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뉴스>
<앵커>
성형 등 외과 수술 때 많이 쓰는 수면 마취제인 '프로포폴'이란 약이 있습니다. 잘못 쓰면 사람이 죽을 수도 있는 대단히 위험한 약물인데 최근 피로 회복제처럼 마구 남용되고 있습니다.
기동취재 심우섭 기자입니다.
<기자>
서울의 한 성형외과 병원입니다.
피로 회복을 위해 프로포폴이라는 수면 마취제를 맞을 수 있는지 물었더니 돈만내면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A성형외과 의사 : 가능은 하죠.
10만원에 두시간 정도면…예약을 하시고.]
다른 병원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부작용을 걱정하자 문제 없다며 안심시킵니다.
[B피부과 의사 : 저희가 수천명 넘게 해봤는데 뭐 위험하거나 그런 건 아니에요.]
프로포폴은 마취나 진통 효과가 뛰어나 성형외과와 피부과, 치과 등에서 많이 처방하는 수면 마취제입니다.
특히 유흥업소 종사자들 사이에서 피로 회복에 좋다고 알려지면서 남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마약처럼 환각 작용이 나타나기도 하고 중독에 빠질 위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합니다.
[김진경/삼성병원 마취의학과 전문의 : 환자에게 줘 보면 굉장히 수다스러워지고 말을 많이 하게 되고, 본능이 나온다고 해야하나요.]
전문가들은 또 환각 효과뿐 아니라 마취 효과가 강해 생명에 치명적일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마취과 의사 : 약을 주입만 하고 철저한 감시가 없고, 환자의 반응을 살피지 않는다면 환자의 상기도 폐쇄도 일으킬 수 있고요,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환자의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1월 경찰 대학을 수석으로 입학했던 20살 윤 모 씨가 서울의 한 치과에서 턱 수술을 앞두고 숨졌습니다.
프로포폴로 마취를 하면서 기도가 막혀 닷새만에 숨졌다고 유족은 주장합니다.
[고 윤 모 씨 어머니 : 모든 귀여움을 다 떨고, 엄마 손을 잡고 자던 아들이 세상에 없다는 게 얼마나 슬픈 줄 알아요?]
그러나 아직까지 관리기준은 물론 실태파악조차 미흡한 실정입니다.
[이광순/식약청 마약오남용의약품과장 : 현재까지는 프로포폴을 마약으로 관리하고 있는 나라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전문가 자문을 통해서 향정신성 의약품으로 규제 여부를 신중히 검토하도록 하겠씁니다.]
잠자는 듯 죽음에 빠져들게 하는 수면마취제, 대책없는 오남용으로 또 다른 희생자를 키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