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포항에 있는 6.25 전사자 유해발굴본부.
한국전쟁의 격전지였던 이 지역의 유해 발굴을 앞두고 사전 점검이 시작됐습니다.
[유해가 나올 시에는 팀장과 국방부유해발굴 감식단원에게 바로 전파될 수 있게 한다.]
이곳 발굴팀은 국방부와 해병대 발굴팀, 지원 병력 등 82명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유해발굴팀이 도착한 곳은 포항의 도음산.
6.25 당시 남쪽으로 밀고 내려오던 인민군과 국군이 일진일퇴를 거듭한 곳입니다.
국군 92명이 전사했고, 5백여 명이 실종됐습니다.
[강송구 중령/포항 유해발굴지원 부대장 : 주변 지형 중에서 최고 높은 산이고, 이쪽 도음산을 점령하기 위해 치열한 공방전이 진행이 됐죠.]
전사자 유해발굴을 하려면 우선 매몰지역을 정확히 가려내야 합니다.
증언과 과거 전투기록 등을 면밀히 검토한 뒤 유해가 있을 만한 호, 즉 구덩이를 찾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김영원 일병/해병대 발굴팀 관할 지구대 경찰관 : 더 이상 삽이 들어가지 않을 때까지 계속 파야합니다.]
발굴 3시간째.
[여기 탄피 나왔다.]
[전투화 나왔다.]
유해가 있을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발굴 작업 8시간째인데요.
일단 해가 지기 전에 작업을 마쳐야 하기 때문에 오늘은 이만하고 내일 다시 시작해야할 것 같습니다.
이튿날 아침 유해 일부가 속속 발견됩니다.
59년 전 치열하게 싸우다 장렬히 전사한 병사의 유해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입니다.
[이준하 중사/국방부 유해발굴팀장 : 칼빈탄피(미국산)도 나오는 걸 봐서는 현재 저희들이 봤을 때는 아군일 가능성이 많습니다.]
도음산에서 차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경북 청송의 한 산자락.
경사면 바위 사이에서 해병대원으로 추정되는 유해가 발굴됐습니다.
한국전쟁 당시 전사한 전우들을 묻어줬던 탁학명 할아버지가 현장을 찾았습니다.
[탁학명(86)/참전 해병대원 : 어디서 적이 나타날지 모르는 상황이라 감시하는 보조를 세워놓고 파고 묻었단 말이에요. (유골이 나오기 시작했을 때 어떤 기분이 드셨어요?) 말할 수도 없죠. 머리가 쫑긋하고 가슴이 두근두근하고 그렇지. 안 그렇겠어요? 눈물이 나올 정도지.]
발굴된 유해는 기록으로 남겨집니다.
[장유량/감식관 : 두개골이 원래 위쪽에 있어야 하는데 흘러내려 온 상황이죠. 발굴된 기록을 보면 굉장히 가슴 아픈 경우가 많고.]
국방부는 전쟁이 끝난지 50년이 다 된 지난 2000년이 돼서야 본격적인 유해 발굴에 나섰습니다.
50년을 무관심으로 방치했습니다.
전체 발굴대상 13만여 구 가운데 지난 18일까지 2%인 2,888구가 수습됐지만 신원이 확인된 건 74구에 불과합니다.
올해는 전국 38개 지역에서 발굴작업이 진행됩니다.
[박성진 병장/국방부 유해발굴팀 : 한 달 가까이 작업해도 유해가 안 나올 때 있고 전쟁에 나가서 아직도 조국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걸 보면서 굉장히 안타깝고.]
1973년부터 전세계 4곳을 거점으로 전쟁 실종자를 찾고 있는 미국.
미국은 전사자의 치과 진료기록과 전투 기록 등 과학적인 자료로 유해를 발굴하고 신원을 확인하고 있지만 우리는 제보와 증언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유영만 소령/해병대 유해발굴반장 : 유해 발굴에 어려움이 굉장히 많은 게 사실입니다. 지역을 증언해 주실 분들이 고령화되셨고, 또 지형변화가 많습니다.]
미국은 북한에 2천2백만 달러나 주며 북한에 묻혔던 미군 유해 229구를 수습했습니다.
여기에 비하면 우리의 유해발굴은 한참 뒤져있어 아직 시작에 불과합니다.
[여기 아무도 찾는 사람 없고, 아무도 보는 사람 없는 여기 얼마나 쓸쓸하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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