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오늘 한국전력 거래소에 대한 기관운영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공기업 감사의 단골메뉴인 방만경영이나 직원들에 대한 과도한 복지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지적됐다. 그런데 특별히 기자들의 관심이 집중됐던 것은 신입직원 채용업무 부당처리 건이다. 내용인즉, 한국전력거래소 인사책임자가 2006년 신입사원 공채에 지인의 딸을 합격시키기 위해 쓸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해 결국 불법으로 합격시켰다는 것이다. 내용을 읽어보니 공기업 인사책임자로서 어떻게 그렇게까지 할 수 있을까 혀를 내두르게 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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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교육과학기술부 고위공무원 A모씨는 대학동기인 한국전력거래소 인사책임자 B씨에게 딸의 취직을 부탁한다. 평소 딸의 취직을 걱정했던 A씨는 B씨에게 "딸이 외국학교도 좀 다녀서 영어를 잘 한다"며 신문방송학을 전공한 딸의 취직을 부탁했고, B씨는 "회사에서도 국제회의를 준비하고 있어 영어능통자가 필요하다"며 사실상 합격을 보장한다.
하지만 전력거래소는 이미 그해 신입사원 채용공고를 내, 사무직 지원자의 전공을 경제, 경영, 법학, 행정으로 제한한 상태다. 인사책임자인 B씨는 지원자 전공에 신문방송학을 추가해 다시 공고했고, 그해 A씨의 딸은 이 회사에 입사원서를 제출했다. 당시 15명을 뽑는 사무직 공채에 1천 명이 넘는 학생들이 몰렸는데, 서류심사위원장이기도 한 B씨는 A씨의 딸에게 전공점수 만점을 주면서 5배수 서류전형을 통과시킨다.
이후 필기시험에서 A씨의 딸은 사무직 응시자 72명중에서 70등을 차지했다. A씨 딸의 성적이 합격권에 턱없이 모자라자 B씨는 급기야 우수한 인재를 뽑기 위해서는 전공별로 뽑아야 한다며 전례없이 전공별 채용으로 선발방식을 변경해 경영 5명, 경제 3명, 법학.행정 3명, 신문방송3명으로 합격인원을 제한한다. 그래도 A씨의 딸이 합격자 안에 포함되지 않자 B씨는 결국 신문방송 전공자 한 명의 합격을 취소하고 A씨의 딸을 합격시킨다. 이유는 '우수인력 채용'이다. 하지만 A씨의 딸은 이후 신입직원 수습평가에서 사무직 중에서 최하위, 전체 직원 19명 중에서도 17위를 차지했다. 결국 우수인력 채용이라는 말은 변명에 불과하다는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교육과학기술부 고위공무원인 A씨는 이 사건으로 현재 대기발령 상태고, A씨의 딸은 여전히 회사를 다니고 있지만 결과는 더 두고봐야 한다. 감사원의 징계요구에 따라 B씨는 해임됐다. 결국 고위공무원의 빗나간 父情이 공기업 인사 전반에 대한 불신과 함께, 딸의 인생을 망치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게 한 꼴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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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정치부에서 국무총리실을 출입하고 있는 권태훈 기자는 1994년 SBS에 입사해 사회, 정치 분야 등에서 폭넓은 시각의 기사들을 써왔습니다. 사회부 기자 시절에는 서울대 교수직을 둘러싼 금품수수 관행을 정면 고발하는 특종기사로 대학가와 사회에 경종을 울리기도 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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