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략적인 내용은 지난 5일 김윤수 기자의 리포트에 잘 정리돼 있습니다. 헌재의 헌법 불합치 결정에 따라, 여야는 그동안 재외국민투표의 범위와 대상에 대해 논란을 벌여 왔습니다. 그 논란의 핵심 가운데 하나는 지역구 국회의원에 대한 투표권을 부여할지 여부였습니다. 유학생등과 같이 국내에 주민등록이 있는 해외 일시체류자의 경우 (선관위 추산 124만명)는 대선과 총선(지역구+비례대표)의 투표권을 갖게 됩니다. 다만, 영주권자와 같이 해외 이주자의 경우(선관위 추산 116만명)는 대선과 비례대표 총선에는 참여할 수 있지만 지역구 총선에는 투표권을 갖지 못합니다.
여야가 설명하는 이유는 이렇습니다. 해외 일시체류자와 달리 영주권자 같은 해외 이주자의 경우는 지역구에 대한 연고성이 없을 뿐더러 지역구 현안과 후보자에 대한 이해와 정보가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지역구 선거권을 줄 수는 없다는 얘기지요. 일견 타당해 보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공직선거법이 개정되면서 해외 영주권자라고 하더라도 국내에 입국해 거소 신고를 할 경우에는 지역구 총선은 물론이고 교육감 선거와 지방선거 참정권 등 모든 투표권을 갖게 됩니다. 거소신고자의 투표 참여 범위를 해외 이주자까지 넓히면서 내국인과 똑같은 권한을 갖도록 개정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기게 됩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5년 전 호주 시드니로 이민한 A씨는 국내 출신 지역에 대한 애착이 강해 국내 신문은 물론 지역 레터까지 구독하고 있다고 칩시다. 지역발전을 위해 다달이 발전 기금도 제공할 만큼 지역 현안에 관심이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하지만 A씨는 지역구 총선에 참여할 수 없습니다.
반면, B씨는 10년 이상 미국에서 영주권자로 살아 왔습니다. 그러다가 국내에 사업상의 이유로 일시 귀국해 거소 신고를 했다고 칩시다. 자신이 미국에 이민가기 전에 30년간 살았던 동네가 종로인데, 사업 필요상 거소 신고를 한 곳은 부산이라고 칩시다. 이 경우 B씨는 지역구 투표권을 갖게 됩니다. 물론 재보선에서도 투표권을 갖게 되며, 교육감 선거와 부산시장 선거에도 참여할 수 있게 됩니다. 물론 그런 사람들이 투표권을 행사하겠느냐는 논란은 남지만 적어도 법 체계상 앞서 제기한 문제는 남게 됩니다. 결코 지엽적인 문제라고 돌릴 문제가 아닌 원칙의 문제에 맞닥뜨리게 됩니다.
자..이번에는 보다 일반적인 문제점들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240만명으로 추산되는 19세 이상 재외국민들은 선거 개시전 150일~60일 사이에 해외 공관에 방문해 재외선거인 등록을 신청해야 투표에 참여할 수 있게 됩니다. 투표는 선거일 전 14~9일 사이에 하게 됩니다. 국내보다 2주 정도 먼저 하게 된다는 얘기인데, 후보나 정당명이 인쇄되기 전에 투표용지가 해외로 발송되기 때문에, 해외 투표시에는 지지후보나 정당의 이름을 자신이 직접 기입해야 합니다.
국내 선거에서 투표용지의 선에 걸친 0 표시를 놓고도 시비가 일곤 하는데, 정당 이름과 후보 이름을 직접 기입하게 되니 적잖은 논란이 예상됩니다. 이를테면, 해외 장기 체류자들이 한글을 흘려 쓰거나 할 경우 사표로 처리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깁니다. 해외 일시 체류자들은 지역구 총선에 투표할 수 있는데, 총선의 경우 단 세표로도 당락이 엇갈린 전례가 있었던 만큼 투표용지 직접 기입 방법은 충분히 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 하나, 공정한 선거관리가 참으로 어렵다는 점입니다. 해외에서 투표할 경우에 대비해 재외투표 관리관이 선정돼 활동하게 되지만, 국내 에서처럼 제대로 된 선거운동 감시가 가능할지는 미지숩니다. 불법 선거운동에 대비해 국내 공소시효 6개월보다 해외 선거범죄의 공소시효를 5년으로 해놓은 것도 이 때문입니다만, 실제로 외국 투표에서 부정선거가 발생할 경우 이를 단속하는 것은 물론이고 추적해 처벌하기도 쉽지 않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각 후보자는 해외 투표자에 대해 인터넷 홈페이지나 위성방송, 전화를 이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선거운동을 할 수 있지만, 그 후보자가 소속한 정당의 대표나 정당은 그 후보자에 대해 지지 운동을 할 수 없습니다. 해외에서 드는 선거운동의 비용도 보전 받을 수 없습니다.
헌법 불합치 판정에 따라, 여야가 선거법을 바꾸긴 했지만 이처럼 적잖은 문제와 논란이 남습니다. 여야의 득실 계산도 분주합니다. 우선, 해외 장기 체류자의 경우는 아무래도 40대 이상 보수층이 많다는 점에서 한나라당이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반면, 민주당 등 야권은 해외 일시체류자들이 대부분 유학생 등 젊은 층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결코 불리하지 만은 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해외에서 정당이 지부를 두거나 홍보활동을 하는 것은 금지돼 있는 만큼 법 테두리 내에서 어떻게 득표에 유리한 고지를 점할지 벌써부터 머리싸움이 한창입니다.
재외국민 투표권자가 240 만명이라고 하면 실로 대통령 선거의 당락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만한 숫자입니다. 대선인 2012년까지 아직 기간이 남아있는 만큼 여야 모두 관련법을 추가 개정하는 과정에서 또 한번 서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공방을 벌일 것으로 보입니다.
당장, 김형오 국회의장이 제기했던 선상투표 허용문제를 놓고 여야가 정치개혁특위에서 다시 논의하기로 약속한 만큼, 각 당마다 이번 공직선거법등의 개정에 따른 이해 득실을 좀 더 면밀히 따져 본 다음, 선상투표 문제를 논의하면서 추가 개정을 위한 논의에 나설 지도 관심거리입니다.
어찌됐건 간에, 이번에 개정된 재외국민 투표관련법으로 인해 2012년 대선은 새로운 그러면서도 막대한 변수를 하나 추가로 얹어지게 되면서 여야는 물론 언론의 분석에도 상당한 고민거리로 남게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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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10년전 '출동 코끼리 기자' 또 '박병일 기자의 현장출동!' 등에서 맹렬하고 거침없는 시사고발 취재로 이름을 날렸던 박병일 기자는 현재 차장이 되어 정치부 여당팀의 현장팀장으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특유의 날카로운 시선에 이제는 연륜까지 더해진 깊이있는 정치 기사가 기대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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