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시장 '대공황'의 신호탄이 된 미국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이 15일로 꼭 석 달을 맞았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 담보대출)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로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 등 대형 금융기관들이 9월 중순 이후 연쇄 도산하면서 '대마불사'(大馬不死)의 신화가 무너진 탓에 전 세계 금융시스템이 마비됐다.
리먼브러더스가 파산 보호를 신청한 지 3개월이 지나면서 금리 인하와 대규모 경기부양 등 글로벌 정책 공조로 금융시장이 다소나마 안정을 찾아가고 있지만 경기침체 공포가 전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 리먼 충격에 코스피 1,000 붕괴= 국내 증시는 9월 15일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신청 충격을 온몸으로 받았다.
리먼브러더스 파산신청 소식이 국내 증시에 처음으로 반영된 9월 16일 코스피지수는 6.10%나 급락했고 변동성이 극대로 확대된 10월 24일에는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던 1,000선이 맥없이 무너져 연중 최저점(종가기준)인 938.75를 기록했다.
이는 리먼브러더스 파산 직전 거래일인 9월12일(9.13∼15일 추석연휴)에 비해서는 36.48%, 리먼브러더스 파산 직후인 9월16일에 비해서는 32.35% 폭락한 수준이다. 특히 코스피지수가 1,000선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05년 6월29일 기록한 999.08 이후 3년4개월 만의 처음이었다.
국내외 각종 정책대응에 코스피지수가 최근 단기 반등하면서 15일 1,158.19까지 올랐지만 9월16일에 비하면 여전히 16.54%나 떨어진 수준이다.
코스닥지수는 이보다 더 큰 폭으로 하락해 9월16일 대비 21.92%나 내려앉았다.
같은 기간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합한 시가총액은 770조5천475억원에서 640조7천289억원으로 줄어 129조8천186억원(16.85%) 증발했다.
특히 10월 외국인의 매도세가 강화되면서 시가총액 대비 외국인의 비중은 유가증권시장에서 9월16일 30.31%에서 12일 기준으로 28.83%까지 줄었다.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12일까지 은행이 포함된 금융업종이 32.3%의 업종지수 하락률을 기록하며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건설(-27.59%)과 섬유의복(-29.89%), 종이목재(-30.81%), 유통(-28.88%) 등도 직격탄을 맞았다.
반면, 경기방어주가 집중된 전기가스(-2.34%)와 통신(-3.61%)은 선방한 편이며 의료정밀업종은 3.61% 상승했다.
◇ 충격 진정에도 경기침체 공포는 여전 = 국내 증시는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을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지만 다소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최근 연이은 반등으로 1,150선을 회복했고, 외국인의 순매수세와 원·달러 환율 하향 안정세에 추가 반등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에 대한 CDS(신용부도스와프) 프리미엄도 10월 말에는 700bp(1bp=0.01%)에 육박했지만 최근에는 380bp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는 실물경기 침체로 이전됐다. 금융위기 대신에 글로벌 경기침체 공포가 전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주요국이 경기침체 상태에 빠져들었고, 중국 등 글로벌 '성장엔진'의 신장세도 급격히 둔화하고 있어 내년에도 경기침체 공포가 주식시장을 지속적으로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도 세계은행이 최근 내년 성장률을 2%로 전망한 것을 비롯해 성장률 전망치가 잇따라 하향조정되고 있으며 외국계 증권사 중에는 마이너스 성장까지 점치고 있다.
대신증권 성진경 시장전략팀장은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유례없는 글로벌 공조로 금융시스템의 붕괴는 막았지만 이제는 위기가 실물경제로 전이됐다"며 "실물경제 침체가 언제까지, 어느 정도까지 악화할지가 시장 회복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신영증권 김세중 투자전략팀장은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3개월이 지났지만 아직 미국 금융시장이 안정됐다고 평가하기에는 이르다"며 "금융기관의 구조조정이 어느 정도 이뤄졌다고 해도 실물악화에 의한 금융부실 증가의 위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아무리 금융시장에 유동성 공급을 확대한다고 해도 구조조정을 통해 부실과 우량의 교통정리가 되지 않으면 실물 부문으로 향하는 자금 이동이 더딜 수밖에 없다"며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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