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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비평] 금융위기 악화 책임, 어떻게 보도하고 있나

전문가들은 최근의 경제상황을 1930년대의 대공황에 비견하고 있습니다. 공황이라는 말은 또 하나의 뜻을 갖습니다. 근거 없는 두려움이나 공포로 갑자기 생기는 심리적 불안 상태가 그것입니다. 경제공황과 심리적 공황이 동전의 양면처럼 같이 온다는 뜻입니다. 이럴 때 사람들은 흔히 희생양을 찾아 눈을 두리번거리게 됩니다. 언론이 여기에 가세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습니다.

지난 19일 SBS 뉴스는 금융시장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국내 은행의 외화 채무에 대한 천억 달러 규모의 지급보증을 포함한 정부의 고강도 대책이 나왔다고 보도했습니다. SBS 뉴스에 따르면 이와 관련하여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1일 "은행들이 고임금 구조를 유지하면서 정부 지원을 받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고 말했습니다. "은행들이 받을 임금 다 받다가 문제가 생기면 정부 지원을 받는 일이 되풀이 돼서는 안 된다"며 자구노력을 촉구한 것입니다. 뉴스는 "얻을 것만 챙기는 것은 고통분담이 아닌 만큼 은행들도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취지라라는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의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이를 계기로 "IMF 때 공적자금을 투입하여 살려줬더니, 그동안 자구노력은 하지 않고 또 손을 벌이는 것이냐" 하는 네티즌들의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다음 날인 22일 SBS 뉴스는 은행 임직원들의 임금이 급상승하면서 요즘 은행들은 황금 직장이라 불린다고 보도했습니다. 연봉이 은행장은 20억 원, 직원들을 포함한 평균연봉이 7천만 원을 넘은 은행도 있다는 것입니다. 

뉴스는 은행들이 마구잡이 대출과 펀드투자 권유 등으로 이자와 수수료 수입을 올린 뒤 거액 연봉을 챙기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뉴스는 이날 국내 18개 은행장들이 한곳에 모여 연봉 삭감 등 자구책을 결의했지만 은행들이 보다 강도 높은 자구노력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뉴스가 보도한 은행 임직원들의 높은 연봉 수준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뉴스는 이와 같은 사실보도가 어떤 맥락에서 읽힐 수 있는가를 깊이 생각했어야 합니다. 은행에 대한 이 대통령과 SBS 뉴스의 비판은 최근의 금융위기가 은행들의 방만한 경영 때문에 온 것이라는 전제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사태에 대한 올바른 판단이 아닙니다. 금융위기는 미국의 투자은행들로부터 시작되었고, 이 여파로 외국인 자금이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 대거 철수함으로써 우리에게 불똥이 튀었습니다. 위기를 더욱 악화시킨 것은 은행원들의 고임금 때문이 아니라 정부와 은행 고위 책임자들의 금융정책 실패 때문입니다.

은행이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해야 한다는 주장은 맞습니다. 하지만 모든 것을 은행원들의 탓으로 돌리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고, 이와 같은 분위기 속에서 정작 책임을 져야할 정부 금융당국이 여론의 화살을 피해가는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됩니다. IMF 때 은행이 고통분담을 하지 않았다는 일반 사람들의 인식을 바로잡아 주는 것도 뉴스의 역할입니다. IMF 때 얼마나 많은 은행원들이 직장을 잃었는지를 짚었어야 합니다.

SBS 8시뉴스는 최근 우리나라 의료실태에 대한 본격적인 분석보도를 시작했습니다. 수지가 맞지 않는 중환자실이 턱없이 부족한 대형병원, 중환자실 간호사와 의사 부족, 떠다니는 세균에 의한 병원 내 감염 위험, 장기기증을 기다리다 숨진 사람이 2005년에 770명에서 지난해는 989명으로 크게 늘었고 지금도 죽음의 공포 속에서 기증자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리는 사람이 만 9천 명이나 된다는 사실, 신약을 개발한 다국적 제약사와 건강보험공단 간의 약값 협상이 늦어져 국내 환자에게 공급되지 않고 있다는 소식들이 이번 특집으로 보도되고 있습니다. 의료문제에 대한 본격적인 보도는 바람직한 방향입니다. 더욱이 막연한 주장이 아니라 구체적인 숫자가 제시되어 설득력이 높습니다. 하지만 주제가 좀 일반적입니다. 의료비 부담을 늘리는 특진제도, 의사의 과실임을 환자가 입증하지 않으면 실질적인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의료사고의 문제 등 민감한 주제들까지도 다루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지난 20일 아침 서울의 한 고시원에서 30대 남자가 불을 지른 뒤 흉기를 휘둘러 6명이 죽고, 7명이 다친 끔찍한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SBS 뉴스는 이 사건을 세상이 자기를 무시한다고 저지른 이른바 '묻지마 범죄'라고 보도했습니다. 이날 뉴스는 또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묻지마 범죄'는 비뚤어진 분노, 자기 조절능력 상실이나 정신적 장애 등 개인적 문제가 있거나, 불경기 등으로 인한 사회적 아노미 상태가 심해지면, 자신의 불만을 무고한 시민을 상대로, 그리고 사회 전체를 향해 화풀이 형태로 표출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뉴스는 불경기나 실업자 증가 등 사회 분위기가 암울할수록 이런 유형의 범죄가 늘어나는 추세를 보인다는 전문가들의 설명을 전했습니다. SBS 뉴스는 묻지마 범죄의 배경으로 불경기나 실업자 증가 등으로 인한 암울한 사회 분위기를 들었지만, 이것은 피상적인 분석이고, 더 중요한 것은 사회적 양극화 문제입니다.

언론은 무차별 살인과 같은 끔찍한 사건이 터졌을 때 흔히 정신과 의사들의 조언을 들어 사건을 개인적인 적응의 문제로 풀어나갑니다. 이와 같은 접근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2%가 부족합니다. 실업자 문제와 불경기를 해결하면 묻지마 범죄가 사라질 것이라는 주장이 비현실적인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뉴스는 이런 사건에 대해 사회학자의 도움도 받아야 합니다. 묻지마 범죄를 낳고 있는 사회 구조의 분석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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