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종교편향 행위에 항의하는 불교계의 범불교도 대회가 일단 불상사 없이 끝남에 따라 이후 불자들의 정서가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불교계는 정부를 '규탄'하는 성격의 행사로는 불교 역사상 가장 많은 20만 명(주최측 추산)이 모여 세(勢)를 과시하고 대회 과정에서도 불상사가 없었다는 점을 들어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렀다고 자평하고 있다.
불교계는 대회 이후 정부가 성난 불심을 달랠 수 있는 조치를 내놓을 것으로 기대하며 먼저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추후 정부의 조치가 흡족하지 않으면 추석 이후 영남권을 필두로 지역별 범불교도 대회를 더 치르겠다고 예고해 놓은 상태다.
◇"정부 조치 지켜볼 터"
범불교도 대회는 새 정부 출범이후 잇따른 종교편향 행위로 불교계의 불만이 쌓여있는 상황에서 조계종 총무원장인 지관 스님에 대한 경찰의 과잉검문 사건이 촉발점이 돼 불교 27개 종단과 신도, 관련 단체 대표 200여명이 모인 가운데 개최가 결정됐다.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불자들의 참가 의지가 높아졌고 주최 측 추산이기는 하나 약 20만 명이 참가하면서 종교 편향에 항의하는 불교도들의 단합을 확인하고 대외적으로 세를 과시하는 등 기대했던 성과를 거뒀다는 것이 대회 주최 측의 평가다.
범불교도 대회 봉행위원회는 앞서 정부의 뚜렷한 조치가 없으면 이명박 대통령의 남은 임기 내내 항의 운동을 지속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이번 대회의 열기를 얼마나 오래 이어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부담스러워하는 눈치다.
주최 측 관계자는 "이번 대회를 계기로 불교도의 의지를 확인하고 세를 과시하는 한편 항의 운동을 지속할 동력을 확보했다"고 평가하며 "지역별 대회 개최를 예고해 놓았으니 일단 정부의 조치를 지켜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와 관련 봉행위원회 사무처장 혜일 스님은 "멀리는 승려대회도 있으며 정부에 항의하는 방법은 다양하게 마련돼 있다"면서 "일단 (정부 조치를) 지켜본 다음 원로 중진 스님들의 뜻을 듣고 나서 방향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돌파구 마련되나
불교계가 대통령의 사과와 재발방지를 약속하라고 거듭 요구하고 있고, 정부 역시 '장관 사과 정도면 됐지 않느냐'는 입장이어서 양측의 갈등 양상은 장기화할 조짐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불교계가 내건 요구 가운데 어청수 경찰청장의 파면이나 촛불시위 관련자 수배해제, 공직자의 종교중립 입법화 등은 양쪽이 대화를 통해 이견을 좁히고 있어 해결의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는 분위기가 조금씩 무르익고 있다.
이는 지역별 범불교도 대회를 치르면서 정부에 대한 항의 강도를 높여갈 경우 대화의 접점이 점점 줄어들고 자칫 파국을 맞을 수 있다는 점을 양쪽이 모두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회 봉행위원장인 원학 스님도 봉행사를 통해 "이 대회가 정부를 외면하는, 정부에 등을 돌리는, 정권과 대결을 선포하는 자리가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고 대회 성격을 규정한 점도 대화의 여지를 넓힌 대목으로 해석된다.
이와 함께 어청수 경찰청장의 조계종 방문과 공식 사과가 사태 해결의 실마리가 되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불교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문제의 경찰 복음화 집회 포스터에 사진이 게재됐고, 조계종 총무원 지관 스님에 대한 과잉 검문의 책임을 지고 있다는 점에서 조계종은 어 청장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불교계가 극한 대결을 원치 않고, 정부와 여당도 불심의 이반을 바라지 않는 만큼 어떤 형태로든 돌파구는 나타날 것으로 불교계는 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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