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정책 공조 소식으로 국내 금융시장에 모처럼 불었던 훈풍이 다시 잦아들 기미를 보이고 있다.
15일 원.달러 환율은 40원 이상 급등하고 주가도 30포인트 이상 떨어졌다. 최근 이틀간 급등락에 따른 경계심리가 작용하면서 금융시장이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미 정부가 전날 2천500억 달러를 투입해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메릴린치 등 주요 은행의 지분을 사들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미국뿐 아니라 아시아 시장에도 호재로 작용하지 못했다.
전방위적인 유동성 공급 조치가 글로벌 금융시장의 공포를 가라앉히는데는 일단 성공했지만 금융위기를 근원적으로 치유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은 아니라는 의구심이 퍼지고 있기때문이다.
국내 전문가들은 금융위기가 `최악의 고비'를 넘겼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각국의 공적자금이 실제로 투입되면 금융 불안도 점진적으로 해소될 것으로 봤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 불안의 진앙인 미국 주택 가격 하락세가 진정될 때까지는 국내 금융시장은 작은 뉴스에도 반응하며 냉탕과 온탕을 오갈 것으로 전망했다.
◇ 금융시장 다시 숨 고르기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오후 1시15분 현재 전날보다 달러당 42.00원 급등한 1,25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13.00원 떨어진 1,195.00원으로 거래를 시작해 1,193.00원으로 밀린 뒤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한때 1,253.50원까지 급등했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미국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로 국내외 주가가 급락하면서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분석했다. 최근 환율 급락을 가져온 수출 대기업의 매도세가 자취를 감춘 것도 환율 급등에 일조했다.
삼성선물의 전승지 연구원은 "주가 하락과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 때문에 아시아 통화가 전반적으로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며 "정유사 결제 수요가 유입되면서 환율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스피지수는 1시15분 현재 1,341.03으로 전날보다 26.95포인트(-1.97%) 하락했고 코스닥지수는 4.67포인트(-1.17%) 떨어진 391.65를 기록 중이다.
서울 채권시장에 국고채 3년물은 전날보다 0.03%포인트 하락한 5.25%, 국고채 5년물도 0.03%포인트 떨어진 5.28%를 나타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권순우 거시경제실장은 "해외발 불안 요인이 여전해 환율, 주가는 당분간 변동성이 큰 장세가 예상된다"며 "오늘 금융시장이 불안한 이유는 최근 환율이 급락하고 주가가 급등하면서 경계심리가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아시아증시도 일제히 하락세로 돌아섰다. 일본 닛케이 225지수는 전날보다 126.06포인트 하락한 9,321.51을 나타냈다. 닛케이지수는 한때 170포인트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이밖에 중국 상하이종합지수, 홍콩 항셍지수, 대만가권 지수 등 일제히 내림세를 기록 중이다.
14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 지수는 전날 종가보다 76.62포인트(0.82%) 하락한 9,310.99로 마감됐고, 스탠더드앤푸어스(S&P) 500지수도 5.34포인트(0.53%) 떨어진 998.01로 장을 마쳤다.
◇ "당분간 불안 장세 지속"
글로벌 정책 공조로 국내 외화자금시장도 어느 정도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이지만 당장 그 효과가 나타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모 시중은행 자금담당 부행장은 "세계 각국의 유동성 공급 조치가 실제로 실행돼 돈이 한국에까지 돌기 시작하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당분간 국내 은행들의 달러난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행히 국제 금융시장에서 한국의 신용위험도를 나타내는 외국환평형기금채권 5년 물에 대한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미국과 유럽의 금융위기에 대한 공조 선언이 나온 직후인 13일부터 하락세로 돌아선 상태다.
이진우 NH선물 금융공학실장은 "지금까지 나온 조치들로 세계적인 금융위기를 해소하기는 역부족"이라며 "처음에 대책이 나왔을 때 단기 호재로 작용해 시장이 반응했지만 결국 만병통치약이라는 것이 아님을 시장이 인식하면서 불안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조재훈 대우증권 투자전략부장은 "신용위기 이후 경기 침체와 기업실적 둔화에 대한 우려감이 높아지고 있다"며 "당분간 시장은 신용위기 완화에 따른 조심스러운 안도 랠리와 실물경제 침체 부담에 따른 경계 심리가 상호 작용하며 변동성 높은 장세가 펼쳐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그러나 "위기와 공포의 정점을 지나고 글로벌 공조와 정책 대응의 강도가 높아지는 만큼 불안심리는 다소 완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이날 `글로벌 금융위기의 향방'이라는 보고서에서 "유럽의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대규모 유동성을 투입하기로 하고 구제금융에 착수하는 등 국가 간 정책 공조도 확대되고 있다"며 "이르면 10월 말부터 최악의 금융위기 국면이 진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삼성연은 그러나 "현재 금융위기가 유동성 위기의 수준을 넘어 총체적인 `신뢰의 위기'로 이어지는 점이 우려스럽다"고 지적한 뒤 "합리적인 판단이 통하지 않는 이러한 공포국면에서는 사태의 전개방향을 예측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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