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매사추세츠주와 뉴햄프셔주의 경계에 위치한 작은 마을.
이 곳은 흑인 인구가 전체의 1%에도 못 미칠 만큼 백인이 많이 사는 곳이다.
흑인 여성인 멜라니 러베크 주의원(51)은 바로 이 곳을 지역구로 삼아 다음달 있을 주의회 선거에서 재선을 노리고 있다.
지역 축제 현장을 방문한 러베크 의원에게 백인 유권자들이 묻는 것은 세금 문제, 경찰서 수리와 같은 지역 현안일뿐.
인종을 거론하는 사람은 눈에 띄지 않는다.
이 지역 최초의 흑인 의원인 러베크 의원은 이를 두고 "내가 진정 이 지역의 일원이 되었음을 느낀다"며 즐거워했다.
백인 인구가 절대다수인 지역에서 의원이나 자치단체장으로 선출되는 흑인 후보가 늘면서 미국의 정치 지형이 바뀌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 인터넷판이 14일 보도했다.
지난 10년간 백인 인구 밀집지역인 뉴햄프셔, 아이오와, 켄터키, 미네소타, 미주리, 노스캐롤라이나, 테네시주 내에서 백인 후보가 차지했던 의원직에 새로 당선된 흑인 정치인은 모두 200여 명에 이른다.
또, 지난해를 기준으로 흑인 주의원 622명 중 약 30%에 해당하는 189명의 의원은 백인 인구가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지역구에서 당선됐다.
흑인 시장의 약진도 두드러졌다.
미 캘리포니아 대학 정치학과의 졸탄 하이날 교수가 연구한 바에 따르면 미국인의 40%는 흑인 시장이 이끄는 도시와 인접해 살거나 흑인 주지사가 이끄는 지역에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흑인 정치인들의 약진은 연방 의회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미네소타주를 대표하는 키스 앨리슨(민주), 미주리주의 이매뉴얼 클리버 2세(민주) 하원의원은 모두 백인인구가 총 인구의 60%를 넘는 곳에서 당선됐다.
물론 아직도 흑인 정치인의 다수는 흑인 인구 밀집지역을 대표하고 있다.
흑인 정치인에 대한 악감정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지만, 과거에 비해서는 현저히 줄었다.
이에 대해 하이날 교수는 "흑인 지도자를 경험한 백인 유권자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흑인 후보에 대한 두려움이나 반감이 줄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검은 혁명'이 미국 정치 지형을 새롭게 바꾸고 있지만, 오늘날의 영광이 있기까지 흑인 정치인들이 겪은 시련은 호된 것이었다.
인구의 97%가 백인인 테네시 주에서 2002년 주의원에 당선된 네이선 본은 유세 과정에서 백인 유권자에게 악수를 거부당했던 기억이 있고, 아이오와주의 헬렌 밀러 의원은 유권자의 이목을 피하기 위해 선거 전단에서 자신의 사진을 빼기도 했다.
흑인 정책조사단체인 정치경제연구공동센터의 데이비드 보시티스 연구원은 오랜 시련을 극복하고 일궈낸 흑인 정치인들의 약진이 결국 대선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의원 선출과 같은 성과들을 디딤돌 삼아 다음 세대 정치인들은 주지사로, 연방의회의 지도자로 성장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흑인 후보들이 백인 유권자를 대표할 수 있다면, 그들의 정치 지평은 더 확장될 수 있을 것이다"라며 '검은 혁명'이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서울=연합뉴스)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