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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코스트' 논란…위기 몰린 교황 베네딕토16세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대학살)를 부인한 영국인 주교를 복권시킨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유대인의 강력한 반발에 이어 고국인 독일로부터도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이미 지난 4년간의 재임기간에 무슬림, 동성애자, 인디언 원주민 비하 발언으로 위기에 몰렸던 교황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는 상황이다.

◇ 유대인 반발 = 이번 논란은 지난달 24일 로마 교황청이 20년 전 교황의 승인 없이 주교에 올랐다는 이유로 파면됐던 4명을 복권시키면서 시작됐다.

복권된 주교 가운데 영국인 리처드 월리엄슨은 지난달 21일 스웨덴 TV와의 인터뷰에서 "2차세계 대전 당시 나치의 집단수용소에서 목숨을 잃은 유대인은 600만명이 아닌 20만-30만명에 불과하며 가스실에서 죽은 사람은 한명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의 유대교 지도자들은 곧바로 항의의 표시로 교황청과의 공식적인 관계를 무기한 단절하고 특히 3월 2~4일 로마에서 예정된 교황청과 유대교 사이의 회합도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교황은 지난달 29일 주례 접견에서 유대인들과의 완벽하고 의심의 여지가 없는 결속을 강조했으나 윌리엄슨 주교의 복권문제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그러자 자유주의 성향의 저명한 신학자인 헤르만 헤링은 지난 2일 교황의 퇴진을 촉구하기에 이르렀고 교황청의 월터 카스퍼 추기경은 4명을 복권시키는 결정을 하면서 행정적인 실수를 저질렀다고 시인했다.

이번 논란 이전에 교황청과 이스라엘은 교황의 5월 이스라엘 방문 일정을 논의 중이었으나 일정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 "교황이 오히려 독일 이미지 해쳐" = 유대인의 반발이 거세지는 가운데 교황의 고국인 독일에서도 해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알겔라 메르켈 총리는 3일 기자회견에서 윌리엄슨 주교의 복권에 따른 후폭풍이 강하게 불고 있는데도 교황청이 홀로코스트 문제에 관해 충분한 해명을 하지 않고 있다면서 교황이 홀로코스트에 대한 부인을 반대한다는 점을 "아주 명쾌하게"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일 대중지 빌트는 이날 사설에서 "교황이 독일의 이미지에 큰 해가 되고 있다. 만일 독일에서 600만 유대인 대학살을 부인하면 처벌을 받는다"고 보도했다.

독일 출신 교황이 탄생한 4년전 "우리가 교황(We are pope!)"라는 제목을 실었던 이 신문은 "교황이 심각한 잘못을 저질렀다"면서 "그가 독일인이라는 것이 더욱 나쁜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 공식 사과하나 = 베네딕토 16세는 지난 4년의 재임기간에 여러 차례 발언이 문제가 돼 공식 사과를 하는 방법으로 수습한 경험을 갖고 있다.

교황은 2006년 9월 독일 레겐스부르크 대학에서 집전한 미사 강론을 통해 이슬람은 선천적으로 폭력적이라는 14세기 비잔틴 황제의 발언을 인용했다가 궁지에 몰렸다.

소말리아에서 봉사활동을 하던 65세 수녀가 경호원과 함께 무장괴한의 총격을 받아 숨지는 사고까지 발생했다.

공개사과에도 불구하고 이슬람의 반발은 이어지다가 그해 말 교황이 터키 이스탄불의 이슬람 사원인 '블루 모스크'를 방문한 뒤에야 수그러들었다.

2007년 브라질에서 열린 제5회 중남미.카리브 가톨릭 주교회의에서는 유럽 열강들의 식민지화 과정에 대해 "인디언 부족들이 예수를 `조용히 갈망했기' 때문에 유럽 선교사들을 환영했다"고 발언해 문제가 됐다.

교황은 뒤늦게 발언 내용을 수정하고 유럽 정복자들이 저지른 범죄행위를 인정한다는 성명을 내놓아 수습했다.

교황은 또 폴란드에서 스타니슬라브 빌구스 주교를 바르샤바 대주교로 임명했으나 그가 폴란드 공산정권 당시 20년간 비밀경찰의 정보원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곤욕을 치렀었다.

한 달 뒤 빌구스 주교는 대주교 서품식 직전에 사임했고 로마 교황청도 이를 수락했다.

교황은 지난해 말 가톨릭 고위 성직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남녀의 구분을 모호하게 만드는 것은 인간의 자기 파괴를 유발할 수 있다"고 말해 동성애 인권운동가들의 비판을 받았다.

교황은 또 지난해 1월 이탈리아 로마의 라사피엔자 대학에서 강연하려 했으나 교수와 학생들이 "지동설을 주장한 갈릴레오 갈릴레이를 이단으로 판결한 것을 교황이 옹호했었다"는 이유로 반대시위를 벌이는 바람에 방문 자체를 취소하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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