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얻은 것 잃은 것

80여일을 끌었던 원구성협상이 끝났다.

어떤 협상이든 끝난 뒤 손익을 따져보는 건 흥미로운 일이다.

먼저 여당은 어떤가?

가장 큰 성과는 원구성을 했다는 그 자체다.

172석의 압도적 다수에도 불구하고 원구성을 하지 못해 아무 일도 못하는 최악의 상황에서 탈출하게 됐다.

또 하나는 '명분'이다. 어떻게든 야당의 '합의'를 이끌어냈다는 거다.

'소통의 부재' '밀어붙이기'라는 여권 전체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최소화했다.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야당과 함께가는 국정운영 능력을 보여줬다는 거다.

이 '명분'은 앞으로 국회에서의 법안대결 등에서 여당이 강공 드라이브를 거는데 적지 않은 힘이 되어줄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얻었다고 해야할 지 모르겠지만 야당의 끈질긴 요구에도 불구하고 가축전염병 예방법 개정에서 기존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을 지켜냈다는 거다.

(왜 '얻었다고 해야할지 의문이'라는 말한 이유는 뒤에 나온다.)

그렇다면 잃은 것은 무엇인가?

첫째, 가축전염병 예방법 개정이다.

(물론 이게 잘못됐다는 건 절대 아니다. 국민 건강을 위해 필요한 조치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잃었다'는 개념은 여야의 '정치적 계산'을 전제로 한 것임을 밝혀둔다.)

지난 달 31일 한나라-민주 양당의 원구성 협상 합의 때 가축법 부분은 아예 거론도 안됐다.

하지만 청와대가 인사청문 특위의 적법성을 문제삼으면서 원구성 협상이 깨졌다.

결과적으로 보면 청와대의 판단 실수다.

첫째, 이로 인해 정부가 쇠고기 협상 때 국회의 심의를 받아야하는 부담을 안게됐다.

국민 건강의 측면에서는 진 일보한 것이지만 정부 입장에서 보면 없던 절차가 하나 더 늘어난 셈이다.

또 원구성 협상 결렬까지 각오하고 거부했던 신임장관 3명의 인사청문회도 약식이지만 다시 받게 됐다.

둘째, 여권 내 불화다.

원구성 협상 결렬의 책임 소재를 놓고 청와대와 원내 지도부 사이에 틈이 생겼다.

한나라당 내부에서조차 남는 장사였다고 보긴 어렵다는 게 중평이다.

다음으로 민주당이 얻은 것은 뭔가?

동전의 앞 뒷면이겠지만 역시 가축법 개정이다.

대선·총선 패배 후 침체돼 있던 민주당에게 회생의 기회를 준 게 쇠고기 촛불집회다.

그 쇠고기 민심을 비록 일부이지만 법에 명문화시켰다.

둘째, 83석이라는 물리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제1야당으로서의 이미지를 확실히 각인시켰다.

특히 제3의 교섭단체가 등장한 시점인 만큼 그 의미는 크다고 볼 수 있다.

반면 가장 크게 잃은 것은 미국과의 쇠고기 추가협상결과를 그대로 인정한 것이다.

정부가 잘못한 미국과의 쇠고기 협상을 국회가 나서 국내법으로라도 바로잡겠다던 것이 민주당의 입장이었던 만큼 타격은 적지 않다.

셋째, 국회 개원이래 3번째로 늦은 원구성이라는 좋지 않은 선례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물론 여당도 책임이 있지만 자칫 대안 야당보다는 '발목잡기 정당'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남길 수 있다.

넷째, 협상이 지연되는 과정에서 등장한 제3의 교섭단체로 인해 사실상의 양당제 하에서 누리던  여당과의 1:1의 협상력이 훼손됐다.

실제로 협상이 타결되던 지난 19일 한나라당과의 원내대표 회담 때 선진·창조모임이 양당 원내대표 회담에 제동을 걸면서 자존심에 적지 않은 상처를 입었다.

이상이 협상과정을 살펴본 취재기자로서 느낀 양당의 손익이다.

이제 협상은 끝났다.

국회 안에서 정책을 통해 국민의 실익을 따져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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