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29일 강원 동해경찰서에는 노모가 집에 돌아오지 않는다는 미귀가자 신고가 접수됐다.
이로부터 9일 뒤 할머니는 근처 마트 지하주차장의 정화조에 빠져 숨진 채로 발견됐다.
마트의 전기배선 담당자인 김모(49) 씨는 지난 7일 변전실 점검을 위해 지하에 내려갔다가 뚜껑이 열려 있는 정화조 앞에 빨간 모자와 효도신발 한 짝이 떨어진 것을 발견, 이상한 생각이 들어 경찰에 신고했다.
아니나다를까 2.3m 깊이의 정화조에는 이모(79) 할머니가 숨져 있었다.
경찰은 "시신을 엑스레이 촬영한 결과, 외상이 없었다"며 할머니가 빈 병 등을 수집하기 위해 종종 지하주차장을 찾았다는 주변의 진술을 토대로 어두운 주차장에서 발을 헛디뎌 정화조에 빠진 것으로 추정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당시 지하주차장에는 불빛이 거의 없어 어두컴컴했으며 정화조 뚜껑이 열려 있었기 때문에 실수로 빠진다해도 이상할 것이 없는 상황이었다.
이런 점에서 어두컴컴한 주차장과 뚜껑이 없는 정화조, 주차공간과 정화조 사이에 안전장치가 전혀 없었던 점 등은 그냥 넘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마트는 얼마 전 철제 정화조 뚜껑을 도둑맞은 뒤 나무판자를 대신 사용해 왔고 이 판자마저도 사고 당시에는 한 쪽으로 치워져 있어 위험 요소인 정화조를 고스란히 방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파트 주민들은 "할머니가 없어지고 가족들이 폐쇄회로(CC) TV를 샅샅이 뒤지는 등 애타게 찾았는데 안타깝다"라고 말했으며 할머니의 노인정 친구들 역시 "일 한다고 노인정에는 거의 얼굴도 비치지 못했는데…"라며 혀를 찼다.
마트 관계자는 "지상주차장이 충분히 넓고 지하와 마트가 바로 연결되지 않아 불편하기 때문에 일반인들은 거의 지하에 드나들지 않고 창고처럼 사용되는 실정"이라면서도 "매장 건물 측면의 출입구는 봉쇄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마트 지점장은 관리 책임 및 유족들에 대한 배상 여부를 묻는 질문에 "주인이 따로 있고 직원들은 말할 입장이 아니다"라면서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강원대학교 법과대학 윤용규 교수는 "건물 소유자는 위험물로부터 사람을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다"며 "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인명 피해가 발생했으므로 형사법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사법절차를 밟을 수 있다고 판단된다"라고 전했다.
한편 경찰은 "추가 수사를 통해 이달 말까지 마트의 과실 여부 등을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춘천=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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