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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직권상정' 24일 지도부회의서 결정

민주, 고흥길 "오늘 청심환 준비않았다"에 방심

2월 임시국회의 최대 쟁점인 미디어관련법의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이하 문방위) 상정은 한나라당의 치밀한 계획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문방위원장인 한나라당 고흥길 의원은 25일 오후 전체회의에서 갑자기 "22개 미디어 관련법을 전부 일괄상정할 수밖에 없다"고 선언했고 민주당은 순식간에 벌어진 상황에 손쓸 겨를조차 없었다.

민주당이 이처럼 속수무책으로 허를 찔린 이면에는 한나라당의 은밀한전략이 숨어있었다.

고 위원장이 법안상정 직후 '미디어관련법 상정에 대한 입장'이라는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나경원 간사 등 한나라당 문방위 소속 의원들이 곧바로 성명서를 발표한 것은 이를 방증한다.

우선 기습상정의 'D-데이'를 결정한 시기는 이상득 의원 등이 이날 오전 최고.중진회의에서 법안처리에서 강경한 주문을 하면서 기류가 바뀐 것이 아니라 하루전에 이미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한 고위관계자는 26일 "국회 대표실에서 24일 오후 박희태 대표와 홍준표 원내대표, 임태희 정책위의장, 고흥길 위원장, 주호영 원내수석부대표 등과 모여 미디어관련법을 상정하기로 최종적으로 결정했다"고 밝했다.

미디어관련법에 처리를 둘러싼 강.온 기류가 혼재하는 상황에서 당의 응집력을 높이고 향후 불협화음을 최소화하기 위해 비밀리에 긴급회의를 개최했던 것.

회의 참석자들은 기습상정 결정을 철저히 함구했고 한나라당 문방위 소속 의원들도 일부만 이 사실을 알고 있었을 정도로 철통같은 보안이 이뤄졌다.

이와 관련, 청와대와 당초 기습상정을 반대한 것으로 알려진 홍준표 원내대표가 직권상정을 주도했다는 분석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한 중진의원은 "이상득 의원이 직권상정을 결정한 것이 아니라 청와대와 홍준표 원내대표가 그림을 그렸고 고 위원장에게 '오더'가 내려진 것"이라고 말했다.

집권 2년차를 맞아 가시적 성과물을 내려는 청와대와 법안처리에서 민주당의 비협조적인 태도를 돌리기가 어렵다고 판단한 홍 원내대표의 합작품이라는 얘기다.

여기에 법안상정의 키를 쥔 고 위원장의 '애매모호한' 태도는 민주당의 판단을 흐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고 위원장은 지난 19일 미디어법 상정의 강행을 시사하는 발언을 하면서 긴장감을 높여나갔지만 정작 '거사'를 하루 앞둔 24일 "홍 원내대표가 만류하고 있다"면서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또 기습상정 당일인 25일 오전에는 법안상정에 대해 "상황을 지켜봐야 하고 최대한 인내하겠다"고 말한데 이어 오후 전체회의에서도 "내일 회의에서 안건상정을 논의할 수 있다", "오늘은 우황청심환을 준비하지 않았다" 등의 발언으로 민주당을 안심시켰다.

문방위 소속인 한 의원은 "고 위원장이 라디오, 언론 등에서 어정쩡한 태도를 보인 것은 모두 전략이었다"고 전했다.

결과적으로 한나라당 입장에서는 법안상정 작전이 성공하면서 지난 해 12월 야당의 본회의장 점거를 막아내지 못해 정국운영에서 주도권을 빼았겼던 쓰라림을 민주당에 되돌려준 셈이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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