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여의도 박 반장] 호환, 마마 보다 더 무서운 것은?

정치부 박병일 기자입니다.

2월 임시국회가 화려하게 막을 내렸습니다. 여야가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주면서 말이죠.

요즘 재미있는 영화들이 많이 나옵니다. 흥행한 영화들을 보면 여지없이 2편, 3편이 나옵니다.

레이더스는 20년 만에 4편이 제작됐습니다. 록키도 그러했습니다만 둘 다 흥행에 실패했습니다. 재미가 있고 소재가 무궁무진하면 <007시리즈>마냥 10편 넘게도 제작합니다. <반지의 제왕>은 아예 처음부터 3편으로 만들어 해마다 장사를 했습니다. <007시리즈>는 주인공만 같을 뿐 매번 다른 스토리 라인으로 구성되죠. 전편에서 보여주지 못한 것들을 보여주려고 각종 첨단 무기가 등장합니다.

연말연시 국회가 1편이라며, 이번 2월 임시국회는 2편입니다.

1편에서 보여주지 못한 것들이 2편에 많이 등장했습니다. (이전 글에서 일부 소개) 기습상정, 위원장 석 점거, 날치기 처리, 의원과 보좌관의 격투기, 의원과 경위 사이의 발길질...  

흔히들 싸움 구경과 불구경은 돈을 내고서라도 앞자리를 잡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최근 뉴스 시청률을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국회에서 싸움이 벌어지는 장면을 보도해도 시청률이 평행선을 그리거나 오히려 떨어집니다. 연말연시 국회 때는 싸움이 나면 시청률이 올랐습니다.

1편에서 볼 만한 것은 다 봤으니 2편의 격투 장면이 그다지 신선치 않아서일까요? 1편의 격투기에 비해 2편의 격투기가 약해서일까요?

망치와 전기톱, 소화기가 총 동원됐던 1편을 봤으니 그럴 만도 하겠습니다.

그동안 방송이 국회를 표현해온 용어가운데 주로 써 온 것이 '구태 정치', '파행 국회', '방탄 국회', '정쟁 국회' 뭐 이런 수준이었습니다.

이제는 드디어 '막장국회'라는 용어까지 등장했습니다. 

석탄 공사 사장이 "막장에서 일하는 우리 광부들의 분노를 일으키게 한다"며 언론사에 '막장'이란 용어를 자제해 달라는 공문을 보냈다고 합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백번 지당한 말입니다. 국회가 '막장'이라면 우리 국회의원들이 '광부'라는 얘기인데, 많지 않은 보수를 받으면서 그 위험한 곳에서 땀 흘려가고 있는 광부 여러분들에 대한 모독입니다.

세비가 아깝다는 말은 오래 전부터 나왔고, 이제 의원들 스스로도 세비를 반납해야 한다는 자성론이 나옵니다. 물론 말로만….

한바탕 여야가 격렬하게 싸우고 난 뒤 다시 카메라 앞에서 웃으며 악수를 나눕니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국민들 실망시켜서 죄송하다며 다음부터는 절대 그러지 않겠다고 다짐합니다. 제가 본 것만도 수 십번 째... 

우리 국회의원들은 이런 생각들을 하는지 모릅니다.

"이번에는 욕을 먹더라도 날치기를 하자. 또, 당장은 비난을 받더라도 육박전을 해서라도 법안 처리를 막자.  나중에 국민들에게 잘 설명하면 다 넘어 갈 거다"

우리 국회의원들은 한마디로 관객의 수준을 '초딩' 수준으로 보는 듯 합니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최소한의 신뢰마저 무너 뜨려가면서 과정은 무시한 채 목표 달성만 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면서 국민들을 속된 말로 '졸'로 보고 있습니다.  

비디오를 틀면 여지없이 등장하는 문구는 "호환, 마마 보다 무서운 것은 어쩌고 저쩌고.." 하는 얘깁니다.

우리 국회가 호환 마마 보다 더 무서워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이미 외면을 넘어,,, 불신을 넘어,, 혐오 수준에 달한 국민의 분노입니다.

 

[편집자주] 10년전 '출동 코끼리 기자' 또 '박병일 기자의 현장출동!' 등에서 맹렬하고 거침없는 시사고발 취재로 이름을 날렸던 박병일 기자는 현재 차장이 되어 정치부 여당팀의 현장팀장으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특유의 날카로운 시선에 이제는 연륜까지 더해진 깊이있는 정치 기사가 기대됩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많이 본 뉴스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댓글

    방금 달린 댓글
    댓글 작성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300

    댓글 ∙ 답글 수 0
    • 최신순
    • 공감순
    • 비공감순
    매너봇 이미지
    매너봇이 작동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