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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sion 2 - 장기불황을 막아라

결국 주저하던 미국도, 그렇게 '영국식 해법'을 반대하던 폴슨 미 재무장관도 '영국식 해법인 '사실상 은행 국유화'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이 방안은 폴슨 재무장관의 원래 안에는 없었고 미 하원에서 한 차례 기각된 뒤 수정되는 과정에 삽입된 조항을 근거로 하고 있습니다.

자칫 선언적인 수준에서 끝날 뻔 했던 IMF 총회, 유로 15개국 정상회의, G7.G20 회의에서 구체적인 결과물을 이끌어 내고 미국 역시 같은 선택을 하게 한데는 영국의 고든 브라운 총리의 힘이 컸습니다. 물론 아직 갈 길은 멀고 이 방안의 효과도 봐야겠지만 일단 영국 고든 브라운 총리가 '세계 금융시장의 붕괴'라는 큰 불길은 잡았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유럽과 미국이 자국내 대형 은행들의 지분을 사들이고 은행의 거래와 예금을 당분간 보장하기로 한 이 '영국식 해법'의 핵심은 '금융시장의 신뢰회복'입니다.

도대체 상대방의 부실 규모를 알 수가 없고 믿을 수 없으니 우량 은행끼리도 전혀 거래를 하지 않고 은행끼리 돈을 돌리지 않으니 은행이 기업이나 가계에 돈을 빌려주지 못해 충분히 갚을 능력이 있는 은행과 기업들이 연쇄 부도 위기에 직면했던 '신뢰 붕괴의 위기'를 벗어나려는 대책인 거죠.

하지만 비유를 하자면 이제 응급환자에게 진정제를 투여했을 뿐입니다. 갚을 능력이 있는 은행과 기업을 살릴 수 있는 계기를 잡은 것이지, 갚을 능력도 없이 빚을 진 금융기관과 기업까지 살릴 수 있는 해결책은 아닙니다.

이제부터는 부실금융기관과 기업 정리라는 수술이 시작될 것이고, 수 백개의 헤지펀드 도산, 중소은행 도산도 뉴스에 등장할 것입니다. 그리고 부도위험을 사고 팔았던 파생상품인 Credit Default Swap(CDS) 시장의 붕괴 위험도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그래서 갚을 능력도 없이 빚으로 장사를 했던 이들 부실 업체들이 망할 때마다 해당 기업의 규모에 따라 금융시장은 여러차례 요동치는 모습을 보일 것입니다.

다만 거의 '사회주의 경제정책'에 가까운 대책을 내놓으며 '신뢰회복'에 나섰으니 리만 브라더스급의 회사가 망하지 않는 한 금융시장의 붕괴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란 희망을 가져봅니다.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입니다.

세계 정책당국자들이 '금융시장 붕괴방지' 라는 첫번째 임무(Mission 1)를 마쳤다면 이제는 두 번째 임무, 특히 위기의 진앙지인 미국이 장기불황을 막아야 하는 임무가 있습니다. 부동산과 주식 거품 붕괴로 세계 수출시장의 최종 소비자 역할을 하고 있는 미국과 유럽의 소비 위축 분위기는 점점 더 심각한 양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집과 자동차, 신용카드 등으로 빚을 내서 돌려막기 생활을 하며 버텨오던 소비자들이 실직과 소득감소에 돌려막기를 통한 소비를 하지 못하게 됐기 때문이죠.

올해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크루그만 교수나 빌 게이츠가 모두 현재 6.1%로 지금도 높은 수준인 미국의 실업률이 "9~10%까지 치솟으며 경기침체가 길어질 수 있다"고 걱정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모든 부실의 출발점인 주택 가격이 앞으로 10% 이상 더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 역시 이런 걱정에 힘을 보태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미 금융 신뢰 회복을 위해 거의 대공황 시절 해결책을 던진만큼 이제는 실물경제를 위한 '극단적 처방'도 필해 보입니다. 그 출발점은 뉴딜 정책처럼 정부주도 공사와 대체에너지 산업 육성을 통한 일자리 창출과 가계 빚 탕감이 돼야 할 것입니다. 일자리를 얻는다고 해도 주택가격은 떨어지고 이자는 증가하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한 소비회복은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죠. 우선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재계약을 통해 부실을 줄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이 상황을 예측했던 일부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는 V자형 회복(6개월 정도 경기가 침체한 뒤 회복)은 이미 물건너 갔고 실물경제에 대한 대책을 서두르면 U자형 회복(1~2년 침체된 뒤 회복)이라도 할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L자형 국면(일본의 10년 장기불황)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시간이 없다는 데 있습니다.

대규모 재정 정책이 시급히 필요한 시점인데 미국은 대선을 불과 한 달도 남기지 않아 미 의회가 신속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어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지나 않을까' 걱정스럽습니다. 금융시장의 안도랠리에 기뻐할 수 만은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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