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경기가 바닥을 모르고 내리막으로만 내달리는 불황기엔 여성들의 치마길이가 짧아지고 모노톤의 검정색이 유행한다고들 하죠.
서민층 가정에서 연탄 주문이 많아지고 값싼 소주를 찾는 주당들이 느는 것도 불황기임을 나타내는 상징이라고들 합니다.
불황과 일종의 함수관계인 셈이죠.
그렇다면 산업계를 취재하는 경제부 산업팀 기자들이 지금이 정말 불황이긴 불황이구나를 직감할 수 있는 신호는 무엇일까요?
바로 인터뷰 같은 섭외에 평소보다 몇 배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최근 제가 취재해 뉴스에 내보낸 아이템들의 타이틀은 대략 이렇습니다.
"공단, 공장 내놔도 안팔려요! "
"자영업자들의 몰락, 폐업컨설팅 성행"
"의류업체 줄줄이 도산!"
하나같이 글로벌 금융위기에 직격탄을 맞아 IMF시절에 버금가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실물경제 현장의 아우성을 담아내는 리포트들입니다.
뉴스의 속성상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기자들은 내키지 않더라도 헐값에 공장을 내놓은 사업주분들이나 어금니를 깨물어가며 땡처리를 해야하는 의류업체분들이나 기약없이 무작정 폐업준비를 할 수밖에 없는 자영업자분들을 찾아가서 그 분들의 목소리를 들어야만 합니다.
우리 경제가 처한 어려움을 가감없이 전하고 이를 해결할 효율적인 정책과 대안을 촉구하는 것이야 말로 지금 이 시기에 언론이 해야할 역할이라고 마음속으로 자부하면서 현장을 찾지만 현장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합니다.
설득에 설득을 거쳐 익명에 100% 완벽 모자이크처리에 음성변조를 조건으로 쉽지 않은 인터뷰와 현장 취재를 거쳐 어렵사리 방송을 내보냈다고 해도 그것이 끝이 아닙니다.
"엔화 대출에 시달리다 못해 공장을 지방으로 옮기려고 공장을 내놨다"는 인터뷰를 해주셨던 시화공단의 한 중소기업 사장님은 방송 나간 며칠 뒤 제게 역정을 내며 전화를 걸어 오셨습니다.
그 사장님 말씀인즉, 방송나간 뒤로 내놓은 공장의 권리금을 낮춰달라는 부동산업체의 요구를 받고 있다는 겁니다.
팔려는 쪽에서 방송인터뷰를 통해 사정이 급하다고 인정한 셈이 됐으니 사려고 했던 쪽에서는 "이것봐라 가격을 더 낮춰도 되겠구만" 뭐 이렇게 생각한 모양입니다.
선의로 기자에게 솔직한 인터뷰를 해준 중소기업 사장님께는 거듭 죄송하게 됐다는 말씀을 드리고 부동산에 전화를 걸어 전후 사정을 설명하며 구매예정자와의 중재를 부탁했지만 며칠간 잠자리가 편치 않았습니다.
어차피 현장 누비며 취재하는 게 '업'인 기자들에게 최근에 겪고 있는 섭외의 어려움은 숙명이자 자신 단련의 과정에 불과합니다.
정작 중요한 건 속히 현 금융위기가 진정되고 실물경제 역시 활력을 되찾는 일일 겁니다. 그렇게 되면 자연히 산업팀 기자들도 보다 수월한 섭외과정을 거쳐 각 경제 주체들의 활기찬 모습을 담아내는 뉴스를 만들수 있게 되겠죠?
그렇게 되면 저는 꼭 이런 아이템들을 취재해 볼 껍니다.
"공단, 빈 공장 없어요!"
"자영업자 중흥시대, 창업컨설팅 성행"
"의류업체, 밀려드는 주문에 아우성"
|
[편집자주] 다정하지만 진지한 표정으로 한국 경제의 심장 고동이 들리는 산업계를 현장 취재하고 있는 경제부 임상범 기자는 2000년 SBS 공채로 입사했습니다. 사회부 사건팀과 기획취재팀. 국제부. 정치부 등을 거친 임 기자는 2004년에는 국가 홍보 전략의 문제점을 지적한 '세계 교과서 속의 한국'을 심도깊게 취재해 큰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