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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취재기① 어떻게 돈쓰게 만들까

미국이나 영국 등에선 크리스마스 시즌이 지난 뒤, 박싱데이(boxing day)인 26일부터 대대적인 세일이 시작되곤 하는데 런던에 가 보니, 대대적인 세일은 한 달이나 앞서 이미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11월 마지막 주, 영국에서는 은행권에선 2만여 명이 구조조정 대상이 됐고 집권당은 '부가가치세를 내리겠다'고 대대적인 발표를 했습니다. 현행 17.5%인 부가가치세를 크리스마스 시즌부터 15%로 '당장' 내리겠다는 것이죠. (** 후에 다시 말씀드리겠지만,  영국은 재정부 장관의 권한이 상대적으로 강한 편입니다.)

한은이나 의회 등과 '조율' 과정을 거치지만 중대한 사안에 대해 이견이 클 경우에는 재정 장관이 독단적으로 발표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만큼 시행 시기를 앞당겨 선제 대응을 하기 위해서라고 하네요.

여러 차례 개정안을 만들고서도 국회 처리가 안돼 지지부진하고 있는 우리나라와는 차이가 크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에 하향조정한 부가가치세의 경우에도 EU의 조건에 어긋나지 않는 한 (서로의 경쟁력을 위해서) 15%로 하향 조정하는 것은 의회 승인이 없어도 당장 '장관 권한으로' 시행할 수 있는 문제라고 합니다.

'이왕 서민들 부담 줄여줄 거면, 직접세인 소득세를 깎지 그랬냐?'고 물었더니....  

소득세를 내리면, 사람들이 '위기'를 더욱 의식해 덜 낸 세금만큼 저축을 늘리기 때문에 소비 진작 효과가 없는 반면, 간접세인 부가가치세를 내리면 물건값이 저렴해지면서 돈을 쓰지 않을까, 하는 계산에서라고 합니다.

물론 이를 두고 대부분의 신문들은 '큰 효과가 없을 것'이라며 'gamble', 즉 '도박'이라고 표현했습니다.

 





◀ 11월 24일, 
영국 인디펜던트 지 1면입니다.


그로부터 1주일 내내 신문들마다 지면을 할애해 얼마에서 얼마로 물건값이 내린다, 주요 인기품목을 얼마나 싸게 살 수 있는지를 세세히 알려주었습니다.

** 참고로 이 '예시상품 목록'에 들어가야만 인기있는 상품이라는 증명이 된다는데, 우리나라 제품 중에는 삼성의 PDP TV와 휴대전화가 이 예시에 포함이 됐다고 하네요 ^^

영국이 우리보다 앞서 금융위기의 여파를 몸으로 겪다보니 실물 경제 침체를 결사 저지하려는 움직임이 큰 것 같습니다.

상점마다 "BUY 1, GET 1 free" (1개 사면 1개는 공짜), "3 for 2" (2개 사면 3개 줍니다) 등을 크게 써 붙였습니다.

(저렴한 상점에는 사람이 많이 몰렸지만, 정작 계산까지 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았습니다.)

유럽 최대 규모라는 해러즈(Harrod's)백화점은 일요일이라 11시 반에 문을 여는데, 지하철역부터 백화점 입구까지 비를 맞아가며 아침 일찍부터 사람들이 길게 늘어섰습니다.

노란 점 찍은 부분은  -->
입장하려고 줄 선 사람들입니다.

박싱데이(12/26) 부터인 세일이 앞당겨져 시작됐기 때문입니다. 길 건너편 사람들은 (아마도 관광객들) 모두 디카를 꺼내, 이 진풍경을 사진으로 담느라 정신없었습니다.

연말 세일의 할인폭이 워낙 크다보니, 물건을 '쟁취하려는' 경쟁이 치열하다는데 실제로 백화점 근처 테이크아웃 커피숍들마다 쇼핑 타이밍을 기다리며 장바구니를 옆에 낀 '얼리 버드'(early bird)들이 꽉꽉 들어차 있었습니다.

한편에서는, 'credit crunch'(신용 위기)를 오히려 마케팅의 기회로 삼고 있습니다.

음식점들은 평소의 절반 가격에 '신용위기 칵테일' '신용위기 아침 메뉴' 등을 선보이며 주머니 가벼운 사람들을 붙잡느라 여념이 없는 모습이네요.

워낙 물가 비싸기로 유명한 런던이다보니... 사람들의 반응도 좋았습니다.



##   저는 11월 마지막주, 영국 런던에 다녀왔습니다.

KDI 대학원과 언론재단에서 실시하는 금융 저널리즘 심화 연수 중에 포함된 해외 교육과정 때문입니다.

런던에서 금융기관과 영국 정부, 경제 단체, 대학 등을 방문하며 들은 내용과 제가 느꼈던 내용들이 많았지만, 카메라 촬영이 되지 않아 기사로까지 담을 수는 없었는데요.(동행했던 신문기자 일부는 기사화하기도 했죠... 그림 없어 아쉬웠습니다^^)

대신 앞으로 몇 차례에 걸쳐 취재파일로 전해드리려 합니다.

 

[편집자주] 백화점과 할인점을 누비며 알짜 생활정보를 전해주던 남정민 기자가  지금은 기획재정부와 공정위를 출입하며 굵직한 경제 뉴스들을 보내오고 있습니다. 2002년 SBS 공채로 입사한 남 기자는 여기자 특유의 꼼꼼한 취재에 해맑은 외모로 개인 블로그도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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