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오세티야와 압하지야 등 그루지야 내 두 자치영토의 독립 준동으로 촉발된 그루지야 사태가 8일로 한 달이 된다.
지난 2월 코소보 독립에 자극받은 이들 친(親)러 자치공화국과 크고 작은 마찰을 빚어온 그루지야는 베이징(北京) 올림픽이 시작되던 지난달 8일 남오세티야 수도 츠힌발리에 대한 박격포 공격을 감행했고 이에 러시아가 자국 시민권자 보호를 명목으로 무력 개입하면서 그루지야와 러시아가 전쟁 상황에 돌입했다.
하지만 러시아는 월등한 군사력으로 남오세티야에서 그루지야군을 몰아냈고 전쟁은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군사작전 종료를 선언하면서 5일 만에 막을 내렸다.
짧은 전쟁이었지만 양측에서 수천 명의 사상자와 수만 명의 난민이 발생하면서 국제사회의 비난의 목소리가 거세게 일었다.
이후 양측은 프랑스가 중재한 평화안에 합의했지만 러시아군의 그루지야 영토 내에서 철군 문제를 놓고 신경전을 벌인데 이어 지난달 26일 러시아가 두 자치공화국의 독립을 인정한 이후에는 양측은 물론 서방과 러시아 간 대립이 격화됐다.
◇ 불안한 휴전 = 그루지야는 독립국가연합(CIS)에서 탈퇴한 뒤 지난 2일 러시아 측에 외교관계 중단을 공식 통보했다.
이에 따라 양국은 비자 발급 외에 모든 외교적 접촉을 중단한 상태다.
그루지야는 러시아군의 완전 철수 주장을 믿지 않고 있고 두 자치공화국에 주둔 중인 러시아 평화유지군의 존재를 여전히 두려워하고 있다.
러시아는 그루지야 영토에는 오직 평화유지군만 남아 있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두 자치 공화국 외곽 `완충지대'에 상주하고 있는 병력도 그루지야가 불가침협정에 서명하는 경우에만 철수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최근 들어서는 그루지야군의 전력 회복 움직임이 감지되면서 새로운 긴장이 조성되고 있다.
그루지야는 러시아의 독립 인정 철회를 요구하면서 서방이 러시아에 대해 제재를 가해 줄 것을 고대하는 반면 러시아는 이 상태가 굳어지고 더불어 동맹국들이 러시아 편이 돼주기를 바라고 있다.
현재 러시아의 뒤를 이어 두 자치공화국의 독립을 인정한 나라는 니카라과 뿐이다. 친러 성향의 국가들도 러시아의 군사 개입에 대해서는 용인하면서도 독립 인정에 대해서는 망설이고 있다.
한편 유럽연합(EU)은 조만간 그루지야에 평화감시단을 파견, 현재 활동 중인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감시단과 합류시킬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러-서방 대립 = 러시아와 그루지야 간 싸움은 그루지야를 지지하는 서방과 러시아 간 싸움으로 번지면서 신(新)냉전 논란을 촉발시켰다.
EU는 지난 1일 긴급 정상회의를 열고 러시아가 오는 15일까지 그루지야 영토에서 군대를 완전 철수하지 않을 경우 '러시아-EU 파트너십 협정' 논의를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미국 등 일부 국가들은 러시아에 대한 제재 조치의 일환으로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저지 카드를 들고 나오면서 러시아의 WTO 가입 여부가 이슈화가 되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지난달 말 WTO 가입을 위한 사전 협정 가운데 농업 등 자국의 이익에 배치되는 일부를 일시적으로 보류하기로 했다.
특히 미사일방어(MD) 문제로 러시아와 대립해 온 미국은 그루지야에 대한 변함없는 지지를 천명하며 국제 외교 무대에서 러시아에 대해 연일 비난을 퍼붓고 있고 지난 5월 서명한 러시아와의 민간 핵 협력 협정도 철회할 뜻을 내비치면서 미.러 관계가 급랭하고 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6일 그루지야와 전쟁으로 러시아가 무시할 수 없는 국가임을 세계에 과시했으며 미국이 인도적 지원을 구실로 그루지야를 재무장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미 해군 소속 '마운트 휘트니'호가 지난 5일 그루지야 포티항에 정박한 것을 비롯해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소속 군함 10여 척이 그루지야에 대한 구호물자 전달과 합동 해상 훈련을 명목으로 흑해에 진출하면서 러시아를 자극하고 있다.
프랑스와 독일 등 일부 유럽 국가들은 에너지 공급 중단과 같은 보복 조치를 두려워하면서 러시아와의 관계 악화를 우려하고 있고 유엔 역시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에 대해 `국제법 준수'라는 원론적 요구만 할 뿐 사태 해결을 위한 변변한 결의안 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재 노력에 열심인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8일 모스크바를 다시 방문, 러시아 지도부와 러시아군의 완전 철군 및 평화 감시단 파견, 두 자치공화국에 대한 국제 협상 착수 등의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어서 그 결과가 주목된다.
이 자리에서 러시아의 양보가 없는 한 그루지야 사태를 둘러싼 러시아와 서방 간 냉전 상태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남오세티야.그루지야 재건 노력 = 이번 전쟁으로 츠힌발리는 건물의 70% 이상이 파괴되는 등 남오세티야와 그루지야 영토 곳곳이 전쟁으로 멍들었다.
남오세티야의 경우 전쟁이 끝나고 러시아의 지원 하에 복구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워낙 피해가 심각해 2년 안에 제모습을 되찾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각국의 구호물자 지원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최근 그루지야에 10억 달러의 재건 비용 지원을 약속했고 독일도 1천150만 달러를 들여 1천800명의 난민들을 위한 임시 가옥을 올해 안에 지어주기로 했다.
전쟁 발발과 함께 고향을 떠났던 이들의 귀향 행렬도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 당국은 남오세티야를 떠난 피란민은 약 3만 4천500명으로 이중 3만 1천여 명이 고향으로 돌아온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러시아 이민청에 따르면 남오세티야 거주하고 있던 그루지야인 약 300명이 난민 지위를 신청했다.
치료 중 사망한 병사와 민간인들의 장례식 행렬이 하루가 멀다 하고 목격되고 있다.
양측이 전쟁 기간 서로 대량학살과 '민족 청소' 행위를 저질렀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국제사법재판소(ICJ)가 8일부터 그루지야 측이 러시아를 상대로 제기한 '민족청소' 청구 건에 대한 청문을 시작할 예정이어서 관심을 끌고 있다.
남오세티야의 경우는 장차 러시아 영토인 북오세티야와 합병할 수 있다는 설(說)이 제기되고 있고, 압하지야는 합병 보다는 CIS 가입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번 그루지야 사태를 계기로 아제르바이잔, 몰도바, 우크라이나 등 옛 소비에트 국가들과 그 외 지역에서 분리.독립 움직임이 일어날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됐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신호는 감지되지 않고 있는 상태다.
(모스크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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