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친절한 은경씨 '버대사의 2%부족 채워줄까?'

캐슬린 스티븐스 신임 주한 미대사에 대한 기대

"안녕하세요 주한 미국대사 심은경입니다."

캐슬린 스티븐스 신임 주한 미국대사가 한국땅을 밟으면서 처음 기자들에게 건넨 말입니다. 그것도 영어도 아닌 또렷한 한국어 발음으로 말이죠.

잘 알려진 것처럼 버시바우 대사에 이어 새롭게 주한 미국대사로 임명된 스티븐스 대사는 한국과의 인연이 깊습니다. 33년전 22살의 나이에 평화봉사단의 일원으로 한국 땅을 처음 밟았던 스티븐스 대사는 충남 예천의 한 중학교에서 원어민 영어교사로 일하기도 했습니다. 스티븐스 대사의 전 남편도 한국인이고, 미국 메사추세츠의 한 공과대학에서 재학중인 아들도 당연한 얘기지만 한국인의 피가 흐르고 있습니다. 젊은 날의 경험이 스티븐스 대사에게는 커다란 인상을 남겼던 것 같습니다.

스티븐스 대사는 미 국무부 내에서도 대표적인 친한, 지한파 외교관으로 알려져 있었고 결국 이번에 주한 미국대사라는 큰 역할을 맡게되면서, 그제 우리나라에 입국해 한국 대통령의 아그레망 승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인천 공항에서 가진 첫번째 기자회견에서 스티븐스 대사는 한국어로 된 성명을 제법 유창한 우리말로 읽어 내려갔습니다.(덕분에 영어 울렁증에 시달리는 저를 포함한 일부 외교통상부 기자들의 취재가 상당히 수월했습니다.) 민감한 외교 현안이 오가는 만큼 기자들과의 일문 일답은 정확한 의사 전달을 위해 영어로 진행하기는 했습니다만, 기자들이 우리말로 던지는 질문을 상당부분 통역없이 알아듣고 곧바로 영어로 대답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올해 초 한국 대사로 political appoint 된 이후, 의회 인준이 늦어지면서 미국에서 기다리는 동안 한국어 intensive course를 이수하며 열심히 공부했던 보람이 빛나는 순간이었습니다.

       

사실 미 국무부의 외교관 가운데에는 여러가지 이유로 한국어를 사용할 줄 알면서도 부러 영어를 고집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예를들어 최근 북핵담당 특사로 임명된 성김 전 미 국무부 한국과장의 경우, 대사관 담당자들의 전언에 따르면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한국사람으로 착각할 정도로 발음과 인토네이션이 정확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취재현장에서 성 김 특사가 한국어를 쓰는 걸 본 적은 단 한번도 없습니다. 미국을 대표하는 외교관으로서 여러가지 정치적인 이유가 있기 때문일 겁니다. 도리어 한국인의 피가 흐르고 있기 때문에 더더욱 조심스럽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

반면 그런 부분에서 도리어 자유로운(?) 순수 미국인이자 미 정부를 대표하는 특명전권대사로서 자신을 "심은경"이라고 지칭하면서 한국어를 구사하는 이 신임 미국 대사에게 많은 기대가 가는 것이 사실입니다.

전임자인 버시바우 대사의 경우 외교통상부 기자로서 공적인 자리나 사적인 자리에서 만날 때 느꼈던 점은 (일명) 버 대사가 조금은 뻣뻣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버 대사는 외교관으로서는 신중치 못한, 상대국을 약간 무시하는 듯한 태도로 여러차례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손학규 전 대표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쇠고기 문제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는다거나, 한국민들이 과학을 좀더 배워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발언하는 등의 행동 말입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 국무부 내에서 최고로 쳐주는 러시아 대사를 하던 버시바우 대사가 갑자기 한국 대사로 발령이 나면서 한국 임기 내내 불만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런 버 대사와 달리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속담과 "인수인계"라는 제법 어려운 용어를 한국어로 구사하고, 한국 도착 다음날 대사관 직원들과 함께 광화문 근처 식당에서 순두부 찌개를 먹는 "심은경" 대사의 모습은 재진과 한국인들의 마음을 보다 빠르고 친근하게 파고들수 밖에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친근하다고 한들 "스티븐스"대사가 정말로 "심은경"이 될수는 없을 겁니다.

한미간에 FTA, 북한문제, 방위비 분담, 주한미군, 아프간 파병등 각종 민감한 현안들이 산적해 있는 상황에서 엄밀하게는 스티븐스 대사는 미국 정부의 입장과 이해를 대변해야 하는 미국 대사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동맹국이면서도 많은 현안에 있어 이해관계가 반드시 일치하기를 기대할 수는 없는 한미 양국 사이에서, 훤칠한 외모의 새 미국대사는 "스티븐스"이자 "심은경"으로 불리우기를 바라는 만큼, 양측의 완충역할을 하는 탄탄한 가교이자 조정자가 될 잠재력이 과거 그 어떤 대사보다도 커 보인다는게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이른바 21세기 전략적 동맹관계의 발전을 목표로 하고 있는 한미 양국 관계의 미래에 "심은경"대사가 어떤 활약을 보여줄 지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편집자주] 냉철하고 차분한 기사로 급변하는 한반도 주변 정세를 전해주고 있는 하현종 기자는 정치부의 '젊은 피' 가운데 한명입니다. 2000년 SBS 공채 8기로 입사해 사회부와 뉴스추적, 경제부 등에서 굵은 잔뼈로 지금은 외교통상부에서 취재력을 분출하고 있는 중입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많이 본 뉴스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댓글

    방금 달린 댓글
    댓글 작성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300

    댓글 ∙ 답글 수 0
    • 최신순
    • 공감순
    • 비공감순
    매너봇 이미지
    매너봇이 작동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