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손실이 불어나면서 관련 분쟁과 소송이 꼬리를 물고 있다.
특히 최근 금융당국에서 파생상품펀드인 '우리파워인컴펀드' 관련 분쟁에 대해 판매사인 우리은행의 책임을 인정하는 결정을 내리면서 소송은 펀드시장 전반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한 증권사 지점장은 "최근 펀드 분쟁 조정 결정이 난 뒤 가만히 있던 투자자까지 펀드 손실을 소송으로 배상받으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하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펀드'가 투자자 자기책임하에 이뤄지고 그 결과를 책임지는 실적배당상품인 데다, 불완전판매 등 판매사나 운용사의 잘못을 법적으로 입증하기 쉽지 않아 승소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다는 입장을 내놓는다.
따라서 투자 손실이 크다고 추가 비용이 드는 소송에 무작정 뛰어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투자한 펀드의 결함이나 불완전판매 여부, 이를 입증할 수단이 있는지 등을 잘 따져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역외펀드 선물환 피해 투자자들에게 법률 자문을 하고 있는 남욱 변호사는 "지금까지 소송사례로 볼 때 펀드손실에 대한 손해배상은 `하늘의 별 따기'라고 생각해도 좋을 정도로 어렵다"며 "투자자와 상품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함께 치밀하게 접근해야만 승소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펀드 소송은 개별적으로 변호사를 선임해 소송을 진행할 수도 있지만 소송 비용 부담이 큰 데다 금융 분야에 대한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기 때문에 피해자들이 인터넷 카페를 중심으로 모인 뒤 금융 전문 변호사를 선임해 공동소송 형태로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다.
따라서 소송을 고려하는 투자자라면 따로 변호사를 알아보기보다는 펀드 소송 관련 인터넷 카페를 방문해 진행 상황 등을 파악한 뒤 공동소송에 참여하는 것이 시간과 비용을 아끼는 길이다.
공동소송을 해도 법원의 판결은 참가자별로 따로 내려지기 때문에 결과는 개별소송을 하는 것과 같다.
한번 소송을 제기해 이기면 다른 피해자들도 같은 보상을 받는 증권집단소송도 있지만, 분식회계나 주가조작 등 정해진 유형의 사건만 대상이 되기 때문에 펀드 관련 소송은 해당 사항이 없다.
소송 비용은 변호사에게 지불하는 착수금과 성공보수가 있는데 승소 가능성에 따라 책정된다. 승소 가능성이 크면 소송에 앞서 지불해야 하는 착수금 부담이 작고 성공보수의 비중이 크지만, 승소 가능성이 크지 않으면 착수금 부담이 커진다.
이 같은 비용과 통상 1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는 소송을 거치지 않고 배상을 받고 싶다면 금융감독원에 분쟁조정 신청을 낼 수 있지만 분쟁조정과 소송을 병행할 수는 없다. 분쟁조정 결정은 권고 사항일 뿐 법적 구속력이 없어 분쟁 당사자 중 한쪽이 거부하면 결국 소송을 해야 한다.
펀드 관련 소송에서 배상 판결을 받으려면 펀드 가입 과정에서 판매사가 잘못된 또는 불충분한 정보를 제공했거나(불완전판매), 펀드 자체에 결함이 있다는 사실을 법률적으로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
분쟁조정에서 은행에 대해 손실의 50% 배상 결정을 이끌어낸 '우리파워인컴펀드' 관련 분쟁의 경우 은행 측이 투자설명서를 제공하지 않았고 원금이 보장되는 예금으로 오해할만한 소지를 제공한 점을 인정받았다.
또 판매사 입장에서 충분한 설명을 하고 투자자가 설명을 들었다는 자필서명을 했다 해도 연령이나 투자경력 등에 비춰 투자자가 상품 구조를 이해하기 어렵고 명백히 부적합한 상품에 가입한 것으로 인정되면 판례에 따라 '적합성원칙'을 적용해 배상 판결이 내려질 가능성도 있다.
최근 제기된 펀드 소송으론 파생상품펀드인 '우리파워인컴펀드'와 거래 상대방을 리먼 브러더스로 임의로 변경했다 손실을 본 '우리2Star파생상품KW-8호' 투자자들이 제기한 소송이 있으며, 역외펀드 관련 선물환계약 피해자들과 리먼 브러더스 사태로 조기상환이 중단된 '우리2Star파생상품KH-3호' 투자자들도 다음달까지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담당 법무법인에선 이들 소송의 경우 일반 투자자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신종 파생상상품과 관련돼 있어 승소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남욱 변호사는 "투자 경험이 많지 않은 신규 투자자가 많다는 점과 은행에서 기존 예금 상품을 취급하던 인력을 투입해 펀드를 판매한 점, 상품이 다양해지고 구조가 복잡해진 점 등은 승소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라며 "이를 활용해 사회적 파장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소송을 이끌어가는 것이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일반 펀드에 가입했다가 손실을 입었다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한 경우는 승소 가능성에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법무법인 한누리의 김주영 변호사는 "운용사나 판매사에 도의적인 책임이 있어도 법적인 배상 책임을 인정받을 만한 불법 행위를 했고, 그 행위가 투자 손실과 인과 관계가 있다는 것을 입증하지 못하면 배상 판결을 받아내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펀드 운용상 잘못에 대한 법적인 책임을 묻기는 더욱 힘들다"며 "펀드매니저가 펀드를 방치했다거나 문제가 있는 줄 알면서도 투자를 강행해 손실을 냈다는 명백한 고의나 과실을 입증해야 하는 데 이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남욱 변호사는 "전례 없는 펀드 손실로 자칫 금융산업 전체가 소송에 휘말려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보수적인 판결이 내려질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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