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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부녀자 구출에 '무모한 작전' 논란

피해자 안전대책 없이 작전수행…'닭쫓던 개' 신세

'위치추적장치(GPS)가 부착된 돈가방에 7천만원 어치의 위조지폐를 넣어 납치범을 검거한다'

경찰이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수사기법을 지난 10일 발생한 부녀자 피랍사건의 범인 검거 과정에서 사용했지만 영화에서와는 달리 허망한 실패로 끝났다.

납치된 부녀자는 무사히 돌아왔지만 하마터면 치명적인 위험에 빠질 수도 있었다는 점에서 경찰의 소홀했던 피랍자 안전대책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13일 서울 양천경찰서에 따르면 모자와 마스크를 착용한 남자 2명이 강서구의 한 제과점에 침입해 현금 80만원을 빼앗은 뒤 주인 A(39.여)씨를 승용차로 납치해 달아난 것은 지난 10일 밤 11시40분께.

범인들은 11일 새벽과 오전에 세 차례에 걸쳐 A씨 휴대전화를 이용, A씨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현금 7천만원을 준비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경찰은 서울지방경찰청 수사요원의 협조를 받아 피해자의 안전을 확보하는 동시에 범인도 검거할 방법을 고민한 끝에 한 가지 묘안을 떠올렸다.

1만원짜리 위폐가 7천장 든 돈가방에 GPS를 부착해 범인에게 건네는 것.

범인들이 원하는 돈을 쥐여줘 피해자에 대한 위해를 막을 수 있는데다 돈을 받아 달아나는 사람을 추적해 일망타진하겠다는 단순한 생각이었다.

같은날 오후 2시께 위폐가 든 골프보조가방이 남편을 통해 오토바이를 탄 용의자에게 전달되자 일반인으로 위장한 경찰관들은 곧바로 오토바이 4대와 영업용 택시 2대, 승용차 6대에 나눠 타고 추격했다.

신호대기 중에 용의자와 나란히 서는 순간도 있었지만 경찰관들은 끝까지 검거를 자제한 채 추격을 계속했다.

그러나 추격전은 양천구 목동의 한 도로변에서 20여분 만에 허무하게 막을 내렸다. 용의자가 신호를 무시한 채 내리막길을 내달려 골목길로 사라지자 교통체증으로 도로에 갇힌 경찰이 추격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던 것.

위폐가 담긴 가방은 2시간 뒤인 오후 4시께 접선 장소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신도림 공구상가 인근 주차장에서 발견됐다. 경찰이 부착한 GPS를 그대로 남겨둔 채 가방에서 돈만 빼낸 상태였다.

천만 다행히도 피해자 A씨는 2시간 뒤인 오후 6시30분께 경기도 광명의 한 도로변에 내려지면서 무사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

이와 관련, 경찰 관계자는 "범인들이 순순히 여성을 풀어준 점에 비춰 챙긴 돈이 위폐라는 것을 알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은 이번 피랍자 구출작전을 수행하면서 완전히 '아마추어같은' 실수를 여럿 범했다는 지적을 면키 어렵게 됐다.

우선 오토바이를 탄 용의자가 경찰의 추격을 알았더라면 피해자에게 어떤 위해가 가해졌을지에 대한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않았다는 점.

이 용의자가 돈을 갖고 달리던 20여분간 범인 중 다른 한명은 피해자 A씨와 함께 다른 곳에서 머물고 있었기 때문이다.

경찰은 또 위폐를 전달한 뒤 범인을 추격하겠다는 결정을 하면서 추격에 실패할 경우 발생할 불상사에 대해서도 미리 생각하지 못했다.

경찰 추격을 따돌리는데 성공한 범인들이 위폐라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기에 망정이지 만약 자신들이 농락당한 사실을 알았더라면 피랍자가 무사히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었는데 이 부분에 대한 인식이 없었던 것이다.

경찰은 실제로 이에 관한 기자들의 질문에 "그럴 수도 있겠다"고 단순하게 대답, 이번 작전이 극도로 무모했음을 자인했다.

아울러 경찰은 돈가방이 버려지기까지 2시간가량 추적할 시간이 있었지만 범인들의 소재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등 수사역량에도 한계를 드러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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