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어려움은 이게 다가 아닙니다. 대학들의 입시 요강을 살펴보면 알 수 있습니다만 각 대학, 학과마다 과목별로 가중치를 두거나 반영 비율이 다양하고 심지어 요구하는 전형요소들이 다릅니다. 이것만큼은 신과 같은 예지력을 지닌 유명 학원이나 입시 전문 기관들도 일일이 맞추기가 어렵겠군요. 뿐만 아닙니다. 배치표에는 각 대학, 학과의 발전 내용, 미래 전망, 올해 수험생들의 취향과 선호도가 모두 반영돼야 합니다. 여론 조사도 안해보고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그래서 배치표에는 '수험생과 교사들을 위한 참고 자료이며, 대학·학과를 평가하는 절대적인 기준이 아님을 밝혀둡니다'라고 경고문이 게재돼있습니다. '대략적인 가이드라인이지 배치표대로 하면 합격이 보장되거나 선택에 100% 만족을 줄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뭐 이런 뜻으로 해석되는군요. 하지만 어떡합니까? 대부분의 수험생이 이 배치표를 합격의 바이블인양 따르고 믿는데요. 또 이만큼 분명하고 냉정하게 각 대학, 학과를 서열화하는 도구가 없는데요. 그래서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각 대학들은 그야말로 난리가 난다고 합니다. 배치표에 자신의 대학이 어느 위치에 배치되는지를 놓고 입시전문기관들과 거의 전쟁을 벌이는 것이죠. 다양한 인맥과 연줄, 협박과 회유를 동원해 배치표에서 한칸이라도 위로 올라가려고 사활을 건다고 합니다. 현재 대학 구성원만이 아니라 동문들까지도 총동원된다는군요. 해외토픽감이죠.
제 자신이 언론에 몸담고 있지만 배치표에 대한 언론의 태도도 몹시 못마땅합니다. 과거 언론은 앞다퉈 각 대학, 학과의 커트라인을 보도하며 서열화를 부추겼고 대학 지원 상황을 생중계하며 눈치작전을 도왔습니다. 그러다 뼈저린 반성과 함께 일절 이른바 커트라인 보도를 하지 않기로 수년전 합의했죠.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슬금슬금 다시 '어느 대학, 어느 학과 커트라인은 수능 몇점대 예상'과 같은 보도를 내놓기 시작했습니다. 시청자나 독자의 수요가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변명하겠지만 우리 교육을 망치는 한 원인에 일조하고 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한 입시 전문기관의 고위 간부가 이렇게 말하더군요. "우리가 배치표를 정확히 만들어내서가 아니라 모든 수험생들이 이 배치표를 따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정확해지는거"라고요. 이런 배치표 구조 속에서는 각 대학들이 더 창의적이고 효율적인 교육 과정을 개발하고, 더 훌륭한 교수진을 구성하고, 더 많은 연구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무의미합니다. 차라리 입시 전문 기관의 배치표에서 더 나은 위치를 점하기 위해 애쓰는 것이 효과적이고 확실합니다. 우리 입시에서 배치표가 사라지고 대신 각 대학, 학과의 학풍과 학문적 성과, 졸업생들의 진로, 교수들의 업적 등을 소개하는 책자가 지원의 가장 중요한 자료가 되는 시대는 요원한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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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보도국의 신사'로 불리는 우상욱 기자는 1995년 SBS 공채로 입사해 사회, 정치,경제부를 두루 거치며 지금은 사회1부의 교육담당 기자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국민들의 관심이 큰 교육현장의 이야기를 차분하고 성실한 취재로 전해주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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