 기자입니다. 1995년 입사 후에는 사회부, 정치부 기자로 잔뼈가 굵었고 사건팀의 리더인 '시경 캡'을 지내기도 했습니다. 특유의 돌파력과 폭넓은 취재로 보내오는 기업 내면의 깊은 이야기들이 기대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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