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성적 자료 사전유출됐다?
우선 올 수능 성적 공개는 해프닝으로 시작됐다는 점부터 짚어보고 싶군요. 이미 여러 언론 보도를 통해서 보셨겠지만 수능 성적 자료 사전 유출 사건에 대한 얘기입니다. 비상에듀라는 신생 온라인 사교육업체에서 수능 성적이 공개되기 하루 전날 '성적 결과 분석 자료'를 언론에 돌렸습니다. 미리 분석 자료를 제공하면 준비 시간을 충분히 갖게 되는 언론이 고마워할 줄 생각했나본데 언론의 반응은 그게 아니죠. '아니, 공개도 되지 않은 성적 자료를 어떻게 분석했나? 사전에 유출된 것 아니야?' 이런 문제제기와 함께 교육과학기술부 기자실이 발칵 뒤집혔습니다. 교과부 담당자가 쫓아오고, 수능을 관리하고 있는 교육과정평가원 담당 간부들이 부랴부랴 해명 기자회견을 해야 했습니다.
지금까지 정확히 유출 경위가 밝혀지지 않았으니 문제점을 진단하고 대안을 얘기하기 이릅니다만, 저는 여기서 우리 교육계의 조급증을 짚어보지 않을 수 없군요. 어차피 당시 언론에 유출된 자료는 수험생들이 자신의 성적표를 손에 들고 봐야만 완전한 의미를 가질 수 있는 성격의 것들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하루든, 이틀이든 먼저 공개하고 소식을 알린다고 해서 수험생들이나 학부모 등 이 뉴스에 가장 큰 관심을 가질 분들이 감사해할 만한 내용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오히려 일부 수험생들은 내 성적표를 보지 않은 상황에서 '표준점수가 오르내, 내리내, 문제가 어려웠네, 쉬웠네' 하는 소식을 보면 답답함만 더 커져 짜증스러웠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특정 학원이 약속을 깨고 이런 무리한 일을 벌일 가치가 없었습니다.
따라서 어느 사교육 업체든 마음만 먹으면 구해서 발표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정보력' 등 능력과는 무관한 사안입니다. 오히려 약속을 지키는 '양심'과만 관련이 있죠.
비상에듀는 '정보력이 뛰어난 사교육 업체'라는 평가 대신 '준법 의식이 희박해 신뢰할 수 없는 곳'이라는 비판만 받게 된다는 것입니다. 수능 등 대입과 관련한 우리 사회의 과도한 관심과 조급증이 병적으로 표출된 또 하나의 장면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학원이나 언론이나..
언론도 그렇습니다. 한 지상파 방송사는 이번 성적 자료 유출과 관련해 유출 사건 자체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의 언급도 없이 정식 발표 전에 공개된 자료 만으로-그것도 사설 업체가 자체적으로 통계처리를 하다보니 곳곳에 오류가 있는 부정확한 자료를- 이번 수능 성적의 동향이라며 분석해 보도했습니다. 이 보도도 결과적으로 비상에듀와 똑같은 수준의 비교육적, 비상식적인 행태가 아닌가요? 같은 언론계에 종사하는 입장에서 좀 답답한 광경이었습니다.
사교육 업체도 교육을 위한 기관입니다. 단순히 교육을 이용해 돈을 벌겠다는 얄팍한 상술만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무엇이 우리 교육에 좋은 것인지, 교육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지 따져보고, 생각해야죠. 언론도 과거 비교육적 보도 행태를 자제하자며 스스로 그만뒀던 행태를 슬금슬금 다시 하는 짓을 그만둬야 합니다. 주요 대학 커트라인, 수능 1등자 보도, 이런 것들은 교육에 좋지 않으니 하지 말자고 결의했던 사항들 아닌가요? 부디 교육에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사람들부터 교육을 아끼고 챙깁시다.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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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보도국의 신사'로 불리는 우상욱 기자는 1995년 SBS 공채로 입사해 사회, 정치,경제부를 두루 거치며 지금은 사회1부의 교육담당 기자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국민들의 관심이 큰 교육현장의 이야기를 차분하고 성실한 취재로 전해주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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