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증권 매각 비리 의혹 등에 대한 검찰 수사가 12일 24일째로 접어들면서 정대근 당시 농협 회장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인 건평씨를 상대로 한 세종증권 측의 전방위 로비 혐의가 구체화됐다.
또 정 전 회장이 받은 50억원의 용처가 거의 드러나고 있고, 휴켐스 인수 과정에서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미공개정보 이용 의혹도 형사처벌하기 어렵다고 검찰이 잠정 결론 내리는 등 수사가 마무리되는 부분도 속속 나오고 있다.
물론 검찰이 "아직 수사 단서가 없다"고 선을 긋고 있기는 하지만 박 회장이나 정 전 회장의 진술이나 추가 증거에 따라서는 정관계 로비 의혹이 터질 가능성은 상존한다는 관측도 있다.
◇ 혐의로 바뀐 의혹 = 노 전 대통령의 형 건평씨와 노 전 대통령의 고교 동기인 정화삼씨 형제는 정 전 농협회장에게 "세종증권을 인수하라"고 청탁하고 세종캐피탈 홍기옥 사장으로부터 30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노씨는 "정씨 형제로부터 현금 3억원을 건네받았지만 나머지 돈은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검찰은 3억원을 넘겨받았다고 시인한 이상 30억원을 수수한 공범으로 처벌하는데 추가증거가 필요 없다고 보고 로비 혐의 수사를 사실상 마무리했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의 후원자인 박연차 회장이 세종증권ㆍ휴켐스 주식 차명거래와 홍콩법인 배당이익 차명수령으로 290억원대의 세금을 포탈하고 정 전 회장에게 20억원의 뇌물을 준 혐의를 밝혀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박 회장이 세종증권 주식거래로 남긴 수익금 중 20억원을 정 전 회장에게 차명으로 넘겼으며 정 전 회장은 이 돈을 주식에 투자해 일부 손해를 봤지만 손실분을 채워 20억원을 되돌려 준 것으로 확인했다.
박 회장은 주식 차명거래로 인한 양도소득세 포탈과 20억원 뇌물공여 혐의를 인정한 상태이다.
◇ 풀려가는 의혹 = 검찰은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의 M&A(인수합병) 전문가를 불러 휴켐스 매각 과정을 살펴본 결과 태광실업이 입찰가보다 322억원 싸게 인수한 점 등이 위법하지는 않은 것으로 잠정 판단했다.
이 전문가는 "휴켐스 인수는 외형적으로 드러나는 결정적 문제가 없고, 인수가격을 다운시킨 것은 M&A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형태로 보인다"고 검찰에 설명했다는 것이다.
또 박 회장이 2005년 중반 친인척과 태광실업 계열사 등과 함께 300억원대의 사모펀드를 조성해 그해 6월께 세종증권 주식을, 12월에는 휴켐스 주식을 사들여 시세차익을 남겼으나 배당소득에 대한 세금은 정상적으로 납부해 탈세 문제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세종증권 주식 투자 부분은 미공개정보 이용 의혹을 두고 있지만 휴켐스 주식에 투자한 부분은 미공개정보 이용 혐의가 인정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검찰은 농협이 증권사를 인수할 수 있도록 농림수산식품부(구 농림부)의 승인을 받는 과정에서 정 전 회장이나 그의 측근인 남경우(구속) 전 농협 축산경제 대표 등이 농림부 장관 등에게 로비했는지 조사를 마치고 사법처리 여부를 고심 중이다.
◇ 수사 중인 의혹 = 검찰은 정 전 회장이 세종캐피탈 홍사장으로부터 세종증권 인수 청탁 대가로 받은 50억원의 계좌추적 작업을 거의 마무리 했으며 관련자 조사를 통해 사용처를 확인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홍 사장은 2005년 12월 10억원, 2006년 2월 40억원을 남 전 대표가 운영하는 IFK사에 자문수수료로 가장해 송금했으며 남 전 대표가 이 돈의 관리를 맡아 다양한 사업에 투자했다.
최재경 대검 수사기획관은 "정 전 회장이 조사를 잘 받고 있지만 돈을 받아서 정치인이든 누구든 전달했다는 진술은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 돈이 여러 사람에게 건너가긴 했지만 `눈에 띌 만한' 인사는 없고 돈의 흐름이 로비가 아니라 `재산 불리기' 성격을 지녔다고 보고 거래 상대방을 불러 용처를 규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50억원을 둘러싼 정 전 회장과 남 전 대표간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한편 IFK사의 전반적 자금흐름과 정 전 회장 구속 후 면회인의 명단 등을 살펴보고 있다.
검찰은 특히 이번 수사의 단초를 제공한 미공개 정보 이용 세종증권 주식거래 혐의를 밝혀내기 위해 수사력을 모으고 있으며 박 회장 이외에 거액의 시세차익을 남긴 매매자를 전수조사를 통해 추려내고 있다.
또 이날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를 불러 신한ㆍ경남은행 등 5개 금융기관 투자사의 휴켐스 인수 컨소시엄 참여가 적정했는지, 투자사들이 보유한 주식이 한국투자증권을 통해 매각되는 과정이 적법했는지 등을 캐고 있다.
박 회장이 위장회사를 통해 아파트를 건설했는지, 노씨가 회삿돈을 빼돌려 박 회장이 대주주였던 리얼아이디테크놀러지의 주식을 차명거래했는지 등도 계속 수사하고 있다.
검찰이 "단서가 있으면 당연히 수사하겠지만 현재 어떤 리스트도 없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음에도 노씨와 박 대표, 정 전 회장의 `삼각 커넥션'이 정관계 인사들을 포위하는 `그물망'이 될 공산도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게 검찰 안팎의 관측이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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