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이 일제히 급락하는 등 건전성 지표에 빨간 불이 켜졌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경기둔화 여파로 은행의 순이익은 급감했지만 몸집 불리기 경쟁을 하면서 대출 등 부실 위험이 있는 자산이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은행들은 아직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경기 침체가 장기화할 경우 한계기업이 늘어나고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등 잠재적 부실이 현실화되면 은행의 건전성 지표는 더욱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 건전성 지표 경고음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은행들의 BIS 비율은 대부분 하락했다.
신한은행은 2분기 12.5%에서 3분기 11.9%로 떨어졌고, 외환은행도 2분기 11.56%에서 3분기 10.64%로 내려갔다. 기업은행도 10.49%에서 10.15%로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특히 선도은행인 국민은행은 2분기 12.45%에서 3분기 9.76%로 한자릿수로 주저앉았다. 옛 주택은행과 전산통합이 이뤄진 2002년 이후 국민은행의 BIS 비율이 한자릿수로 떨어진 것은 처음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지주사 전환을 위해 4조2천억 원 규모의 지주사 주식을 사들이면서 일시적으로 하락한 것"이라며 "이를 감안하면 BIS 비율은 전분기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2분기 10.39%에서 3분기 10.50%(잠정치)로 소폭 상승했지만 작년 말 기준 11.6%에 비해서는 1%포인트 가량 낮은 수준이다. 하나은행은 BIS 비율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3분기 적자를 내면서 BIS비율도 하락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연체율도 일제히 상승세를 나타냈다. 총연체율은 국민은행이 0.68%, 신한은행이 0.69%로 전분기보다 각각 0.11%포인트, 0.02%포인트 높아졌다. 우리은행은 0.13%포인트 상승한 0.69%를 기록했고 하나은행은 0.88%로 0.17%포인트 올랐다. 기업은행은 3분기 연체율이 0.67%로 2분기에 비해 0.33%포인트 높아졌고, 고정이하 여신 비율도 0.76%에서 1.22%로 상승했다.
대신증권 최정욱 애널리스트는 "PF 대출, 키코 관련 손실, 내수 부진에 따른 중소기업과 가계대출 부실 우려 등 은행 건전성을 위협하는 요소들이 도처에 널려 있다"며 "앞으로 은행들은 1년 내내 부실과의 전쟁을 치러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양대 하준경 교수는 "은행들이 규모 확대 경쟁을 하면서 위험 자산을 많이 늘렸고 이 가운데 건설 .부동산 관련 여신이 특히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은행 3분기 성적 최악
BIS 비율은 대출, 지급보증 등 위험이 있는 자산(위험가중자산)에 비해 자기자본 비중이 얼마인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은행의 건전성을 판단하는 핵심 잣대다.
이 비율은 자기자본 규모가 적을수록, 위험자산 규모가 클수록 낮아지게 된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경기둔화 여파로 은행 수익은 반 토막 난 반면 덩치 경쟁으로 자산은 늘어나 뒷걸음친 것이다.
실제로 은행들은 3분기에 최악의 성적을 냈다.
국민은행은 3분기 순이익이 5천533억 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28.6% 감소했고 신한은행은 32.2% 줄어든 2천143억 원에 그쳤다. 우리은행은 1천332억 원으로 45.6%나 급감했다. 하나은행은 711억 원의 순손실을 내면서 8년 만에 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관련 파생상품과 통화파생상품 `키코' 관련 손실이 늘어난 데다 경기둔화로 부실자산이 늘어나면서 대손 충당금을 전분기보다 2배 이상 쌓아야 했기 때문이다. 신한은행은 대손충당금이 2분기 820억 원에서 3분기 2천960억 원으로 급증했다.
당기순이익이 줄면 자기자본 증가율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신한은행의 경우 3분기 위험가중자산 증가액이 4조3천870억 원(3.3%)인 반면 자기자본은 2천400억 원(-1.5%) 감소했다.
◇ 대외인신도 타격 우려
건전성이 악화하면 은행들은 당장 대외 신인도에 타격을 입게 된다. 특히 BIS 비율이 낮아지면 신용경색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해외차입이 더 힘들어지거나 차입하더라도 높은 조달 비용을 부담할 수밖에 없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글로벌 은행들과 경쟁을 하려면 BIS 비율이 12% 이상, 보완자본을 제외한 기본자본비율은 8%가 넘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결제은행은 국제 금융거래를 하는 모든 금융기관들에 의무비율 8%를 지키도록 하고 있다. 이 비율이 8% 밑으로 내려가면 금융감독당국은 경영개선 요구 등의 적기시정 조치를 취하게 된다.
정부는 외환위기 때 `8% 미만' 은행들을 퇴출시키기도 했다. 동화.경기.충청.동남.대동은행 등이 이 비율을 맞추지 못해 은행 간판을 내렸다. 은행들이 BIS 비율에 목숨을 거는 것도 `8% 미만 살생부'에 대한 `악몽'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모 은행 고위 관계자는 "대부분 은행은 BIS 비율이 10%를 넘어 현재까지는 큰 문제가 없다"며 "다만 과거 `대우 사태'처럼 큰 업체가 부도가 날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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