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누구도 결코 양보할 수 없는 90분간의 대(大) 결전 그 자체였다.
미국 민주당 버락 오바마, 공화당 존 매케인 대통령 후보는 선거일을 4주 앞둔 7일 밤 테네시주 내슈빌의 벨몬트대학에서 열린 2차 TV토론에서 대좌, 정치적 명운을 걸고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
이날 토론은 연단에 서서 사회자의 질문에 따라 답변하고 어쩌다 상대후보에게 직접 질문하고 답변했던 1차 토론 때의 전형적인 토론방식과 달리 '타운홀 미팅' 방식으로 진행됐다.
NBC 방송의 명앵커인 톰 브로코우의 사회로 청중들이 직접 후보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인터넷을 통해 유권자들이 질문을 하는 참여형 토론으로 진행돼 더욱 흥미를 불러 일으켰다.
이날 토론은 매케인이 창, 오바마가 방패의 역할에 치중하는 형국이었다.
1차 토론 이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뚜렷한 승부가 가려지지는 않았지만 대체적으로 오바마에게 밀렸다는 평가를 받았던 매케인은 이날 토론에선 이를 만회하려는 듯 공격적으로 토론에 임했다.
특히 월가의 몰락으로 시작된 금융위기 사태로 오바마의 지지율이 상승함에 따라 대부분의 여론조사기관의 지지율 조사에서 뒤지고 있는 매케인은 오바마의 상승기세를 꺾고 판세를 뒤집기 위해 초반부터 오바마를 거세게 몰아세웠다.
반면에 오바마는 매케인의 공격적 지적에 대해 응수하는 한편, 매케인의 논리적 허점을 찾아 역공에 나서며 현재 판세 굳히기에 역점을 두는 모습이었다.
2차 토론에서도 핵심쟁점은 단연 경제문제였다.
오바마와 매케인은 초반 30여분간 청중 및 유권자들로부터 금융위기 해법과 집권할 경우 어떤 경제정책을 펼칠 것인 지 집중적인 질문공세를 받았다.
청중 및 유권자들이 직접 참여한 탓인지 이번 토론의 질문은 1차 토론 때보다 훨씬 구체적이었고, 실질적인 문제들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두 후보는 "국민이 가장 빨리 경제위기에서 벗어나도록 돕는 방법이 뭐라고 생각하냐", "재무장관은 누구를 임명할 것이냐", "경제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국민에게 어떤 희생을 요구할 것이냐", "빚을 너무 많이 내는 미국인들의 나쁜 습관을 어떻게 고칠 것이냐", "당신들을 어떻게 믿으란 말이냐"는 등 '송곳 질문'을 받을 만큼 유권자들의 질문공세도 만만치 않았다.
오바마는 이날 검은색 계열의 짙은 양복에 흰색 셔츠, 민주당을 상징하는 파란색 타이를 맺고, 매케인도 검은색에 가까운 짙은 색 양복에 흰색셔츠, 주황색 바탕에 공화당을 상징하는 빨강색 줄무늬가 들어간 타이를 착용, 옷차림새에서도 '당파성'을 드러냈다.
'타운홀 미팅' 방식으로 진행된 이날 TV토론장은 파란색 벽을 배경으로 붉은 색 카펫이 깔린 둥근 무대에 후보와 진행자가 앉고 내슈빌에 사는 유권자 가운데 아직 지지후보를 결정하지 않은 100여명이 무대를 둘러싼 3단 계단식 좌석에 앉아 토론을 진행했다.
오바마와 매케인은 사회자와 마주 보도록 마련된 의자에 앉아 있다가 자신의 답변 차례가 되면 일어서서 무대를 좌우로 돌아다니며 청중들에게 다가가 자신의 주장을 펼쳤다.
또 두 후보는 청중들에게 대화하듯 얘기하다가도 자신이 강조하는 대목에서 손짓과 몸짓을 섞어 설득력을 높였다.
이날 토론은 남녀노소 골고루 배분된 청중 질문 중간 중간에 사회자가 추가로 질문을 던지거나 인터넷 질문을 소개하는 방식으로 이어갔다.
이날 토론에 앞서 전국에서 모두 600만건의 질문이 쇄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두 후보는 이날 토론을 시작하기 전에 얼굴에 함박웃음을 짓고 악수를 건네며 서로의 등을 두드리는 등 다정한 모습을 연출했지만 토론이 시작되면서 토론장엔 금방 긴장감이 감돌았다.
매케인은 먼저 주택모기지 사태와 관련, 오바마와 민주당 동료 의원들이 부실 거대 모기지업체인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이 모기지 시장을 확대하는 것을 돕도록 수수방관했다고 비판했다. 매케인은 "국민들은 화가났고, 어리둥절하며 다소 두려워한다"면서 "우리는 정부기관들을 믿거나 신뢰하지 않는다"고 현상황을 진단, 부시 행정부를 우회적으로 질타하며 차별화를 시도했다.
오바마는 "우리는 대공황 이후 최악의 금융위기에 놓여 있다"면서 "이는 매케인으로부터 지지를 받았던 지난 8년간 부시 행정부의 실패한 경제정책에 대한 마지막 심판"이라고 매케인을 부시 대통령과 한묶음으로 비판했다.
금융위기 해결사로 누구를 재무장관으로 임명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오바마는 자신의 지지자인 억만장자 투자가 "워런 버핏이 아주 훌륭한 선택"이라고 답변한 반면에 매케인은 자신과 친분이 있는 e베이 전 최고경영자 "메그 휘트먼이 그 자리에 앉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두 후보의 '차기 재무장관 후보 1순위'가 공개된 셈이다.
이날 토론에서도 세금문제를 놓고 두 후보가 격돌했다.
매케인은 오바마를 높은 세금 부과를 지지하는 사람으로 묘사했고, 오바마는 매케인의 정책이 부자들을 돕고, 바닥권 경제에 있는 노동자들을 어렵게 할 것이라고 공격했다.
외교정책에 대한 토론에선 누가 더 탁월한 정책판단력을 갖고 있느냐를 놓고 두 후보는 논쟁을 벌였다.
매케인은 "군사력 사용을 고려하는 대통령이 직면하는 도전은 언제 무력을 사용하고 언제 하지 않느냐라는 것"이라면서 자신은 외교업무를 다룰 줄 알지만 오바마는 그런 능력이 있는 지 의심스럽다고 공격했다.
그는 특히 "대통령은 직업훈련을 할 시간이 없다"며 오바마의 외교안보 경륜부족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에 맞서 오바마는 매케인이 이라크 전쟁을 지지한 점을 언급, "매케인은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 전쟁을 결정할 때 앞장서서 주장했지만 그것은 잘못된 판단력이었다"고 맞받아쳤다.
이라크 정책을 놓고도 두 후보의 주장은 평행선을 달렸다.
매케인은 "오바마는 패배한 채 우리 군대를 철수시키려 한다"면서 "나는 승리와 영광 속에 미군 장병들을 귀국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는 이라크 전쟁에 집중함으로써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성공하지 못했다며 "나는 빈라덴을 사살하고, 알카에다를 분쇄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오바마는 매케인에 대해 "이란을 폭격하자고 노래를 불렀던 사람"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러시아에 대한 인식에서도 온도차를 드러냈다.
"푸틴 총리가 이끄는 러시아를 '악의 제국'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매케인은 러시아는 아마도 '악의 제국'일 것이라고 답변한 반면에 오바마는 러시아는 과거에 악마적 행동에 관여했고 여전히 민족주의적 충동을 갖고 있으며 매우 위험하다고 생각한다며 즉답을 피해갔다.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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