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자동인출기(ATM) 사용이 보편화 되면서 신용카드 등을 노린 강력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으나 정작 ATM기를 설치한 은행은 예방대책 마련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이다.
7일 관련기관에 따르면 ATM기가 설치된 내부에는 이용자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도록 CCTV가 설치돼 있으나 마스크나 모자 등으로 얼굴을 가리면 신원 확인이 어려워 금품을 노린 범죄에 악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달 발생한 군포 여대생 실종사건의 경우 범인이 안산의 한 은행 ATM기에서 실종자의 신용카드를 이용해 현금 70만원을 빼간 것으로 확인됐으나 마스크로 얼굴을 가려 범인의 신원을 확인하는데 실패했다.
최근 연천에서 발생한 20대 여성 납치강도 사건도 범인들이 신용카드를 빼앗아 ATM기를 이용, 현금 90만원을 쉽게 인출했다.
또 지난해 1월 고양시에서는 모자와 마스크를 착용한 범인 3명이 ATM기 CCTV화면을 아예 무용지물로 만들고 현금 4천800만원을 털어 달아나는 등 ATM기를 이용한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 같이 ATM기가 각종 범죄에 악용되자 금융감독원은 2005년 '안면인식부정사용차단' 프로그램 도입을 각 은행에 권고하기도 했으나 은행들은 이를 기피하고 있다.
2006년 국내 한 벤처기업이 마스크나 선글라스, 모자를 착용할 경우 자동으로 거래를 중단하는 'ATM기 얼굴인식 프로그램'을 개발, 특허를 낸 뒤 제품화까지 성공했으나 이를 도입한 은행은 단 한 곳도 없는 실정이다.
이 프로그램은 기존 ATM기를 그대로 이용하기 때문에 1대당 10만원~20만원이면 설치할 수 있지만 은행은 비용만 늘어날 뿐 수입에 별 도움이 안되는데다 고객들이 불편해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설치를 꺼리고 있다.
이 업체 관계자는 "금융기관에 홍보를 했으나 대부분 은행들이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선뜻 나서지 않고 있다"며 "은행마다 7천대 가량의 ATM기를 설치, 7억원~14억원만 부담하면 되지만 먼저 나서서 설치하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프로그램 상용화가 안된데다 ATM기를 이용하는 고객이 불편해할 소지가 있어 일부 은행에서 도입을 검토하다 중단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범죄예방과 범인 검거를 위해서는 과도하게 얼굴을 가린 인출자의 ATM기 사용을 차단하는 프로그램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하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경기경찰청 관계자는 "부정인출 차단 프로그램 설치에 비용이 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은행은 고객의 돈을 보호할 의무가 있고 범죄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감안해서라도 프로그램 설치를 의무화하는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고 밝혔다.
(의정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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