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인은 내년 1월 20일 정오 의사당 앞에 마련된 취임식장에서 흑인출신으로는 처음으로 미 대통령에 취임하는 새로운 역사의 한 페이지를 연다.
오바마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은 흑인 노예를 해방한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 탄생 200주년이 되는 해에 열린다는 점에서 미국 인종문제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이번 취임식은 흑인민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 목사를 기리는 공휴일 바로 다음날 열리는 것이어서 각별한 의미를 부여할 수도 있다.
대통령 취임식을 지켜보기 위해 미 전역에서 역대 최다규모인 500만명을 넘는 인파가 몰려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런 취임식 인파를 예상해 대통령 당선인 취임위원회는 "역사상 가장 개방적이고 가장 접근하기 쉬운 취임식을 거행하겠다"면서 취임식과 기념 행진을 지켜볼 수 있는 워싱턴 야외공원 지역인 내셔널 몰을 최대한 개방하기 위해 관계당국과 협의하고 있다.
◇취임준비와 취임식 = 취임식 당일 공식일정은 오전 9시 아침 예배로 시작된다. 아침 예배는 1933년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대통령의 교회'로 불리는 성 요한 교회에서 예배를 본 이후 관례로 정착됐다. 대통령과 부통령 당선인 내외는 예배후 의사당으로 이동한다.
이·취임 대통령이 미 의사당 서편 정문에 마련된 취임식장에 나란히 도착하면서 취임식의 막이 오른다.
취임식에서 선서는 부통령이 대통령보다 앞서 한다.
대통령은 왼손을 성경에 얹고 오른손을 들어 대법원장 앞에서 "나는 미국 대통령의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최선을 다해 미국 헌법을 보존하고 보호하며 지킬 것을 엄숙히 맹세한다"고 다짐한다. 또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 이후의 관례처럼 된 '신이여 도와 주소서(So help me God)'라는 기원의 말도 함께 덧붙인다.
대통령 취임선서가 끝나면 곧바로 예포 21발이 발사되고 군악대의 대통령 찬가 연주가 이어진다.
이어 대통령은 앞으로 4년 동안의 국정운영 방향을 밝히는 취임연설을 하게 된다.
미국이 금융위기로 대공황 이후 최대의 경제적인 어려움에 봉착해 있는데다 인도 뭄바이 연쇄테러 사태로 미국인 희생자가 발생하는 등 국제테러에 따른 안보위협이 급증함에 따라 오바마 신임 대통령의 연설은 미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비상한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인다.
한국 역시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 연설에서 양국의 최대 현안인 한미자유무역협정(FTA)과 북핵문제는 물론 대선 후보시절 밝혔던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등 `악의 축' 국가 지도자들과의 대화 문제에 대해 어떤 언급을 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역대 취임연설 기록을 보면 초대 워싱턴 대통령은 2기 취임식 때 135개 단어의 아주 짧은 연설을 했고 윌리엄 헨리 해리슨 대통령은 1841년 추운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8천495단어나 되는 장문의 연설을 하고 폐렴에 걸려 한 달뒤에 숨진 것으로 유명하다.
조지 부시 대통령은 2005년 취임 때 17분간 연설했다. 취임 연설이 라디오와 TV를 통해 방송된 것은 각각 1925년 존 캘빈 쿨리지 대통령과 1949년 해리 트루먼 대통령 취임식부터였다.
◇거리행진과 삼엄한 경비 = 취임 연설이 끝나면 대통령은 의회에서 상하원 의원 등과 축하 오찬을 함께 한다.
오찬에 이어 오후 2시께부터 백악관 입성의 통과의례인 거리행진 행사가 열린다. 퍼레이드는 의사당에서 백악관이 위치한 펜실베이니아가 1600번지 사이의 약 2.7㎞ 구간에서 삼엄한 경비 속에서 성대하게 펼쳐진다.
이번 거리행사에는 최대 500만명에 가까운 인파가 운집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번 취임식도 부시 대통령의 취임식 때와 마찬가지로 수많은 병력과 비밀 경호요원들이 곳곳에 배치돼 위험 요인들을 일일이 점검하고, 워싱턴 일대 상공에 항공기의 운항을 전면 금지할 것으로 보인다.
거리행진 과정에서 시위대의 돌출행동을 막기 위해 이번에는 자유발언대를 별도로 설치하기로 했다.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 취임식 당시엔 반전주의자들이 길이 8m 짜리 거대한 쥐를 등장시켜 '반 닉슨' 시위를 벌였고, 부시 취임 때는 이라크전 미군 희생자를 상징하는 1천개의 관이 등장하는 '반 부시' 행렬이 펼쳐진 바 있다.
대통령은 거리행진 행사를 마치고 백악관에 도착, 집무실 책상에 앉아 전임 대통령이 남긴 자필 편지를 읽고 공식 문서에 서명하는 것으로 첫 업무를 개시한다.
취임식 저녁에는 7시부터 다음날 새벽 1시까지 워싱턴 시내 곳곳에서 축하 무도회가 펼쳐지며 대통령 부부는 미국 전역의 주별로 마련된 무도회장에 잠깐씩 들러 인사를 한다.
취임식 다음 날 대통령은 워싱턴 대성당에서 국가조찬기도회를 하는 것으로 본격적인 집무에 들어간다.
이처럼 취임식을 화려하고 성대하게 치르는 만큼 경비만 수천만 달러(수백 억원)가 들어간다. 미국은 자본주의 본산답게 취임식 경비를 국가예산이 아니라 각종 기부금과 티켓 판매 등으로 재원을 충당한다.
오바마 대통령 취임위는 취임행사에 보다 많은 일반인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취임식 축제 행사들에 대한 기부금 상한액을 5만달러로 제한하며 기업, 정치단체, 등록된 로비스트, 외국인들의 기부는 받지 않는다고 밝혔다.
과거 취임 행사들은 25만달러까지도 받았으나 이번에는 5만달러 초과 기부는 받지 않을 것이라는 게 취임위의 방침이다.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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